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와서 지난이야기에 이어 풀어가다 보니..
글도 길고 사진도 많이 모였어요....ㅜ.ㅜ.....
그래서 짧게 인사만 드리고..^~^
후다닥=3=3=3=3
1992년 동부 이촌동, 재개발 준비중이였던 공무원 아파트는...
내 삶에서 아파트 라는 곳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살아봤던 곳이였습니다..
비록 한 동에 서너집 밖에 살지 않는 곳이였지만..
방배동 주택에서의 생활과는 또 다른 편안함(?)이 있었습니다...
(돼지고기 목살로 불고기가 메인이였던 상차림)
(어렵게 구한 한국무로 초절임한 후 무쌈말이-딱 한 번 해봄)
(새우 쪄서 바로 먹으면...스읍~)
현관문만 닫으면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는것...
연탄을 때는 구조여서...
11월 생인 유니를 낳자 마자 몸조리 하기가 아주 좋았었습니다.....
남편은 자기가 없는 사이 연탄가스에 취해
가족이 어떻게 될까봐 늘 전전긍긍이였지만요...
산후임에도 스스로 밥을 하고, 차리고 먹고 치우기가 편하고,
뜨뜻한 아랫묵에 이부자리 깔고
애들과 지내면 참 따뜻한것이 시골집 기분도 나고....
그 당시의 제게 주어진 상황에서는 최고의 셋집이였습니다...
(연어회가 모자랄까봐 급하게 삽결살까지...ㅜ.ㅜ 안어울림)
(일본 하숙아저씨들 계실때....)
(폭립 잘라서 압력솥에 찐후 매운 양념하기)
22개월 된 승범이가 밖에 나가자고 졸라대는 것 외에는...
아빠가 집에 있을 때는 잠깐씩 놀이터에 나가 놀아 주지만...
일하랴, 복음전하러 다니랴...늘 바쁜 아빠가 집에 없을 땐...
혼자서 방안을 빙빙빙 다람쥐 처럼 뱅글 뱅글 뛰어 다니는 힘이 넘치는 애였습니다...
아래집, 옆집이 다 비어 있으니 맘놓고 뛰어 다니게 내비뒀더니...
위층에 사시는 분이 하루는 내려 와서...여기 미싱돌리는 공장이냐고 물어왔습니다...ㅠ.ㅠ.
위층에서는 그렇게 들렸나 봅니다...죄송하다고 하고...조심시키겠다고.....
그래서 할 수 없이 막내 여동생이 낮에 잠깐씩 와서
승범이를 데리고 놀이터에서 놀아주기로 했습니다...
(소박한 저녁 상차림)
(굴 무침에, 돼지고기 수육인 듯..)
남편은 여전히 새벽엔 우유배달을 하고...
저녁 퇴근 시간 즈음엔 동부이촌동 역앞에서
도서 판매를 하며 생활도 하고,
복음도 전하고 하였습니다...
그때 복음전파를 통해 만났던 분 중 한 분이
이번에 에딘버러를 방문하신다고 해서...
아주 기대하고 반가운 마음 한 가득입니다...
(민박 손님들 상차림엔 늘 계란찜...^^)
(코슷코에서 싱싱할 때 사는 스코틀랜드 산 연어..)
그 당시 저는 심적으로 참 어려운 시기에 있었던것 같습니다...
생활은 나아지는 것이 없는데...
이제 두 아이의 엄마라는 버겁게 책임져야할 현실과...
이 꼬물거리는 두 아이들이 전적으로 내게 의지하는 삶을 살아야 하는것에 비해..
난 이 아이들을 이쁘하거나 사랑스러워 하는것 같지 않은 마음....
엄마라는 단어에 맞는 준비가 덜 된것 같은 성품.....
(식빵 구워서 마요네즈 버무린 샐러드..손은 많이 가고..맛은..?)
(닭다리로만 볶음, 가지구이......)
그리고 아주 심각한 오해에 빠져 있었던 영적어려움은.....
주님을 위해 더 많은 봉사와 헌신을 해야 할것 같은데...
아이들에게 묶여서 아무것도 못하게 되었다는 죄책감과 상실감,
그래서 하나님이 나를 사랑해 주시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
교회안에서 봉사를 하지 않으면 성도들이랑 멀어지지 않을까하는 조바심...
한순간에 무용지물이 된것 같은 내자신의 비참함이..
(좀 바쁘고, 정신없는 상차림..ㅠ.ㅠ)
(여름 민박 손님이 많아서 거실과 주방에 두 상을 차렸야 했을때..)
(필리핀 하숙아저씨를 위해 함박스텍..?)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는 위대한 사실보다 더 크게 느껴져서...
가슴엔 커다란 돌덩이가 앉은듯 무겁고...
산후 바라지 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나날이
혼자 미역국을 뎁혀 먹으면서 줄줄 눈물만 흐르고...
친정어머니는 아프셨고,
시부모님들도 당신들의 생활고를 해결하시느라...
하루가 벅차시던 분들이셨고....
새벽부터 혼자 이리뛰고 저리뛰는 남편이 안쓰럽고,
이런 아내 마음도 몰라주고 열심히 교회봉사에 바쁜 남편이 밉기도 하고...
늘 새신자들만 돌보러 다니던 교회자매님들은...
저희부부는 교회생활 잘하는 강한 지체라고 믿고 계셔서..
잘 지내겠거니....하고
별로 돌아보지 않는것에 대한 서운한 맘도 컷던것 같고....
(일본 하숙 아저씨들..탕수육..카레도 좋아하시고..^^)
(쇠고기 얇게 썰어서 샤브샤브.....)
지금에서야 돌아보니 산후 우울증 같은걸 겪고 있었나본데...
그당시에는 그저 아이낳고 성경 안읽고, 기도 안해서..
믿음이 약해졌다고 생각하고 자신을 책망만하고....
거기다가 남편이 교회 간 토요일, 주일이면.....
귀남이 후남이 나오는 드라마에(제목이 생각안나는데...)
감정이입이 되어서....후남이 같은 내 인생이 서럽고...
채시라의 서울집이 부럽기만 하고....
이런 내가 한심해서
훌쩍거리느라 눈까지 팅팅 붇고....
마음의 눌림으로 입술이 다 부르트고.....
몰골이 말이 아니였었습니다....
(오삼불고기와....민박 손님들 상차림..)
(삼겹살 구이와....)
거기다가 산후 우울증을 가장한
내속에 있던 삐뚤어진 마음들이 온통 다 드러나서...
동부이촌동에 사시는 다른 성도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초라함은...
내적인 존재까지 흔들어 버려서
만사가 귀찮고, 잠만 자고 싶고, 점점 나락으로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연어회...)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예배를 많이 드리다보니..
저 분들은 믿음도 좋고, 봉사도 많이 하시고...
아파트도 크고, 차도 좋고...
직장도 좋은데 다니시고, 회사 사장님이기도 하고...
대학 교수이기도 하고...
집안 형제들도 다 멋지고 화려하고...
집엔 늘 먹을것이 한가득이고...
생활용품들도 곳곳에 가득 가득이고...
그런걸 또 나눠주기도 잘하시고...
(한 여름 민박 손님들 상차림인듯....좀 부산 스러운 느낌...^^)
식탁하나가 3백만원짜리라고 하고....
예배후에 내어 놓는 과일 담은 접시들은...
하나같이 너무 근사하고 이쁘고...
우리집만한 커다란 안방엔 화장실이 따로 있고...
냉장고들도 어찌나 크고, 먹을것도 많은지...
생전 처음보는 양념들이며, 음식재료들..
입은 쉐타에는 악어, 우산이 그려져 있는데 왠지 고급스러워 보이고...
말씀과 행동들도 우아하고 교양있으시고...
그래서 가까이 있으면 저절로 존경스런 마음이 생기고...
그에 비해 우리는 왜이리 거칠고 천박하게 느껴지는지...
(겉절이와 돼지고기 된장에 삶아서...)
(예쁜 접시 사온 기념(로열 달튼)으로 비빔국수..)
아파트마다 불이 환하게 켜진 고층아파트에서 돌아와...
어두컴컴한 단지내에 5층짜리 공무원 아파트에서..
저는 꾸질한 내 모습에 짜증과 신경질을 내고...
그런 내자신이 한없이 슬프기만 했었습니다...
남편과는 사랑이였다기 보다는
믿음의 동지같은 마음으로 결혼한 것 같아서...
이러한 제 마음의 상태를 얘기하기가 부끄럽고...
실망을 줄까 두렵기도 하고...
당시의 남편은 뭐든지 하나님께 기도하고,
성경을 읽고, 봉사하고 헌신하면 된다고 철저히 믿고 있었지...
저의 이런 사정을 이해도 못하거니와...우울증이라는게 뭐예요..?
제가 영적으로 게을러지고 나태해졌다고 안타까와 하기만 했습니다...
맘에 드는 네모 접시 산 지념으로...
런던에서 불판 사온 기념으로...
선물 가게 앞에서...세익스피어 생가.
저는 마음이 더 꽁꽁 닫히고, 삐뚤어져서....
갓난쟁이인 유니가 태열 때문에 밤에 더워서 우는지도 모르고..
엉덩이를 때려 버리고....
호기심 왕성하고, 힘이 펄펄 넘치던...
승범이의 요구를 다 못채워줄 뿐 아니라..
낮잠 안자고 찡찡 댄다고 막 때려주고....ㅠ.ㅠ...
나쁜 엄마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남편의 비젼과 열정을 잘 알고 동의해서 결혼했음에도...
이제 어떻게 아이들과 네식구 살거냐며...
뭐 먹고 살고...집세내고....
언제 돈 모으고...집 살꺼며...
시동생 차 돌려주고 우리 차 살거냐며...
매일 들들 볶아 댔었습니다....
(hesed-82회원) 직접 만든 스시)
(장어 초밥..저희집에 와서 직접 만들어 줌...^^)
(짜~잔 ....푸짐한 일식 요리로 파티한 날...)
그것도 모자라...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하나님을 믿으려고 하고...
헌신하고 섬기려고 하는데...
힘에 넘치도록 봉사했고, 열정적으로 교회생활하는데...
당신은 아내나 아이들보다 교회일이나 성도들한테 더 열심인데...
하나님이 우리한테 해 주신게 뭐가 있냐고...
엉엉 울면서 원망의 말을 남편한테 퍼부었습니다....
(좀 진정이 된 듯한...무채무침이 별식)
(스웨디쉬 미트볼..토마토 소스볶음)
마음 약하고 착한 우리 남편은...
제가 그런 마음 고생을 하는지 전혀 눈치 못채고 있던터라...
내용은 둘째치고 아내가 운다는 사실이 너무 마음 아픈지...
일단은 같이 울어주었습니다...
옆에서 두 돌된 승범이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엄마 아빠가 우니까 지도 따라 울고....
실컷 울고 나서 그랬는지...
남편이 같이 울어 주어서 그랬는지..
제마음이 조금 말랑해 진것 같았습니다...
조곤 조곤 말 잘하는 남편이
이런 저런 얘기들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집을 비운사이 남편과 친구 아들이 요리책 보고 밥해먹는 중)
당신도 알다시피 나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
세상일엔 최소한 우리의 필요를 위해...
나머지 시간은 주님을 위해 살고 싶은 마음으로...
나는 정말 예수님을 사랑하고, 성경 말씀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내와 아이들도 너무 너무 사랑해서
하나님이 질투하실까 두려울 정도다...
그리고 하나님을 믿는 성도들과 교통도 사랑하고...
안믿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도 너무 좋다...
무엇보다 하나님이 성경에 약속하신 말씀들을 이루실 것을 믿는다...
그리고 우리의 원함을 들어 주시는 분이라는것도 믿는다....
하나님이 꼭 이루어 주실거다....
약속의 말씀을 믿어보자...
하나님의 때에 반드시 이루어 줄것이다....
(밑반찬 얌전히 준비해서 불고기와 8월 민박 손님들)
그러니....지금부터 당신이 원하는 것,
부족한 것을 말해 보라고 합니다.....
혹시 내가 모르는 필요가 더 있으면
일하는 시간을 좀 더 늘여 보겠다고 합니다..
남편이 이리 말해주니..
마음이 좀 풀리는것 같았습니다....
자기의 열정을 잃지 않고 소명을 부인하지 않는 믿음직함이 좋았고...
내가 하나님을 믿는 믿음이 약하다면
남편이 확실히 믿는 하나님이라도 믿어보고 싶었고..
언제든지 일을 더 하겠다고 말해주는 남편이 고마웠습니다...
(어찌하다보니 메뉴가 뷔페식..)
( 이웃분들 점심 초대 준비 중)
(김치찌게가 메인이였던 )
결혼해서 2년동안..
잘곳이 없어 못 잔 적이 없었고..
밥을 굶은적도 없었고..
옷을 벗은적이 없었고..
애들을 굶긴적도 없었고...
아파서 병원을 다닌적도 없었고...
임신해서 조그만 병원 다녔는데도...
막상 애 낳을 때는 큰병원가서 안전하게 낳도록 하나님이 인도해 주셨고...
건강하게 애들 숨풍 숨풍 잘 낳고...
몸조리 잘 할수 있도록 이렇게 저렇게 인도하셨고...
우유배달하니 승범이 우유 안 떨어뜨리고 먹이고...
돈이 없어 형제, 자매들 대접 못한 적이 없었고...
월세 20만원을 반으로 줄여 줄려고..
일부러 나서서 전세 대출알아봐 주시고,
보증까지 서 주신 자매님도 계셨고,,,
그렇게 하루 하루 부족함 없이 살았었는데...
(누룽지 탕 새우가 탱글 탱글.....)
(축제 때문에 세 얻어 민박했던 센터 집 아침상..특별 게스트들의 특별 주문 아침상)
제게 제일 부족했던 것은 하나님 자신이였습니다...
무엇하나 넉넉한게 없었던 어린시절부터...
제 인생에 살짝 끼어 드신 하나님이 제 부족했던 모든 상황을
채워주시는 분이였고...부족함을 모르게 하셨던 분이였고..
가난을 가난으로 느끼지 않게 해 주셨던 분이였는데...
그 분이 부족하고 보니...
슬슬 남들과 뭐든지 비교하게 되면서..
제 인생이 갑자기 초라하고
후줄근 해지고 말았던 것이였습니다...
(오랜만에 엉덩이 접시-복숭아 접시 꺼내서...^^
(스톡 온 트랜트 그릇 공장 갔었을 때..)
남편과의 깊은 대화를 통하여..
정성스런 돌봄과 배려와 기도로...
제 마음이 많이 추스려졌고....
제 마음고생을 알게 되신 자매님들의
사랑스런 방문들로 다시 위안과 격려를 받고
몸도 추스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또 우리가 무작대기로 달려 들어
열정적인 마음만으로 봉사하기 보다는...
주어진 환경들마다 순종하는 삶을 살면서...
고귀한 인격을 갖춘 아름다운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엄청난 힘만 소유했던 삼손이 아니라...
모든 상황에 하나님의 손길을 의지하며 순종하며 살았던 요셉처럼...
(신세진 분들을 위한 선물용으로 산 시계)
(바빳던 8월의 흔적...)
(아스파라거스와 스칼럽 볶음)
스산하고 허름했던 조그만 아파트, 4번째 셋집에서...
저는 아이도 낳았고...
마음고생도 했고...
몸살을 앓았었지만...
남은 삶을 비루하고, 후줄근하게 살지 않는 지혜를 얻게 되었는데...
갑자기 복권에 당첨되거나,
남편이 크게 달라지거나,
부모님의 도움이 있었거나..
(닭가슴살 찢어 후다닥 샐러드..)
(닭가슴살로 만드 탕수육)
(아마 외국 손님이 있었던 듯)
사업을 하게 되거나...
적금을 타거나...
어디서 돈이 굴러 오거나 하진 않았지만..
예수님을 사랑하고,
성경 말씀을 믿는 그마음 변하지 않고...
단 하나 밖에 없는 내 인생을
절대 남의 삶과 비교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8월에 런던에서 오셨던 82회원 가족팀 상차림)
늘 이것이 내게 최선이다라는 마음으로
때론 울기도 하면서, 때론 웃으면서..
여전히 겨울엔 추워하면서,
여름엔 더위와 함께...
그렇게 하루 하루를 모아서...
지금까지 17년을 지내왔습니다.....
(얼마전에 오신 게스트께서 저녁 식사후 작정하고 찍어 주신 부부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