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약한 부분을 감지하면 신경이 쓰이고 튼튼하게 하려고 애를 쓴다.
학창시절부터 약해진 시력을 보강하려고 안경을 쓰고,
녹색을 즐겨 보며 눈에 좋은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위가 약해지니 맵고 짠 것을 피하고 과식을 삼가려고 애쓴다.
약해진 피부를 위해서는 중성 화장품을 찾고 강한 햇빛을 피한다.
이 같이 약한 부분엔 좀 더 마음을 두고 보살피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내 몸의 과한 부분은 내 자신으로부터 심한 괄시를 받았다.
유달리 긴 손가락과 긴 발가락 그리고 굵은 다리는 늘 보기 싫었다.
긴 손가락이 창피하여 누구와 손을 잡거나 아주 가끔 악수를 할 때면 머뭇거렸다.
그러나 사십이 넘어 피아노를 배우게 되면서 내 손이 꽤 쓸모 있음을 알았다.
8음표를 여유 있게 누르며 피아노를 칠 수 있어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다지 굵고 딱딱하지 않은 손가락을 잘 관리하면 괜찮아 보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일할 땐 꼭 고무장갑을 끼고, 로숀을 열심히 발라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굵은 다리는 오십 중년이 되니 하체가 튼튼한 것이 건강유지와 운동에 좋다 싶어 나의 괄시 항목에서 제외가 되었다.
그러나 긴 발가락에 큰 발은 지금도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젊은 날에도 그랬고 지금도 예쁜 신발을 마음대로 신을 수 없다.
그래서 내 발한테 자주 내뱉는 말은
“이 큰 발을 확 잘라 낼 수도 없고 우야모 좋노?“
......
이런 글을 적으면서 나의 발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내 발이 이런 발언을 할 수도 있겠다 싶다.
“열이 많아 뜨끈뜨끈한 발이 겨울날 이불 밑에서 같이 사는 사람 온기를 높이는데 좋지 않나요?”
“그래, 그런 면은 있지. 그래도 너는 너무....... 좀, 그렇다.”
이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 내 신체부위에 불평이 끝나지 않는데
나를 숙연하게 하는 어느 부부가 있다.
남자는 눈이 멀었고, 여자는 말이 어눌하여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내가 본 커플 중에 제일 다정하고 아름답다.
두 사람은 항상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걷는다.
글을 못 읽는 여자는 외모도 그렇고 생각하는 사고도 남들보다 약간 아래다.
그래서인지 본인보다 남자의 의견을 제일로 여긴다.
“나는 몰라요. 우리 아저씨가 이런 걸 하래요.”
남자는 늘 잔잔한 미소로 여자에게 조근 조근 일러주고,
그에 따라 여자는 물건을 고르거나 요구한다.
여자가 하는 말을 우리가 영 알아듣지 못하면 남자가 다시 말해 준다.
그렇게 두 사람이 텃밭을 일구며 산다.
“두 분이 참 보기 좋아요.”
그러면 남자는 “이 사람이 참 고맙지요.”
남자를 붙들고 선 여자는 “우리 아저씨가 참 좋아요.”
두 사람 얼굴엔 가식이나 농담이 전혀 없다.
시력을 잃은 두 눈이 되어 주는 여자를 너무나 귀히 여기고 사랑하는 남자.
언어와 지능 판단력이 되어 주는 남자를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여자.
두 사람을 볼 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주 그리스도의 몸의 실재에 대한 메시지를 대하면서
아름다운 그 부부가 생각난다.
‘그리스도의 몸은 모든 믿는 이들이 합해져서 이루어진다.
모든 믿는 이 하나하나가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한 지체이고,
모든 믿는 이 하나하나가 없어서는 안 될 존재이다.‘
‘자신이 지체임을 본 사람은 분명히 몸을 귀중히 여길 것이고, 다른 지체들을 존중할 것이다. 또한 더 이상 자신의 좋은 점만 보지 않고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낫게 여길 것이다.’
그러나 교회생활, 그리스도의 몸의 생활 안에서 나는 얼마나 자주 보기 싫고 불편함을 주는 손과 발을 지적하며 불만이 많았는지!
그리고 아직도 그 불만에서 완전 해방하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참으로 그러한 데서 구원받고 해방되기를 간구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에게 배우라고 하신 주님 앞에 나온다.
우리 안에 생명 주시는 영으로 오신 주님을 신뢰한다.
나는 할 수 없고 볼 수 없지만,
영 안의 그 생명으로 그리스도의 몸을 볼 수 있기를 간구한다.
그리고 고린도 전서 12:26~27 말씀이 내 안에서 실재가 되기를 기도한다.
‘한 지체가 고통을 당하면 모든 지체가 함께 고통을 당하고, 한 지체가 영광을 받으면 모든 지체가 함께 기뻐합니다. 여러분이 곧 그리스도의 몸이며, 여러분의 각 사람은 그 지체들입니다.’ -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