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85회 - 우리의 감정이 예수님을 닮음
에세이
청지기 , 2024-10-26 , 조회수 (984) , 추천 (0) , 스크랩 (0)


젊었을 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읽었습니다너무 오래 전이라 지금은 그 줄거리조차 가물가물합니다하지만 아직도 제게 선명하게 남아 있는 한 가지는 어머니의 장례식 때 주인공인 뫼르소의 태도입니다즉 그가 자기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감정이 전혀 없는 로봇처럼 행동했던 모습은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그 당시에는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 싶었습니다.
 

아침에 누린 아래 말씀 역시 믿는 이들의 감정에 관련된 것입니다솔직히 예전에는 집 팔아 모두 바치라는 무리한 요구도 아니고 이 정도는 그럴만한 상황이 오면 실천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그러나 아침에 이 내용을 다시 묵상할 때오직 천연적인 감정이 처리된 사람만이 지킬 수 있는 말씀임을 절감했습니다왜냐하면 위선을 떨지 않는 한 천연적인 사람은 자기 감정과 다른 타인의 감정과 하나 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특히 천성이 발랄하고 외향적인 사람은 남과 함께 우는 것이 어렵고저같이 타고난 기질이 차분하고 냉철한 사람은 남의 기쁨에 진심으로 함께 하기가 사실 쉽지 않습니다.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우십시오( 12:15)

 

 

저는 위 본문을 대하면서 사도 바울이 로마서 12장에 와서야 비로소 이러한 권면을 하게 된 것에 주목했습니다왜냐하면 생명의 관점에서 볼 때로마서는 주제인 하나님의 복음을 점진적으로 펼쳐가는 식으로 전개하고 있음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개혁 신학의 핵심 진리이자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신칭의는 첫 장인 로마서 1장에 소개됩니다(17). 그 이후 2장부터 8장까지를 아우르는 핵심 구절은 화목하게 된 우리는 더욱 그분의 생명 안에서 구원받을 것을 말한 로마서 5 10절입니다그런데 이 생명 안에서의 구원은 조금 더 자세히 보면, 1) 우리 사람 영이 생명(zoe, 2222)이 됨( 8:10), 2) 사람 혼(특히 생각)이 생명이 됨(6), 3) 장차 우리의 죽을 이 생명이 됨의 단계로 이어집니다(11). 로마서는 이러한 개인 방면의 구원의 완성에 이어서 삽입 부분이라 할 수 있는9장부터 11장까지에서 하나님의 선택을 다루고, 12장부터 16장까지에서는 구원의 단체적인 방면인 믿는 이들의 그  생활을 말합니다.

 

따라서 위 본문은 칭의와 거듭남을 체험한 믿는 이들이 주님의 몸 안의 지체들과 불신자들 앞에서 하나님 속성 표현하려면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를 다룬 문맥에 포함되어 있는 말씀입니다.
 

한편 한국 교계에는 이러한 하나님의 속성을 표현하는 소위 영적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다소 왜곡된 면이 없지 않습니다 (기도 많이 해서약간 쉰 목소리로 설교하면서 할렐루야를 연발하거나, 3차 대전 같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거나병 고치거나 귀신을 쫓아내는 등의 이적을 행하는 이들이 성도들의 관심을 끄는 경향이 있습니다그러나 신성하면서도 인간적인 그리스도의 인격이 어떤 사람의 평범한 일상 중에 나타나는 참된 영성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이러한 것들은 지극히 낮은 단계의 표현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주 예수님도 지상 사역 시 여러 이적을 베푸셨지만그것은 그분의 사랑의 본성이 그렇게 표현된 것일 때가 대부분입니다즉 나인 성의 과부가 외아들을 잃어서 슬픔 가운데 있을 때주님은 그 과부를 보시고 불쌍히 여기셔서” 죽은 아들을 살려주셨습니다( 7:11-17). 여기에서 우리는 어떤 능력의 과시나 청중을 염두에 둔 보여주기식의 냄새를 맡기 어렵습니다대신에 남편을 잃은 과부가 이제는 하나뿐인 아들마저 죽어 슬퍼하고 있을 때 그 여인의 감정을 보살피시는 하나님-사람의 고운 인성을 접할 뿐입니다이처럼 사천 명오천 명을 먹인 사건도 그분의 먹을 것이 없는 이들을 불쌍히 여기신’ 결과입니다( 8:2-3).
 

이 주제에 대해 묵상할 때 워치만 니가 옥중에서 한 사람을 구원시킨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워치만 니는 자신과 같은 감방에 있던 남편을 보려고중국 공산당에 의해 이혼을 강요당한 아내가 마지막 면회를 다녀간 후에침울해 있던 그 남편에게 울고 싶으면 마음껏 울라고 말했습니다그런데 사실 한 사람이 울면 같이 투옥된 약 4천여 명에게 금방 전이될 수 있는 터라 그것은 감방장이었던 워치만 니가 오히려 금지시켜야 할 일이었습니다자기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도 있지만 한 사람 감정을 배려한 이 일로 그는 워치만 니에게 마음을 열었고 마침내 주님을 영접했습니다이 우요치 형제님은 출옥 후에 미국으로 이민 와서 한 자매님과 재혼했고지금은 저와 같은 단지에 살고 있어 고령이지만 자주 뵐 기회가 있습니다.
 

주 안에 한 형제이자 근 50년 지기 친구를 최근에 암으로 떠나보냈습니다그 아쉬움과 상실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습니다이번 한국 방문 기간 중에 그 형제의 아내와 자녀들을 만났을 때참으로 주님 안에 있고 그분을 사는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그러나 또 다른 면에서 저의 감정이 이 상황에서 그분의 감정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는 깊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위 본문을 묵상하면서 제가 그리스도의 생각뿐 아니라(고전 2:16), 그리스도의 감정으로도 더 젹셔져 참으로 기뻐하는 사람들과 함께 기뻐하고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오 주 예수님저의 전 존재가 당신을 바르게 대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매 순간 주의 신성과 인성으로 저를 적셔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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