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38회 - 지성소로 나아갑시다
에세이
청지기 , 2023-06-09 , 조회수 (542) , 추천 (0) , 스크랩 (0)


5월이 되자 10년 전 이사 올 때 화단에 심었던 쟈스민의 향기가 코를 찌릅니다. 마침 옆집도 쟈스민으로 아치 모양의 대문을 만들었기에, 거기서 날아오는 꽃향기도 만만치 않습니다.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일부러 그 앞에 가서 향기를 들이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듣습니다. 또한 “제 안에 위장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면, 다 아는 이야기를 새삼스럽게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저도 감정이 있는 사람입니다.”라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만일 “제 안에 사람의 영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사실 저는 제 안에 사람의 영이 있다는 것을 20대 중반까지는 전혀 몰랐습니다. 그 후 성경과 제 체험으로 제 안의 ‘사람의 영’의 존재를 확인했고(양심은 사람의 영의 일부임), 이것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데 얼마나 중요한지를 깊이 알게 되었습니다(슥 12:1, 롬 8:16, 히 12:9-10). 

 

그러므로 형제님들, 우리가 예수님의 피로 말미암아 

담대하게 지성소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

진실한 마음으로 확신에 찬 믿음을 가지고 지성소로 나아갑시다(히 10:19, 22).

 

아침에 위 히브리서 본문을 묵상하고 추구했습니다. 참고로 저는 말씀 묵상할 때 회복역을 주로 봅니다. 그러나 핵심 진리나 교리적으로 쟁점이 될 만한 단어는 습관적으로 다른 번역본들도 참고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위 ‘지성소’를 개역성경과 개정개역이 ‘성소’로 번역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식으로는 지성소와 성소가 다른 영역이라 왜 이런 번역이 나왔는지를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지성소인가 성소인가?: 구약의 성막 그림에 익숙한 분들은 성소와 지성소가 전혀 다른 두 영역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성소는 등잔대와 떡상과 분향단이 있는 곳이고, 지성소는 언약궤가 있는 성막의 가장 안쪽 부분입니다(출 26:33, 히 9:2-5). 그런데 위 본문에서 ‘지성소’로 번역된 원문은 ‘하기온’(39)으로서 ‘하나님을 위해 분별된’이란 뜻입니다. 따라서 일부 영어 성경은 이런 원문대로 그냥 ‘the sanctuary’로 번역하기도 합니다(ISV, NET Bible). 아마 개역성경도 이러한 ‘거룩한 장소’의 의미로 ‘성소’(聖所)라고 번역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번역은 떡상이 있는 ‘성소’와 혼동될 수 있기에, 개역성경을 제외한 거의 모든 한글 번역본은 이것을 문맥을 따라 ‘지성소’라고 번역했습니다.

 

어떻게 지성소에 들어가는가?: 구약에서는 대제사장만이 욤 키푸르라고 불리는 속죄일(7월 10일)에 1년에 딱 한 번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전후 절차 또한 매우 까다롭고 복잡합니다(레 16장 참조). 그러나 지금은 그 물질적인 성막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지성소로 나아가라’는 위 말씀을 실천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여기까지라도 묵상하고 고민하는 사람은 성경을 매우 진지하게 읽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이 묵상 단계에서 잠시 성막의 변천과정을 되돌아보았습니다. 먼저 성전 개념은 주님께서 하신 ‘이 성전을 허십시오. 내가 삼 일 만에 다시 세울 것입니다(요 2:19).’라는 말씀을 기점으로 크게 전환되었습니다. 즉 구약의 돌 성전에서 주님 자신(개인)으로(요 1:14), 부활 후에는 거듭난 믿는 이들, 즉 주님의 몸인 교회(단체)로 확대되었습니다(고전 3:16, 엡 2:21). 지금은 우리가 성전입니다! 그런데 아래 각주는 성전에서 특히 지성소가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곳인 거듭난 영임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성소는 하늘에 있으며, 그곳에 주 예수님께서 계신다(히 9:12, 24). 그렇다면 여전히 이 땅에 있는 우리가 어떻게 이 지성소에 들어갈 수 있는가? 그 비결은 히브리서 4장 12절에서 말한 우리의 영이다. 하늘에 계신 그리스도 바로 그분은 지금 우리 영 안에도 계신다(딤후 4:22). 하늘에 속한 사다리(창 28:12, 요 1:51)이신 그분은 우리 영을 하늘과 연결시키시고, 하늘을 우리 영 안으로 가져오신다. 따라서 우리가 영으로 돌이킬 때마다, 우리는 지성소 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우리는 은혜의 보좌에 계시는 하나님을 만난다”(히 10:19, 각주 1).

 

위 본문의 전후 문맥은 유대교 배경을 가진 믿는 이들이 율법에 기초한 구약 경륜으로부터 돌이켜 새 언약을 체험하는 단계로 전진하도록 격려합니다. 그런데 새 언약의 핵심은 주님께서 (생명의 영의) 법을 우리의 생각 안에 넣어 주고, 마음에 새기시는 것입니다(히 8:10). 그리고 바로 이런 작업이 우리가 영으로 돌이킬 때마다 지성소인 우리 영 안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고후 3:16-18).

 

저의 경우 아침 부흥 후 스포츠 센터에 가서 근육 운동을 하고 있는 동안, 그 안에서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귀에 크게 들려오지만, 개의치 않고 제 영 안에서 그날 읽었던 말씀을 되새김합니다. 혹은 뒤뜰에 나가서 손으로는 잡초를 뽑고 떨어진 낙엽을 주우면서도, 제 영 안에서는 영광의 주님을 앙망하므로 주님께서 그분의 생명의 법을 제 생각과 마음 안에 새기실 기회를 드리기도 합니다. 

 

 

오 주님, 매 순간 보혈을 의지하고 영으로 돌이켜 

주님의 영광을 바라보고 반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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