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요즘 세상 살기 힘들다고 푸념을 하지만,
돌아보면 많은 점에서 세상 살기 좋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굶주림과 전쟁이 확연히 줄었고,
질병치료와 교육을 받을 기회가 확실히 늘었고,
무엇보다 약자에 대한 인권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여자, 아이들에 대한 보호책이 강화되고,
지난날 난무했던 폭력이 현저히 줄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물리적인 폭력을 멀리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다행인지!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선반에 아이들을 위한(?)
매가 준비되어 있는 집이 많았다.
우리 집에서는 빗자루대가 어머니 손에서 매로 둔갑하기도 했다.
뒤뜰에 쌓아 둔 나무각목은 오빠가 나에게 사용하는 매가 되기도 했다.
나는 대체로 말을 잘 듣는 막내딸이었지만,
흑백텔레비전에서 방영되었던 ‘여로’라는 드라마의 강력한 유혹은
해지면 대문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우리 집 딸들에 대한 규율을
어기게 했다.
남의 집 마루 끝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늦게 귀가한 댓가로
뒤뜰에서 각목으로 엎드려뻗쳐 엉덩이를 맞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학교에서는 아예 잘 다듬어진 매를 하나씩 들고 다니는 교사들이 많았다.
숙제 안했다고 때리고,
떠든다고 때리고,
성적 나쁘다고 때리고,
학교 청소 깨끗이 안 했다고 때리고,
학교 준비물 안 가져 왔다고 때리고,
보리혼식 장려에 쌀밥 도시락 가져 왔다고 때리고,
점심시간 되기 전에 도시락 몇 숟가락 떠먹었다고 때리고,
심지어 육성회비 제 때 내지 않는다고 매를 드는 교사도 있었다.
그렇게 집이나 학교에서 매 맞는 일이 많아서인지
동네에서 아이들끼리 놀 때로 자주 육박전을 벌였다.
그리하여 내 남동생은 번번이 코피를 흘리며 씩씩거렸다.
그 뿐이 아니었다.
동네에서 술에 취한 남자들이 여자를 때리고 기물을 부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공포를 조장하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시절엔 누구 하나 경찰서에 연락을 하거나
법의 보호를 받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신고를 할 전화기도 잘 없었고,
‘여자와 명태는 두들겨 패야 제 맛이다.’라는 속언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던 참으로 고약한 시절이었다.
그때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며 지금은 ‘평화의 시대’가 아니냐고 외치고 싶다.
그러나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서로를 아프게 하는 것이 있다.
이 것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안식을 쉽게 앗아가기도 하고,
때론 우리의 정신세계를 망가뜨리기도 하며,
심지어 목숨을 빼앗아 가기도 한다.
폭력보다 더한 폭력 ‘말의 폭력’이 그러하다.
말의 폭력은 완력자나 아니나 그리고 서열과도 관계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폭력의 여파는 하염없이 길 때도 있다.
거기다 본인의 의도 된 바 없이 상대에게 가해지기도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때론 교묘하게 때론 무자비하게 자행할 수 있다.
그래서 ‘말의 폭력’은 이렇게 편리하고 나아진 환경에 살면서도
우리의 행복지수를 떨어뜨리는 주요한 요인이기도 하다.
이러한 말에 대한 교훈과 지혜를 배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필요할 것이다.
지난주 교회 형제자매들과 열두광주리가득히(워치만 지음) 책자로
‘말’에 관해 배웠다.
이런 귀한 가르침을 지나가는 지식이 아닌
마음에 깊이 새기고 싶어 다시 정리해 본다.
거짓말 하지 마라.(Don’t lie.)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마라.(Don’t say anything that isn’t true.)
서로에게 유익이 없는 말을 하지 마라.
(If it’s not helpful, don’t say anything at all. Don’t say negative things.)
바른 말이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하고 상대가 들을 준비가 되지 않았으면 하지 마라.
(If things need to be said, know the place and the time to say it. Make sure they are ready to hear it.)
더러운 말, 악독한 말, 다투는 말, 이간시키는 말, 일구이언하는 말을 듣기를
거부하라.
(Avoid engaging in conversation that are negative, hurtful,
aggressive, combative or backstabbing.)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해야 하지 말아야 할 말들과 듣지 말아야 할 말들로
서로를 때리며 마음의 안식을 잃고 사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지.
돌아보면 가끔 매 맞던 어린 여자애 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나 또한 누구 못지않게 유익이 없는 말들을 뱉어 냄으로
누구에겐 깊은 상처가 되었고 폭력이 되었을 것이다.
의도가 있었던 없었던 간에 내 자신이 폭력자가 되는 것은
정말 끔찍하고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주님 앞에 회개하고자 한다.
부끄럽고 후회되는 모든 말들을 진심으로 부끄러워하고 후회한다.
그리고 마음 깊이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하지 않기를 배우기 원한다.
그래서 시편 141편 3절의 기도가 나의 기도이기도 하다.
“여호와여 내 입 앞에 파수꾼을 세우시고 내 입술의 문을 지키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