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아려 봅니다.
나눔방
, 2006-11-03 , 조회수 (2254) , 추천 (0) , 스크랩 (0)

어제부터 남편과 함께 대대적인 집안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집안 거미줄 거둬내기와 묵은 먼지 닦아내기,

물청소로 데크 찌든 때 씻어내기,

바깥벽과 지붕 처마 물청소, 그리고 오늘 오후에는 나무 가지치기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앞집 울타리 역을 잘하고 있는 나무에서 새집을 발견하였습니다.

무성한 가지 사이로 눈에 보이지 않게 용케 만들어진 새집이었습니다.

그런데 새집 주인은 제가 무지 미워하는 몸집이 제법 되는 검은 새였습니다.

금붕어 연못에서 분비물을 배설하여 오염이 되게 하고

심지어 예쁘게 노니는 금붕어를 먹이로 노리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시도 때도 없이 화단을 파헤쳐 자주 빗자루를 들게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괘씸한 것은 딸기나 토마토가 익으면 먼저 먹어치우기 일쑤입니다.

며칠 전에도 올 봄 제일 먼저 익은 딸기를 꼭지만 남기도 옴싹 먹어 버렸습니다.

이렇게 미운 불청객이 어느새 우리 화단에 저희들 집까지 만들어 놓았다니

용서할 수 없습니다.



“여보, 사정없이 부셔 버려요.”

그런데 남편의 대답이

“작대기로 쑤셔도 새가 도망을 안 가네. 알을 품고 있네. 나는 못하겠다.”

제 OO를 지키겠다는 검은 새의 굳은 의지에 남편이 감동이 되었나 봅니다.

그러자 시험 치고 나면 그 새집을 처리하겠다고 아들 녀석이 나섭니다.

기다렸다 OO 새가 나오면 어떻게 할까하며 짓궂은 생각을 합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새집만 없애라.”고 하였습니다.



하잘것없는 새도 제 OO를 보호하겠다는 본능은 생명의 위협도 무릅쓰게 합니다.

그리고 인간사에서 자식을 위하여 희생하는 부모의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그런가하면 고슴도치도 제 OO 예뻐한다는 말이 있듯이

제 자식 예쁘고 귀하지 않은 부모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점점 자라가면서 반항하고 불손할 때면

고슴도치도 아닌데 내 자식이 미워질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심한 배신감마저 느끼게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가도 아이가 용서를 구하거나 수그러들면 금방 괜찮아지고

내 OO 예뻐지는 것이 부모입니다.

그런데 3일 동안 딸아이가 불손하게 퉁퉁거리며 입을 쭉 내밀고 다녔습니다.

금방 풀리기를 잘 하는 딸아이가 이번에는 장기전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저 또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으려했습니다.

그러니 자꾸 부아가 치밀고 건네는 말 한마디에도 압이 들어갔습니다.

남편은 딸이나 엄마나 둘 다 똑 같다고 퉁을 주었습니다.

안식이 없이 식구를 대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남편과 함께 기도를 하면서 특별히 딸아이 문제를

주님 앞에 가져갔습니다.

먼저 영 안에서 아이를 대하지 못한 것을 회개하며

일일이 주님 앞에 고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우리의 가정을 지켜 주시고 이끌어 주시길 간구했습니다.

그 외에도 시어른, 형님네, 동서네 모든 가족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시간 어떤 계기로 딸아이와 마주 앉아 약간 뜨거운 대화를 하였습니다.

이 세상에 엄마만큼 너를 생각하고 아끼는 사람이 있을 것 같냐.

네가 간곡히 원하는 것이 있으면 말을 해라 무지막지하게 대하는 않을 것이다.

성적 불량은 몰라도 불손한 태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진정코 말하건대 이 세상에 나에게 너만큼 귀하게 여겨지는 것이 없다는 등의

딸아이에 대한 사랑고백 뭐 그런 말들이었습니다.



제 방에 갔다가 몇 분 후에 나온 딸아이의 얼굴이 헤헤헤... 제 자리를 찾았습니다.

물론 제 마음도 안식을 찾았고요.

부모 마음이 어떤 것인지 제 자식 키워보지 않고는 모를 것입니다.

식구가 모두 잠자리에 든 늦은 시각 이런 글을 쓰면서

어려운 가운데 전력으로 우리를 양육하신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헤아려 봅니다.

후회가 밀려옵니다.



그 헤아림으로 우리를 품으시는 주님의 마음도 헤아려 봅니다.

내 자아로 버둥대며 그 분의 마음을 얼마나 안타깝게 했을까.

오 주님..

당신 앞에 내려놓고 회개하며 간구하면 될 것을..

아이와의 일로 오늘은 당신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 봅니다.

우리의 작은 기도에도 귀 기울이시는 주님 감사합니다.

우리로 더 기도하게 하시고

우리로 더 성숙케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