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나눔방
, 2008-05-22 , 조회수 (3111) , 추천 (0) , 스크랩 (0)

오늘은 주소록을 만드느라 지체들에게 전화를 많이 하였습니다.

바뀐 핸드폰번호 및 주소를 확인하느라고요.

이사와 이주가 많은 이 곳 뉴질랜드 생활환경으로 인하여

번번이 주소록을 업그레이드(?) 시켜야하는데 한동안 그런 작업이 없었습니다.

지체들로부터 몇 번이나 주소록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요청이

있었지만 어쩐지 선뜻 그 일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일이 확인하며 한국어와 영어로 정리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지만

그 보다 제 마음에 작은 두려움내지 슬픔이 있어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지난해는 유독 장례식이 많았습니다.

제 모친을 비롯하여 가깝게 지내던 사랑하는 형제님과 자매님

그리고 하루 전날 제 품에서 방긋거리며 놀던 어린 생명까지...

모두가 갑자스레 떠나갔습니다.

담담하게 제 할 일을 하며 일들을 치렀지만 그 후유증은 고약했습니다.

뭐라 뚜렷이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에 눌러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무력감으로 휘청거렸습니다.

그러나 말씀으로 위로 받고 주님께 의지하며

시간이라는 좋은 약으로 자신을 추스리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아직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늘같이 주소록을 정리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떠나간 형제님 자매님의 이름 위에 두 줄을 긋고 나니

혼자된 자매님이 이 주소록을 보면 어떨까 싶고

엄마의 이름이 지워진 명단을 보는 자녀들의 마음은 또 어떨까 싶어

마음이 아렸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이런 아픔들로 우리들을 얻으시는 분이심을 믿습니다.

그리고 주님의 안배는 놀랍습니다.

우리 곁을 떠난 지체의 빈자리에 사랑스런 새 생명들을 주셨고,

멀리 이주한 가정이 있는가 하면 새로 얻어주신 가정들이 생겨나

노스쇼어 한국어 성도 주소록 명단은 더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가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해가며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서로 부족하고 서로 힘든 일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교회생활을 사랑하며 하나의 몸을 건축하는

지체 하나 하나의 모습이 전에 없이 가슴깊이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주님에게 간절히 간구한 것은

지체들을 더 사랑할 수 있기를..

시기 질투 교만 자랑이 없는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지체들을 사랑할 수 있기를..

주님께서 우리 모두를 긍휼히 여기시고 축복해 주시기를..

한 명도 낙오자가 없도록 우리 모두를 부흥시키시고 이끌어 주시기를..



낮 시간 내내 지체들의 목소리와 함께 지낸 탓인지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마음이 훈훈하고

자꾸 감동이 되어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이제 이런 눈물이 단지 슬픔이 아닌 따뜻한 사랑의 눈물이기 원합니다.

사랑이신 주님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님과 함께 하는 아름다운 교회생활을 사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