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성서공회연합회의 '2015 세계 성서 번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12월 말 기준으로 하나님의 말씀이 쪽 복음이라도 번역된 언어의 수가 총 2,935개에 이른다고 합니다. 번역되어야 할 언어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헬라어와 히브리어 혹은 라틴어로만 되어있던 시절에 비하면 대단한 진전입니다. 그러므로 마음만 먹으면 대부분은 성경을 접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요즘은 성경을 가르치는 곳도 많고, 주석서 등 성경 이해를 돕는 도구들(tools)도 엄청납니다.
그런데도 성경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충분히 열려있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첫째로 사람들이 성경을 가지고 있어도 정작 읽지는 않기 때문이고, 둘째는 읽되 무슨 뜻인지를 알지 못한 채 읽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주일학교 때부터 예배당을 다녔고, 자라면서 본의 아니게 거주지의 환경을 따라 여러 교단을 거쳤습니다. 그러나 설교 때나 성경 말씀을 접하는 종교인의 신앙에서 벗어나게 된 것은1983년 말입니다. 그 후로는 주님의 긍휼과 신약 사역의 도움으로 성경에 대한 조망이 생겼고 말씀의 맛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에 에베소서 3장 8절부터 11절 말씀을 읽고 깊이 묵상하면서, 아래 네 구절이 성경 전체를 압축하고 있음을 다시금 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복음으로) 전하게 하시고’(announce, 헬라어는 ‘유앙겔리조’(2097)라는 한 단어임), ‘경륜’(economy), 교회(church), (영원한) 목적(purpose)이라는 네 개의 핵심 단어들이 묵직한 비중으로 다가왔습니다.
“하나님께서 모든 성도들 중에 가장 작은 이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그리스도의 측량할 수 없는 풍성을 이방인들에게 복음으로 전하게 하시고,
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 속에 영원부터 감추어져 있던
비밀의 경륜이 무엇인지를 모든 사람에게 밝히어,
이제 교회를 통하여 하늘들의 영역에 있는 통치자들과 권세자들에게
하나님의 각종 지혜를 알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정하신
영원한 목적에 따른 것입니다”(엡3:8-11).
위 말씀은, 하나님의 ‘목적’(뜻)은 ‘교회’를 얻으시는 것인데, 그 구체적인 ‘경륜’(방법)은 그리스도 자신인 그분의 측량할 수 없는 풍성을 사람들에게 복음으로 ‘전하는 것’을 통해 이뤄진다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 이 말씀을 여러 번 읽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의 뜻(목적)은 그분의 교회를 얻으시는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또렷해졌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그분의 뜻과 경륜은 구약시대 전체를 포함하여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사람들에게 감취어져 왔습니다. 즉 앞의 5절에 따르면, “다른 세대에서는 하나님께서 이 비밀을 사람의 아들들에게 알려주시지 않으셨다.”라고 말씀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영적인 눈이 열려서 하나님 마음속에 교회가 가장 큰 비중을 가지고 담겨있음을 볼 수 있다면, 큰 긍휼을 입은 것입니다. 그러한 깨달음은 성경 본문을 더 깊게 이해함은 물론이고 우리가 믿음 생활을 해 나갈 때 좌우로 치우치지 않고 중심 노선 안에 머물 수 있도록 견고하게 붙잡아 줄 것입니다.
이 주제에 대하여 조금 더 나누고 싶은 교제는 이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분의 뜻을 이루시려고 그리스도, 곧 메시아를 이 땅에 보내사 육체 되심, 인생, 죽음, 부활, 승천의 과정을 거치게 하셨습니다. 그 결과, 성경은 마지막 아담이신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신 후에는 생명 주는 영이 되셨다고 말씀합니다(고전15: 45). 주 예수님 자신도 이 땅에서 사역하실 때 자신이 땅에 온 목적이 (위와 같이 성육신, 인생, 죽음, 부활, 승천을 거친 후에) “양들이 생명을 얻고 더 풍성히 얻도록 하기 위함이다”(요10:10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따라서 사람들이 <부활하신 그리스도 자신>을 생명으로 영접하여 거듭나는 것은 그 본인이나 하나님께 참으로 가치 있는 큰 사건입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이뤄지려면, 그 후에 그분을 더 받아들여 생명이 자라고(엡3:17), 다른 성도들과 함께 한 몸으로 건축되어 가는 과정(엡4:16)이 남아 있습니다.
에베소서 4장 11절부터12절에서도 각종 하나님의 종들이 해야 할 일은 성도들을 온전케 하여 사역의 일, 즉 그리스도의 몸을 건축하게 하는 것임을 말씀함으로써 이 점을 재차 확증해 주고 있습니다.
돌이켜 보면, 오래전에 교회가 예배당 건물 혹은 어떤 교단 조직이 아닌 생명의 유기체임을 보게 된 것은 주님의 긍휼이었고, 제 인생에서 하나의 큰 전환점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을 알고, 교회를 알고, 그분의 경륜을 알았어도, 측량할 수 없는 그리스도의 풍성을 추구하여 누리고 그 누림을 복음으로 전하는 삶이 없다면 여전히 공허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현재 하나님의 경륜의 마지막 경주자들인 우리 모두에게 남겨진 무거운 과제입니다.
오, 그리스도의 풍성을 알고, 체험하고, 확산하기를 얼마나 사모하는지요! 이제 우리 앞에 아래와 같은 그리스도의 풍성을 더 추구하고, 이해하고, 체험하고, 확산하는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오 주님, 남은 일생동안 이 한 가지 일에 자신을 아낌없이 쏟아붓도록 도와주소서!
참고로 신약 성경 회복역은 에베소서 3장 8절의 ‘풍성’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도는 교리를 전한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풍성을 전했다.
그리스도의 풍성은 우리에 대한 그리스도의 존재인데,
예를 들면 빛, 생명, 의, 거룩함이며,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가지고 계신 것이며,
그분께서 우리를 위하여 성취하시고 도달하시고 획득하신 것이다.
그리스도의 이러한 풍성은 측량할 수 없고 추적할 수 없다(엡3:8 각주 3).
오 주님, 우리에게 당신의 마음의 갈망과 뜻을 열어 보여 주사 알게 하심을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우리의 게으름과 순종이 더딤으로 인해 이 땅에 나타나야 할 당신의 교회는 여전히 과정 가운데 있음을 시인합니다. 오 주 예수님, 우리로 매 순간 당신 자신께 돌이키게 하소서! 그리스도 당신의 측량할 수 없는 풍성을 추구하고 또 누리게 하소서. 그러므로 사람들에게 그 누린 풍성을 복음으로, 생명공급으로, 신언(申言)으로 전파하게 하옵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