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를...
나눔방
, 2006-08-21 , 조회수 (2148) , 추천 (0) , 스크랩 (0)

지도에도 없는 제인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그토록 시골이고 먼 곳에 산다고 하니 더 가보고 싶어 마음먹고 나선 길이었습니다.

잠시 길을 잃고 비포장 산길을 헤매기도 했지만

양떼들 노니는 초장을 수 없이 지나 도달한 제인의 집은 작은 산을 마주한 언덕에

여러 나무들과 어울려 그림처럼 얹혀 있었습니다.

25년 전 먼 곳으로부터 운반해 왔다는 목조 건물은 낡았지만

구석구석 사람의 손때가 역력한 것이 정감이 갔습니다.



우리가 들어서자

두 마리의 개가 무섭도록 짖어대고 제인의 남편 브라이언이 나왔습니다.

주인의 한 마디에 그 사나움이 금세 사라진 두 마리의 개가 꼬리까지 흔들어 댔습니다.

딸아이는 제인과 공부를 시작하고

아들 녀석과 저는 브라이언의 안내를 받으며 집 주의를 둘러보았습니다.



30년 전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그 일이 재미가 없어

벌을 치기 시작하면서 그 넓은 언덕에 꿀벌이 날아드는 여러 가지 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나무 하나하나를 설명해 주는 그의 표정에서 얼마나

그의 정성과 애정이 깃들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벌통을 열어서 꿀벌들의 모습을 직접 보여 주기도하고

여러 가지 시설을 보여주면서 꿀이 상품으로 포장되는 과정을 상세히 일러주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손수 받아낸 꿀 두 통과 벌집의 왁스라는 성분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양초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하얀 오리와 민물장어가 노니는 연못 위에 산재한 수선화를 꺾어 주기도 하였습니다.

언덕 위에선 두 마리의 양이 물끄러미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작은 시내가 있는 곳까지 다 둘러보고 나니 1시간이 훨씬 지났습니다.



흙, 나무, 바람, 그리고 시냇물 흐르는 소리...

향긋한 꿀내음에 벌꿀들의 윙윙거림...

높다란 나뭇가지들의 부대끼며 만들어내는 녹음의 소리와 아름다운 새소리...

너무도 순수하고 맑은 눈매를 한 초로의 주인장..

때 묻지 않은 뉴질랜드 삶의 모습을 넉넉하게 감상하였습니다.



햇살 바른 쇼파에 앉아 버터를 바른 빵과 쥬스를 간식으로 먹고

작별인사를 하는 우리에게 싱싱한 계란 꾸러미를 또 건네주었습니다.

어제는 잊어지지 않을 기억 속에 아름답게 남겨 둘 수채화를 그린 행복한 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