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데기 항변^^
나눔방
, 2006-05-04 , 조회수 (2239) , 추천 (0) , 스크랩 (0)

 

 

오늘도 ‘노는 사람이 더 바쁘네.’라고 퉁을 주는 남편에게 고함.^^

 


어제의 일정을 열거하면 이렇습니다.

도시락 준비하여 아이들 학교 보내고,

미팅홀에 가서 오클랜드대학 캠퍼스 미팅을 위한 점심 준비하는데

오전시간을 다 보냈습니다.

어느 중국 자매님이 우리 교회에 관심이 많은 한국인 친구가 있다고 

함께 하기를 원하였습니다.

그래서 가든에 자라고 있는 알로에 한 포기를 화분에 담아 그 자매님 집에 갔습니다.

세 사람이 점심 먹고 주님과 교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 하교시간이 되었답니다.



부랴부랴 쇼핑을 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준비하여 먹고

라이프스타디 읽다보니 소그룹 미팅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동안 요한복음을 공부하였는데 어제가 마지막 21장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래서 책거리(?) 삼아 우리나라 한과와 떡을 준비하였더니 지체들이 좋아하였습니다.

모이는 지체들이 키위(백인 뉴질랜드인), 마오리, 버어마, 인도네시아, 중국 등

다양한 민족이다 보니 서로 다른 문화를 나누는 것을 신기해하고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우리 집에서 메시 캠퍼스 미팅이 있어서 아침부터 청소와 점심준비 준비로 또 바빴습니다.

점심 먹고 미팅하고 돌아가는 지체들에게

넉넉하게 남은 잡채는 학생들에게 싸주고,

김치를 좋아하는 봉사하는 자매에겐 배추김치 한포기,

보리차를 좋아하는 키위자매님에겐 보리차 한 팩을 각각 싸주었습니다.

적은 것이지만 지체들이 참 좋아하니 저도 기쁘고 감사합니다.



설거지 마치고 커피 한 잔 마시고 나니 아이들이 돌아왔습니다.

아시죠? 학교에서 돌아오면 저를 붙잡고 한 동안 조잘거려야 되는 거요.

저녁 먹고 뜨개질하고 영어 공부하다가 스포츠센타에 가서 운동하고 오니 저녁 10시.

그리고 이렇게 일기장 같은 글 몇 줄 쓰다보니 자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주로 부엌에서 시간 보내면 노는 사람이고

수입 없는 일들로 분주하면 노는 사람인가요?

오늘은 항변을 좀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토록 억울하진 않습니다.

사람들은 즐겁고 싶어 놀잖아요.

저도 이런 일들로 즐거우니 논다는 소리 들어도 괜찮겠지요.



어쩌다 이렇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부엌데기로 전락(?)했지만

그 동안 살아 온 어느 때보다 즐거운 시간이 더 많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말끔한 정장에 핸드백 메고 출퇴근하며 매달 수입을 올리던 시절엔

지금의 반에 반만큼의 즐거움도 없었습니다. 정말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퇴(조기퇴직)를 종용하던 아들 녀석이 참 고맙습니다.

퇴근해 오면 “엄마, 조퇴 안 하세요?”라고 매일 풍을 읊었잖아요.

물론 이렇게 부엌데기로 살도록 해주는 남편에게도 감사하지요.



그러면 내일은 무슨 일을 하느냐고요?

또 부엌일 입니다.

한국어 자매 집회를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하라는 압력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또 점심준비 해야 합니다.

호박죽 끓이고 된장국에 생나물이라도 준비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너무 퍼 돌린다고 또 퉁을 먹을라나..^^



............................

주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이런 부엌데기 환경을 허락해 주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