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러 갑니다.
나눔방
, 2007-02-18 , 조회수 (2755) , 추천 (0) , 스크랩 (0)

 

지난 일주일은 학교 등록을 위한 영어 테스트와 학교 입학 준비로 바빴습니다.

그런 과정이 다 끝나고 내일부터 공부하러 갑니다.

영어공부를 위한 코스이니 그다지 힘들지는 않을 듯도 한데

안하던 공부를 다시 하려니 약간 부담스럽기도 하고 마음이 바빠집니다.



전에 몇 번인가 언급한 적이 있었지만 영어를 말하는 나라에 살면서

영어를 못한다는 것은 크나큰 장애이자 고통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다시 한 번 영어공부에 매달리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공부를 하기 원하면 경제적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잘 되어 있으니 저도 이런 제도를 누리려 합니다.



뉴질랜드 고등학교까지의 모든 교육과정은 무상입니다.

고등학교 이상 학업에 대한 학비는 정부에서 무이자로 융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융자금은 세금을 지불하는 직장이 구해지면 생활에 지장이 없을 만큼

적은 퍼센트로 공제를 합니다.

직장이 구해지지 않으면 융자금을 갚는 방법은 없습니다.

정부에서 요구 하지도 않고요.



게다가 대학공부를 하는 동안 본인의 생활 정도에 따라

책값이나 교통비 등 생활비를 정부에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선 대학을 가게 되면 대부분이 부모로부터 독립을 하게 됩니다.

부모의 뒷바라지는 고등학교까지이다가 자연스럽습니다.



물론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자녀에 대한 부모의 권위와 입김은 일찍 감치

끝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허리 빠지게 자녀를 뒷바라지하지 않아도 되는 대신

나이 들어 기동이 불편할 때도 자녀를 의지할 엄두도 내지 않습니다.

그러나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제도 또한 선진적으로 마련되어 있으니

크게 걱정할 일도 없습니다.



‘안 해주고 안 받기’ 한 면으로 참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은 정이 없고 서로 외롭기 마련이니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는 다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 학창시절을 더듬어 보면 나도 이런 나라에 태어났다면

지난날 그렇게 아프고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 싶기도 합니다.



육성회비 납부가 안 되어 거명되는 이름에 따라 일어나 고개를 푹 숙여야 했던

중고등학교 종례시간은 어린 시절 비참함을 절감케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학생 개인적인 프라버시는 아랑곳없이 왜 그리 공개적으로 거명을 하고 다그치든지.

객지 나가서 공부하는 오빠 언니 등록금 하숙비에 한숨 짖는 어머니에게

육성회비 영수증을 내밀지 못해 마지막 서너 명이 일어서는 쯤에서야 겨우

“어머이, 육성회비 내야 합니다.”

그리고 교무실까지 불러가서 담임에게 언제까지 낼 수 있다고

날짜 약속을 하고 나면 어머니의 한숨 못지않게 제 한숨도 깊고 처량하였습니다.



그리고 대학 등록금이 없어 합격을 하고도 학업을 포기하여야 하였던

고등학교 졸업 때는 가난으로 인한 절망감의 절정이었습니다.

3년 이후 어찌하여 다시 대학진학을 하고 라면과 커피로 끼니를 때우며

보낸 4년간의 고학시절 또한 춥고 배고프고 고달픈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추억의 한 장면 장면으로

회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있으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부의 지원을 받아가며 중년이고 노년이고 상관치 않고

하고 싶은 공부는 언제든지 시도해 볼 수 있는 곳의 시민권까지

획득했으니 늦복이 터인 셈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주 안에 제일 풍성하신 주님이 제 주인이시니

저는 이제 결코 가난하지 않습니다.



뉴질랜드의 복지제도 혜택도 받고 주님의 풍성을 한껏 누리면서

내일부터 저 AUT 학생으로 공부하러 갑니다.

세 아이들 도시락 싸주고 교통체증 도로를 통과하여 오전 9시까지

학교에 가려면 엄청 바쁠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의지하며 기쁜 마음으로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길 기도합니다.

주님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