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러나..
나눔방
, 2006-10-27 , 조회수 (2135) , 추천 (0) , 스크랩 (0)


떠나기 전 만발했던 벚꽃은 간 곳 없고 어느새 무성한 잎사귀로 옷 입었습니다.

장미꽃이 송이송이 꽃 방울이 맺혀 다음 주 쯤이면 꽃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3주 남짓 사이 가지를 쭉쭉 벋친 레몬나무가 드디어 울타리 높이를 넘어섰습니다.

3주 사이에? 과장요? - 아닙니다!

뉴질랜드는 한국에 비하여 30배로 빨리 나무가 자라는 곳입니다.

하여간 녹색이 짙어진 화단을 대하며 생명의 신기함에 감탄이 나옵니다.

오~ 주님, 생명은 신기한 것! 생명은 자라는 것!



그리고..

여행 가방을 채 열기도 전에 전화가 왔습니다.

오클랜드로 출장을 온 후배 목소리였습니다.

일이 끝났으니 아이 유학 관계로 저희 집에 며칠 묵겠답니다.

17년 만의 재회였습니다.

수줍음이 섞인 순수했던 이미지는 적지 않은 수의 전문 인력을 통솔하는

40대 사장님이란 직분에 걸맞게 변해 있었습니다.



한 집에서 살면서 가난했던 대학 자취생활의 추억들과 가족 이야기,

삼성전자연구소에서의 직장생활과 고기술 인력을 보유한 주식회사 설립의 성공담 등은

이틀 동안 들어도 후배의 이야기는 끝이 나지 않습니다.

아들 녀석은 옆에 앉아 숙제를 해가면서 귀를 기울입니다.

하숙하고 있는 대학생 형제는 심각하게 새겨가며 경청을 합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늘날의 삼성전자 위상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의

수고와 노력의 결실인지를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새롭게 개발되는 전자제품을 검사하고 기능을 보완하는 기술연구소를 운영하며

지금은 세계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기술 사업을 하고 있는

그의 피땀 어린 달음질은 참으로 필사적이었습니다.

후배의 참된 노력과 열심의 좋은 결실에 까닭 없이 흐뭇해집니다.



그러나, 그러나..

그가 또 결사적으로 달려가야 할 길이 있음을 말해주고 싶어집니다.

이 땅에 살면서 빠뜨리지 않고 달려야 할 길.

그 길이 얼마나 긴요하고 보배로운 것인지.

그 길 만이 우리의 영원한 참 만족과 기쁨을 보장하는 길임을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립니다.

그래서 오늘은 주변 학교들을 둘러보면서 기회를 잡아 물었습니다.

“00씨, 신앙생활에 관심은 없어? 와이프는? 전혀?...”

아직은 그에게 영원한 생명의 씨앗이 들어갈 틈이 없나 봅니다.

그러나 알 수 없습니다.

그가 그토록 아끼고 사랑하는 아이들을 이곳으로 유학 보내려 하니

그의 아들이 통로가 될지.

그의 딸이 통로가 될지.



그래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간구가 됩니다.

그의 눈을 열어 참으로 달려갈 길을 보여 주소서.

사도 바울이 푯대를 향해 달려간 그 길을 함께 달리게 하소서.

주님, 기도합니다.

얻어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