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작은 아들
나눔방
, 2007-02-13 , 조회수 (2438) , 추천 (0) , 스크랩 (0)

이민 사회에서 흔히 하는 일이지만 웬만하면 하지 말라는 몇 가지 일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가 홈스테이(하숙) 입니다.

남의 식구와 함께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며 나중엔 서로 마음이 상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저도 빈 방 하나를 그냥 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그 방에 동네 앞 대학에 다니는 대학생 형제가 머물게 되었습니다.

적당한 거처를 찾을 때까지 ‘잠시만‘ 이라는 단서를 붙이고.

그런데 그 잠시가 일 년이 되었습니다.

형제가 착실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며 우리 아이들과 잘 지내는 것이 좋아

저도 잠시가 일 년으로 가는 데 별 불만이 없었습니다.



한 해가 끝날 무렵 형제가 커다란 선물꾸러미와 함께 카드를 내밀었습니다.

‘그 동안 저를 아들처럼 챙겨주시고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자매님 덕분에 제 생활이 많이 안정되었고

주님께로도 더 열린 계기가 되었던 것 같아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렇게 고마워하며 형제는 마지막 유학 일 년을 그대로

저희 집에 머물 눈치가 역력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한 후배가 자기 아이를 맡아 달라는 부탁을 해오고 있었습니다.

방 하나를 더 만들까 이층을 올릴까? 이번 계기로 투자 차원의 증축을 하면 어떨까?

복잡하게 이런 생각들을 하였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주님께 가져가 기도하였습니다.

이러한 일에도 주님이 일해 주시기를..

그리고 이 모든 일에 주님의 몸의 유익이 있기를..

그리고 며칠 지나 영피플 봉사를 많이 하시는 백인 자매님 가정이 떠올랐습니다.

그 가정에 머물 경우 유익한 점들을 열거하니 형제가 좋다고 하였습니다.

전화를 했더니 그 자매님과 형제님도 승낙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대학생 형제가 나가고 올 새 학기부터는 초등6년생의 남자 아이가

우리 가족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남의 어린 애를 어떻게 돌보나 염려가 많았지만

아이를 데려 오기 전 남편과 함께 그 아이를 위하여

그리고 그 아이와 함께 할 시간들을 위하여 기도할 때 안식할 수 있었습니다.

엄마 아빠와 헤어지면서 눈물을 보이던 그 아이가 이곳에서 하루가 지나자마자

명랑하게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그리고 전화에 대고 누누이 “뉴질랜드 좋아요. 학교도 좋아요...” 합니다.


집 안에서 연신 세 아이가 함께 장난치며 깔깔대는 소리가 나니 저도 “좋아요” 입니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원했던 저를 두고 딸아이가 그럽니다.

“엄마, 드디어 소원 성취하셨네요.”

동생과 세 살 터울에 밝고 매사 반듯하게 잘 하는 아이를 칭찬하는 것에

시샘이 섞인 말투입니다.

그리고 마음껏 어찌 해보고 싶어 남동생이 있기를 원했던

제 아들 녀석도 소원 성취를 한 셈입니다.



식사 시간 기도를 할 때면 소리 내어 아멘을 잘하는 그 아이에게

딸아이가 이럽니다. “병혁이 너도 하나님 믿어야 돼!”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해 줍니다.

그리고 제 대신 간식도 챙겨주고 아들 녀석의 심한 장난까지 중재하며

그 아이를 보살피는 딸아이가 고맙습니다.

고분고분한 남동생이 생긴 것이 딸아이도 좋은 모양입니다.

그리고 교회 지체들에게도 brother이 세 명이나 되었다고 자랑을 합니다.



저도 남들에게 대학생 형제는 큰 아들, 새로 온 아이는 작은 아들로 소개합니다.

웬만하면 홈스테이는 하지 말라고들 하지만

홈스테이 잘하면 많은 아들들을 얻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제가 아들 욕심이 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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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사랑스런 이 아이들을 주님 안에서 더 사랑할 수 있기 원합니다.

더 인내하며 주님의 지혜를 배우기 원합니다.

병혁이가 이곳에서 학업을 마칠 때까지 주님께서 보호하여 주시고

양육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이 아이에게도 주님의 생명이 심어지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