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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8-09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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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몇해 전 부산에 있을 때
길가다가 우연히 시커먼 때로 얼룩진 푸들 한마리가
도로변 한쪽에 박스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 눈치만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그 모습이 너무나 불쌍해
보여 나도 모르게 발길이 머물고 말았다.
주위에 알아 보니 이 개가 떠돌아 다니다
교통사고를 당해 걷지도 못하고 하여 박스를 한장
깔아 주었고 이 개는 거기서 꼼작도 못하고
한 밤을 샛다는 것이다.
순간 이 개가 밤새 먹지도 못하고
통증에 시달리면서 다음 날 오후까지 이러고
있는 걸 생각하니 불쌍해서
도무지 그냥 지나쳐 갈수가 없었다.
하여 나는 이 개를 데리고 가까운 동물병원에 갔다.
환도뼈 골절이라 수술을 해야 한다고 한다.
수술비용은 15만원이라는데...
순간 아차 이거 실없는 짓을 했구나 싶었다.
15만원이면 제에게는 엄청난 거금인데...
하는 수 없이 생돈 딸딸 긁어모아 5만원 선불을 주고
수술을 장담하는 수의사는 맡겨놓고
일주일 후에 다시 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주일 후에 가보았더니
개 털은 전체로 홀라당 밀어 놓은 상태이고
뒷 다리에 수술 자국이 선명했다.
참으로 볼성 사납다.
그런데 이 개는 그 뒷다리를 끌다시피 질질
거리며 수의사에게 꼬리치며 온갖 아첨을 다한다.
수술의 실패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애완견으로서는 가치가 없어졌기 때문에
실험용으로 안락사를 할수 밖에 없다는 말을
뒤로 하고 동물병원을 나왔다.
나는 그 개의 눈을 읽고
병원을 데려 간 것이다.
사고 당시 그 개의 눈은 도움을 한없이 요청하는
그 눈빛이었다.
또 다시 병원에 두고 나온 그 개의 눈은
수의사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며 버리지 말아달라는
그런 눈빛 이었다.
얍복강 나루터의 야곱이 생각난다.
야곱의 결사적인 씨름에 있어서 그 눈은
마치 수의사에게 전적으로 매달리며 버리지
말아 달라는 그 눈빛 하며, 나에게 절박하게 도움을 요청한
그 눈빛과 별반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개들도 주인의 밥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는다 면서 주님께 도움을 요청한 가나안 여인의
그 눈빛도 이 개의 눈빛과 별반 다름이 없다고 생각
되어진다.
야곱의 환도뼈는 이 개처럼 부러져
질질거리며 걸을지라도
그것의 결국은 하나님의 은혜를 받는 사건이 되었다.
개 취급을 당한 가나안 여인도 이로 인하여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것이다.
때로 우리가 세상에서 개취급을 당해도
아니 이 개처럼 환도뼈가 부러져
절룩발이 개 신세가 되어도 낙망치 말고 주님께
나아갈 것은
그것이 도리어 하나님의 은혜의 통로가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