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대로 잘 먹고...
나눔방
, 2006-12-03 , 조회수 (2524) , 추천 (0) , 스크랩 (0)

저는 음식을 놓고 아이들과 실갱이를 많이 해오고 있습니다.

“무우라(먹어라). 제발 좀 무우라. 그래 가지고 우예 커겠노.”

두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밥상을 놓고 애간장을 태우며

매일같이 하던 잔소리였습니다.

그러더니 나쁜 식습관 때문인지 부계 유전인자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잘 먹지 않던 두 아이는 확실히 키가 작습니다.



중고등학생이 되니 이제 먹지 않아 애를 태우는 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놓고 다른 형태의 실갱이를 합니다.

“이것 좀 무거 봐라(먹어 보아라). 얼마나 맛있노. 일단 맛이라도 좀 봐라.“

그렇게 애원을 해도 고개를 저으며 “엄마, 죄송해요. 도저히 못 먹겠어요.”

그러면 섭섭하다 못해 부아가 치밀 때도 있습니다.

저희들끼리 서로 영어로 낄낄댈 때 알아듣지 못해 느끼는 괴리감 같은 것을

음식을 두고도 느낍니다.



저희들 잘 키워 보겠다고 남들이 안하는 희생까지 감수하며

다른 나라에서 공부시키다가 아이들의 말을 다 알아듣지 못하는 부모가 되었습니다.

거기다 제가 맛있겠다 싶어 만드는 한국 음식엔 아이들은 고개를 돌리고,

아이들이 맛있어 즐기는 음식엔 버터, 치즈, 크림 등으로 속이 느글거려

제가 고개를 돌려야 합니다.

이건 슬픈 일임에 틀림없습니다.



“와~ 맛있다. 맛있지?” - "그래 정말 맛있다. 아~ 기막힌 이 맛!“

같은 음식을 같이 맛있어 하는 것!

이건 서로의 마음을 여는 출구가 될 수 있으며

따뜻한 정을 나누게 되고 같은 정서를 공유하며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영어는 할 수 없더라도 이 음식만은 포기할 수 없어

제가 가능한 한국 음식에 포크스를 두고

아이들에게 먹어라 맛봐라 하는 애원과 실갱이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제게 살맛이 나는 일이 있습니다.

먹는 음식을 두고도 서로 너무 맛있어 하고

우리의 속사람을 강건케 하는 영적 음식을 두고도 함께 맛있어 하는

이웃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어느 자매님과 연결이 되어 자매 집회에 참석하던 얌전한 새댁이 자매가

한 달 전 저희 집 가까이 이사를 왔습니다.



몸이 너무나 가냘프고 약한 그 자매에게 식욕을 돋게 하고 싶어

함께 식사도 하고 운동도 권하니 참 좋아합니다.

여러 자매님들의 동역으로 마음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자매 모습이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매일 만나 함께 성경 공부를 할 때도 아멘으로 쏙쏙 받아 드립니다.

염려가 있다기에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주님의 이름을 부르고

짧게라도 기도하고, 잠자리 전에도 기도하고 어떤 형태라도 기도하자고 했더니

며칠 후에 “자매님, 너무 신기하고 감사해요. 기도를 했더니...”

자매에 대한 주님의 역사가 놀랍습니다.



그러더니 드디어 며칠 전에 “자매님, 저도 주일집회 참석해 보고 싶어요.”

있는 대로 잘 먹고 있는 대로 잘 받아들이는 자매인데 무엇을 주저하리요.^^

그래서 오늘은 그 자매를 옆 자리에 태우고 주일집회를 향했습니다.

오늘따라 오클랜드 햇살이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처음 주의 상을 대하는 자매를 반기는 지체들의 얼굴 또한 아름답게 빛났습니다.

여러 지체들의 동역으로 얻어진 예쁜 열매이기에

모두에게 더 큰 기쁨이 되었을 것입니다.



할레루야! 아멘!

사랑스런 자매를 주님 당신의 자녀로 삼아 주심에 감사합니다.

주님, 자매의 건강을 지켜주시고,

남편의 구원과 아기를 가질 수 있기를 원하는 자매의 간구도 들어 주시옵소서.

오~ 주님, 김지연 자매의 가정을 온전히 얻으시고 마음껏 축복하소서.

주님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