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성경의 어떤 부분을 읽을 때 처음에는 그 실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말씀을 기도로 가져가거나 우리보다 먼저 그 말씀을 묵상하고 해설했던 성경 교사들의 관점을 참고하면 자기 한계 이상의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솔직히, 아침에 누린 아래 말씀도 그러했습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에베소서 끝에 첨부된 통상적인 마무리 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읽고 묵상하면서 관련 참고 자료도 추구해 본 후에, 이 한 구절의 말씀(엡 6:24)이 에베소서 전체의 압축처럼 느껴졌습니다. 즉 ‘변함없이’로 번역된 원문의 뜻도 매우 깊었고, ‘사랑’과 ‘은혜’라는 말도 그동안 피상적으로 이해해 왔음이 드러났습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변함없이(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가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변함없이(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위 본문이 ‘주님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은혜가 있기를 바란다.’라고만 했으면 아마 저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역 성경이 ‘변함없이’라고 번역한 헬라어 원문이 ‘압흐다르시아’(861)로서 다른 곳에서는 주로 ‘썩지 않음’으로 번역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말씀들입니다. ‘썩지 않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롬 2:7), ‘썩을 것이 썩지 않을 것을 입고(고전 15:54),’썩을 것으로 뿌려져 썩지 않을 것으로 살아나며(42절), ‘그분은 복음을 통하여 … 생명과 썩지 않을 것을 밝히셨습니다’(딤후 1:10). 영어 성경의 경우, 다아비 역 등 원문 직역 성경들은 ‘in incorruptibility’라고 원문대로 번역했고, 킹제임스성경 쪽은 다른 곳에서는 ‘immortality’ ‘incorruption’이라고 원문에 가깝게 번역했으나, 유독 여기서는 ‘in sincerity’(성심껏-한글 킹제임스)라고 번역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도 바울이 말한 ‘썩지 않음 안에서(혹은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오 주님, 사도 바울이 지금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바로 알게 하여 주소서’라는 기도가 있었습니다. 그 후에 아래 각주를 참고로 읽어 보았습니다.
직역하면,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합당한 교회생활을 하려면, ‘변함없이’(in incorruptibility) 주님을 사랑해야 한다. 즉 에베소서의 여섯 장들이 계시하고 가르치고 있는 모든 중요한 항목들에 따라서, 주님을 사랑해야 한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 새사람, 하나님의 비밀의 경륜, 그 영의 하나, 실재와 은혜, 빛과 사랑, 하나님께서 주신 완전한 전투 장비와 같은 항목들인데, 이것은 모두 부패하지 않는 것이다. 주님을 향한 우리의 사랑은 교회를 위하여 반드시 이러한 부패하지 않는 것들 안에 있어야 한다(각주1).
위 각주를 읽은 후에 아마 천연적인 사랑이 아니고 뭔가 영적인 어떤 것으로 주님을 사랑하라는 말인가 보다 하는 감은 왔습니다. 그래도 좀 더 참고될 만한 관련 자료를 찾던 중에 한 신실한 성경 교사가 이미 30년 전부터 이 주제로 전했던 여러 편의 메시지가 있는 것을 알고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위 ‘압흐다르시아’(861) 즉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를 직접 설명하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천연적인 모든 것은 부패하지만, 하나님, 신성한 생명, 부활 안에 있는 모든 것은 부패하지 않는다(딤전 1:17, 딤후 1:10, 고전 15:42, 52-54). 바울의 글들에서 ‘부패하지 않는, 혹은 썩지 않는(incorruptible)’이라는 말의 쓰임에 따르면, 이 말은 주로 하나님과 하나님께 속한 것들을 가리킨다. 우리는 주 예수님께서 삼일 하나님의 체현이신 것 안에서(골 2:9), 몸의 요소이신 것 안에서(고전 12:12), 실재와 은혜와 평안과 사랑과 빛이신 것 안에서(요 1:17, 8:12, 14:6, 엡 2:14, 요일 4:8), 한 새사람의 조성성분이신 것 안에서(엡 2:15, 골 3:10-11) 그분을 사랑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삼일 하나님과 그리스도와 그분의 몸인 교회를 포함하여, 에베소서에서 계시해 주고 있는 것들과 관련된다.”(WL 전집, 1991-1992년, 1권, 영문판, p67).
여기까지 만으로도 위 구절이 그냥 ‘변함없이’ 주님을 사랑하라는 말씀 그 이상임이 느껴졌습니다. 솔직히 베드로의 경우에서 보듯이, 천연적인 사람 중에 변함없이 주님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변함없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그런데 Marvin R. Vincent는 이 구절을 주석하면서, “영속적이고 부패하지 않는 사랑으로 그리스도를 사랑하는 이들”(Who love Christ with an imperishable and incorruptible love)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주님 앞에서 이 부분을 계속 묵상할 때, 문득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마음에 부어졌다”는 말씀이 생각났습니다(롬 5:5). 아울러 아래 설명도 위 구절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습니다.
“우리가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주님을 사랑하는지는 우리가 그분을 이것들 안에서 사랑하는지에 달려 있다. 비록 많은 다른 것들이 부패할지라도, 그리스도의 몸은 부패하지 않는다. 이러한 몸의 건축은 다음 세 가지 주된 범주인 사람들을 삼일 하나님 안으로 이끌도록 복음을 가지고 다른 이들을 방문함, 가정 집회 안에서 새 신자들을 목양함, 교회 집회들에서 말하므로 이뤄진다. 이러한 세 종류의 수고의 결과는 영원히 남을 것이고, 절대 부패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님을 사랑함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주님을 사랑하는 것이다. 나는 모든 성도들이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이러한 종류의 부패하지 않는 사랑 안으로 들어가기를 소망한다”(WL 전집, 1988년 제1집, 영문판, p574).
요약하면, 주님을 부패하지 않는 것들 안에서 사랑한다(엡 6:24)는 말은 구체적으로 1) 우리 안에 이미 부어지신 사랑이신 하나님(요일 4:16), 즉 “믿음 겸한 사랑”(엡 6:23)을 원동력으로 삼아서, 2) 복음을 전하고, 3) 새 신자들을 목양하고, 4) 교회 집회들 중에서 신언(申言), 즉 하나님 말씀을 해냄으로써, 5) 그분의 몸을 건축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 주님, 우리가 모두 주님을 사랑함으로 이런 사람을 살게 하소서!
은혜가 함께 함: 이렇게 에베소서가 말한 모든 주요 항목들의 실재이신 썩지 않으시고, 영원하신 분을 우리 존재 안에 모셔드리고, 그 힘(사랑)으로 복음을 전하고, 새사람을 양육하고, 주님의 몸인 교회 건축을 위해 말씀을 증거하는 생활을 하는 사람은 당연히 은혜 곧 우리의 누림이 되시는 하나님이 함께하실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이 사도 바울이 에베소서 6장 24절에서 말하고자 했던 내재적인 의미임이 이해되자 깊은 속에서부터 이런 삶을 살고 싶은 갈망이 생겼습니다.
오 주님, 우리의 남은 일생이 부패하지 않는 가운데
당신을 사랑하는 교회생활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