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2)
나눔방
, 2005-12-04 , 조회수 (2289) , 추천 (0) , 스크랩 (0)

 

딸아이가 시골에 있는 친구와 교사를 만나고 싶다고 졸라서

오랜만에 점점이 양떼들 노니는 초장으로 향했습니다.

포장된 도로지만 시골길이다 보니 구불구불합니다.

게다가 큰 비로 다니던 옛 길이 끊어져 훨씬 먼 길을 돌아

운전을 하면서 자꾸 옛일이 생각났습니다.

왜 자꾸 그 일이 생각날까 더듬어 보니

‘비’ 그리고 ‘길’ 때문이란 걸 이제 막 알았습니다.^^.


동네 엿장수가 큰 가위질 소리를 내면서 다니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낡은 고무신이나 냄비 등 엿 바꾸어 먹을 만한 것들은

언니들이나 오빠가 먼저 차지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방법으로 엿 바꾸어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시멘트 포장이 없었던 시절이라 비만 오면 물길 따라 길이 파였습니다.

그리고 그 파인 곳을 유심히 보면 놋이 쓴 못이나 작은 철제 종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주워가기 전에 줍고 싶어

아예 비 오는 날 온 몸을 적시며 호미를 들고 나가길 잘 했습니다.

비를 흠뻑 맞으며 물이 흐르는 길을 파는 그 재미..


흐르는 빗물과 작은 돌이 호미에 부딪히며 내는 그 소리를

어디에 비유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소리는 아름다고 즐겁고 또 뭐라 할까???

하여간 졸졸 물 흐르는 소리에 다갈다갈 호미에 닿는 돌 소리

그리고 물이 차인 하얀 나비고무신에 발이 미끄러지는 소리까지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간간이 철제 조각이 건져질 때의 그 기쁨이란!^^


날이 개이고 엿장수 아저씨가 동네에 나타나면 침을 삼키며 엿판 앞에 섭니다.

째~금이라도 더 넓은 간격으로 엿을 쪼개 주기를 기대하면서요.

그러나 그것은 엿장수 마음대로 입니다.^^

그리고 가까스로 얻어진 엿을 혼자 다 먹기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언니 오빠들에게 또는 동네 아이들에게 빼기기 십상이었지만

그래도 한 조각이라도 엿을 먹을 수 있었던 날은 참 즐겁고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면서 주님을 알고 난 지금..

다시 하고 싶은 호미질이 있습니다.

밝은 진리와 분명한 이상을 보기 위하여 말입니다.

그리하여 주님이 오시는 날 진짜 달콤하고 진짜 맛있는 엿을 먹고 싶습니다.

그래서 말씀이나 메세지, 기도와 지체들과의 섞임

어느 것도 소흘히 하지 않으며 열심히 호미질을 하고 싶습니다.

 

 


찬양- There Comes In My Heart One Sweet Strain
( My heart's desire-first love 앨범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