에세이 391회 - 인절미의 추억과 생명의 떡
에세이
청지기 , 2024-12-27 , 조회수 (295) , 추천 (0) , 스크랩 (0)


저는 원래 떡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그런데 본의 아니게 자주 먹다 보니 떡보가 되었습니다제가 먹어 본 떡도 인절미시루떡감자떡백설기송편바람떡개떡절편가래떡 등 여러 종류입니다그중에서도 인조가 이괄의 난으로 공주 공산성으로 피신했을 때임 씨 성을 가진 백성이 진상한 떡이라 붙여졌다는 인절미인조 임금에게 특별했을 만큼이나 제게도 그러합니다인절미는 젊은 시절에 객지 생활하다가 시골집을 방문할 때면 어머니가 손수 만들어 주셨던 떡입니다모친은 그다음 날 떠날 자식을 위해급히 찹쌀을 불리고 쪄서 작은 함지박에 담아서는좁은 부엌 바닥에서 공이로 쿡쿡 찧은 후에해콩을 볶아 만든 콩가루에 굴려 인절미를 만드셨습니다미처 부서지지 못한 쌀알 부스러기가 입 안에서 왜글거리곤 했지만그 후에도 어머니의 정성을 보아 먹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지금도 인절미만 보면오랜만에 집에 온 자식에게 맛난 것을 해 먹이시려던 그분의 모습이 연상됩니다.
 

 

내가 생명의 떡이니,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고,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 나는 생명의 떡입니다( 6:35, 48).
 

 

주 예수님을 어떤 분으로 알고 체험하는지가 그 사람의 영적인 성숙의 정도를 보여줍니다즉 그분을 어린양이신 구속주로 아는 것이 신앙의 기초라면그 주님께서 부활 후에 생명 주는 영이 되신 것을 알고 영접하는 것은 거듭남곧 유기적인 구원의 시작입니다( 5:10 ). 그런데 위 본문은 주님이 생명 떡이라고 말씀합니다이것은 우리가 거듭난 후에 신앙 생활 할 수 있는 힘은 이 생명의 떡을 먹는 데서 나옴을 암시합니다그런데 이런 말의 국어적인 표현은 평이하지만 그 영적인 의미와 적용은 생각보다 간단하지가 않습니다아침에 이 말씀을 읽으면서 제 안에서 다음과 같은 추가적인 묵상이 있었습니다.
 

생명의 떡은 먹거리임인절미가 먹거리라고 말하면모두가 동의할 것입니다그러나 자신을 생명의 떡으로 소개하신 예수님 자신이 먹거리라고 하면 뭔가 어색한 것이 사실입니다주님도 이것을 아셨는지 뒤에서 나를 먹는 그 사람도 나로 말미암아 살 것입니다.”라고 덧붙이셨습니다( 6:57). 참고로 <신약성경 회복역>은 여기에 대해 주 예수님을 먹는다는 것은 그분께서 거듭난 새사람 안에서 생명의 방식으로 흡수되실 수 있도록그분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라고 각주를 달았습니다.

 

주님을 먹는 것은 그분을 우리 안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위 해석은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1:12). 하지만 한국 교계의 주류인 장로 교단 내에서는 이처럼 주님 자신(격 성령이 아닌)이 우리 안 영접된다 사상은 여전히 경계되고 심지어 배척되는 분위기입니다이것은 삼위일체의 세 위격들을 분리해서 보려는 데서 오는 후유증일 수 있습니다한편 성경은 주님 자신이 우리 안에 계신 것’(Christ in you)과 사울이 예루살렘 교회 성도들을 박해한 것은 그분 자신을 박해한 것임을 분명하게 말씀합니다( 1:27,  9:4-5). 이런 상황에서 저명한 칼빈 신학자들인 루이스 B. 스미디즈나 리처드 개핀 등이 그리스도 자신이 우리 안에서 내주하고 계심을 굳게 믿고 가르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먹은 생명의 떡을 소화해야 함좋은 음식을 먹었어도 소화를 잘 시켜야 몸 건강에 도움이 됩니다영적인 먹거리인 주님 혹은 말씀도 마찬가지입니다만일 먹은 말씀이 소화가 안 되면 그에 따른 부작용이 있고반대로 잘 소화가 된 경우에는 주님의 몸의 건축에 큰 도움을 줍니다이 방면에 대해 주님 앞에 나아가 묵상 할 때 다음 내용들이 떠올랐습니다.

 

먹은 말씀이 소화불량인 사례는 아는 말씀을 자기 자랑 혹은 남을 판단하고 정죄하는 수단으로 써먹는 것입니다바리새인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혹은 씨 뿌리는 비유에서, ‘씨가 길가, 바위가시덤불에 뿌려진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13:19-22).먹은 말씀을 소화시킨 경우로는 한 구절의 내용이 떠올랐습니다( 5:26). 즉 우리가 먹은 말씀이 씻는 물이 되어 우리의 옛 존재를 씻어 내고거룩곧 그분의 신성한 생명과 본성을 우리 존재 안에 더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또한 워치만 니가 <이기는 생명>에서 소개한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생각났습니다바로란 자매에게는 그녀를 항상 괴롭히는 한 동역자가 있었는데어느 날 깨끗한 마음으로 뜨겁게 형제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읽게 되었답니다(벧전 1:22). 그녀는 동역자를 미워하지 않는 것도 쉽지 않은 데사랑하고 그것도 뜨겁게” 사랑해야 하는 상황을 놓고처음엔 세 시간 그 후에는 밤을 새워가며 그녀를 위해 중보 기도를 했답니다그 결과 주의 사랑이 그녀에게 충만하여자신을 사사건건 괴롭히던 그 동역자를 위해 죽을 수도 있을 만큼 뜨겁게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173-174).

 

저는 이런 묵상을 통해 성경을 머리로 이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그 말씀을 제 삶에 적용하여 이뤄지게 하는 데는 소홀했던 자신을 보게 되었습니다오 주님제가 과거에 어머니가 해 주신 인절미를 맛있게 먹었던 것처럼당신도 생명의 떡으로 먹고 소화시킬 수 있도록 큰 긍휼을 입게 하여 주옵소서!

 

 

오 주님과정을 거치셔서 우리가 먹을 수 있는 떡으로 오신 것에 감사합니다.

이 떡을 먹고 소화하여,

날마다 우리 안에서 생명이 자라게 하여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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