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교회는 성경적인가?
- 이 책을 펴내게 된 이유
주님께서 세우시겠다고 하신 신약 교회는 원래 하나뿐이었다(마 16:18).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지상의 교회는 크게 동방 교회와 서방 교회로 나뉘었다.
그 외에 브로우드렌트가 지은 『순례하는 교회』에 나오는 소아시아의 사도적 교회들, 왈도파, 모라비아 공동체, 메노파, 형제단 등 소위 비주류 단체들이 있다. 이 중에서 칼빈 신학에 기초한 장로교가 대세인 한국 교회는 서방 교회인 로마 천주교로부터 개혁하여 나온 역사적인 배경을 갖는다.
그런데 한국교계 내에서 이단 대처 사역을 해온 이들은 동방 교회나 위에 거론한 비주류 단체들에 대해서는 거의 접촉할 기회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자신들에게 익숙한 서방 교회의 교리만을 정통과 이단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방 교회 계열의 정통 교부들인 이레니우스와 아타나시우스를 통해 밝혀진 성경적인 가르침들이 이단으로 배척되거나 무시되는 상황은 안타까운 일이고, 한국교계에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구체적으로 서방 교회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차이를 강조하고, 어거스틴의 전통에 따라 죄와 칭의를 중심으로 한 구원론을 갖는 특징이 있다. 그 결과 창조주 하나님이 피조물인 사람 안에 생명으로 들어오셔서 연합되신다는 동방 교회의 구원론과 교회론은 이들에게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칭의와 함께 생명이신 주님께서 사람들 안에 내주하심은 성경적인 구원론의 두 기둥이므로, 모두 존중되어야 마땅하다(롬 5:9, 골 1:27). 그럼에도 현재의 이단 사역자들은 이런 균형 있는 관점이 다소 결여되어 현재와 같은 소위 지방교회들과의 갈등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 정동섭 목사가 『지방교회의 실체』라는 책을 펴냈다. 그러나 그는 지방교회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가 이 책에서 다룬 내용은 최O경 목사, 이O규 권사, 김O기 목사가 지방교회 측과 토론할 때 주장했고 현재 인터넷에 올려져 있는 것들과 영문 서적인 『The New Cults(CRI)』의 내용을 표절하여 그가 펴냈던 『그것이 궁금하다』 내용들을 재차 사용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가 한국교계에서 ‘지방교회의 최고 전문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은 이러한 사실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지방교회 측을 비판하는 이들이 문제점으로 지적한 내용은 크게 볼 때, 양태론과 신인합일론과 배타적인 교회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사실 자체를 왜곡하거나 상대적인 기준에 따른 평가여서 지방교회 측의 강한 반발과 적극적인 반론에 직면하는 일이 일어나곤 했다.
그 결과, 최O경 목사는 한기총과 통합 교단, 이O규 권사는 합동과 고신 교단에 의해 각각 이단으로 규정되는, 그야말로 이단을 정죄하던 장본인들이 이단이 되는 충격적인 일들이 발생했다.
구약 에스더서에 나오는 ‘하만의 장대’가 생각나게 하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캐나다 거주자인 김O기 목사는 국내 활동이 적어 아직은 교계의 검증 대상이 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위격’이 아닌 ‘본질’의 상호 내주를 주장하는 그의 삼위일체론은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실 위 이단 사역자들이 이종성 박사의 『교회론 1』에 소개된 동방 교회 교리만 제대로 알았더라도 현재와 같은 갈등은 많이 줄었을 것이다.
예를 들면, 교회는 ‘제도나 단체’가 아니고 본질적으로 ‘생명’을 의미한다는 것이 동방교회 교회론이다(156쪽). 또한 그들은 우리가 “신화되기 위하여” 주님께서 “사람이 되셨다”고 하고, 새 존재라는 것은 “은총에 의한 신화”를 의미한다고도 했다(157쪽). 이것은 이레니우스와 아타나시우스 같은 정통 교부들의 가르침으로서 지방교회 측이 말하는 것과 거의 같다. 하지만 교회 역사상 이런 말들이 이단 시비에 걸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단 사역자들이 자기 진영의 가르침에도 익숙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그들은 주기도문의 아버지는 “배타적으로 제1격만이 아니라 삼일 하나님(The Triune God)”이시라는 칼빈 신학자 로레인 뵈트너의 말을 받지 못한다. 또한 그들은 지금처럼 교회 내에서도 성직 계급을 구별하는 것이 칼빈의 눈에는 ‘신성모독’임을 모른다(어거스틴, 루터, 깔뱅, 오늘의 개혁교회, 장로회신학대학교출판부, 2004, 130~131쪽). 이처럼 비판하는 상대방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이들, 심지어 공교단에 의해 이단이 된 이들이 그동안 만들어낸 부실한 이단 정죄 자료들은 적당한 때에 공정한 기준으로 재평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워치만 니와 위트니스 리 그리고 주의 회복으로 알려진 지방교회들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두 성경 교사의 수백 권의 저술을 다 읽고 진의를 파악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고, 서두에서 보듯이 서방 계열의 이단 사역자들에게 낯선 내용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두 성경 교사의 가르침은 알고 보면 간단하다. 즉 그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는 아들이실 뿐 아니라 신격의 모든 충만이 육체를 입으신 삼위 전체이신데, 이분이 죽고 부활하신 후에 우리 안에 생명으로 들어오셔서 점차적으로 충만 되어 가시는 것이 교회 건축이고, 그 최종 완성이 새 예루살렘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CRI가 전 세계 지방교회들의 가르침과 생활을 6년 동안 재(再)연구한 것은 그 자체로도 의미가 크다. CRI나 풀러 신학대학교 또는 그레첸 파산티노의 AIA는 오랜 검증 후에, 일부 진리 해석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지방교회들이 ‘핵심 진리에서 정통이고, 그리스도 안의 참된 믿는 이들’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 책은 한국교계 내에서도 이러한 재평가를 내릴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자료를 제공하는 의미도 있다. 정동섭 목사는 비판하려고 언급했겠지만, 지방교회 측이 근본주의인 형제회와 높은 차원의 영성을 추구한 케직 사경회의 배경이 있다고 했다. 또한 일부 개혁신학자 중엔 동방 교회의 신화(神化)를 열린 자세로 수용하려는 태도를 공개적으로 보이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지방교회들을 부정적으로만 보려는 시각을 조금만 조정한다면 쌍방이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특히 이 책은 비판에 대한 반론 또는 공개토론 내용이 대부분이라 진리의 쟁점과 지방교회 측의 주장이 선명히 드러나 있다. 따라서 핵심 진리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이해하고 싶은 신학생들이나 목회자나 신학자들은 물론이고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이 이 책을 읽으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아울러 미국 CRI가 지방교회 측을 재평가한 내용을 담은 『지방교회여, 우리가 틀렸었다』(새로운사람들)도 함께 읽는다면, 지방교회들에 대한 제3자의 객관적인 평가를 아는 데 유익이 있을 것이다.
지방교회 진리변증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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