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오지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날 한 토인이 사소한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추장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습니다. 추장은 화가 치밀어 죄인을 사형시킬 것을 명했습니다. 이 사실을 안 선교사는 비싼 보화를 사가지고 가서 추장에게 주면서 죄인의 생명을 살려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추장은 보기보다 완고하고 냉담했습니다. “저런 물건이 다 무슨 소용인가? 나는 상아나 금, 은, 노예 따위는 부럽지 않소. 그런 것들은 저쪽 부락에 가면 얼마든지 빼앗아올 수 있소. 더구나 백인의 물건은 갖지 않겠소.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오직 피요. 다른 것은 소용없소.” 추장은 다시 부하에게 죄인을 죽이라고 명했습니다. 화살이 시위에서 떠나려는 순간 선교사의 가슴에는 연민의 정이 가득하여 자신도 모르게 죄인 앞을 가로막고는 자기가 화살에 맞았습니다. 순간 선교사는 쓰러졌다가 이내 몸을 일으켜 화살을 뽑아 땅에 던졌습니다. 피가 솟구치는 몸으로 그는 추장에게 다가갔습니다. “자, 당신이 구하고 있는 피요. 받으시오. 그리고 그를 살려 주시오.” 선교사의 행동에 감동한 추장은 “좋소. 당신은 당신의 피로 그를 샀소. 그는 당신의 것이오.” 그 때 죄인은 선교사의 발밑에 엎드려 감격에 떨면서 부르짖었습니다. “주인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은 피로 저를 사셨습니다. 아무쪼록 오늘부터 어디를 가시든지 제가 모실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 후 선교사가 가는 곳마다 그 토인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습니다. 그는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에도 결코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헌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