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ever did i dream before (each one has 앨범발췌) -
목이 간질거리고 가끔 기침이 나와도 예사로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약간 무리되게 노동을 하고서도
급하게 할 일이 있어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 키보드를 쳤습니다.
그랬더니 그 날 아침부터 목이 터질 듯이 아프고 심한 기침 가래에
관절 마디마디가 너무 아파 또 하룻밤을 거의 뜬 눈으로 보내야했습니다.
이 곳 뉴질랜드에선 감기 정도로 의사를 찾아가면 약 처방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침대에서 푹 쉬어라, 레몬티를 마셔라 등 대중요법 알려주고 진료비 내라 할 것이 뻔합니다.
그래서 병원 갈 생각은 아예 않고 항생 효과가 있는 마누카꿀에
비타민과 진통제를 먹으며 며칠째 견디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어 쿨룩거리며 슈퍼에 가서
굵은 생강 한 도막을 사와서 푹 끓여 꿀에 타서 한 컵 마시고 나니 한결 나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이렇게 며칠동안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있으니 생각나는 일들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수두에 걸려 학교에 가지 말라고 방문을 잠가 놓았는데
창호지를 뚫어 허술한 잠금장치를 빼내고 몰래 학교로 달음질쳤던 일..
그러나 수업하다 주전자와 약을 들고 찾아온 어머니에게 업혀 다시 집으로 가야 했던 일..
결혼하기 전 유사장티푸스에 걸려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극진한 병간호를 받았던 일..
직장생활하면서 아이들과 바쁘게 살다가 어쩌다 감기라도 들면 어김없이
맛있는 국을 한 냄비씩 끓여 주며 집안일까지 도와주던 친언니 같았던 보모 아줌마..
따뜻하고 감사했던 손길들이 아련하게 그리워집니다.
그리고 제 주의에서 자주 아프다는 사람들을 별 돌아보지 않았던 일들도 생각납니다.
돌아보기는커녕 그만한 일로 뭐 그리 엄살스럽게 아프다고 그러는 것일까 싶어
짜증스러워질 때가 더 많았습니다. 그리고 하는 위로의 말은 빈말에 가까웠습니다.
우리 엄마는 아프다고 하면 약 먹어라 하면 그만이고 아무리 아파도
학교에 꼭 보낸다고 아이들이 불평합니다. 즉 아픈데 다정다감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제 자신이 그다지 아프지 않았으니 아파하는 사람의 고통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이렇게 아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신이 아팠던 만큼 타인의 아픔도 이해하고 마음을 함께 할 수 있으니까요.
육신의 아픔도 그렇고 마음의 아픔도 그렇고
자신은 아파 죽을 지경인데 상대방이 “그것 가지고 뭐 그러니.”로 나온다면
다시는 그 사람에게 마음을 열지 않을 것 입니다.
아플 때는 일단 위로 받고 치료 받고 싶지 다른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고 하는데
이 정도 아파서 0.1센치라도 더 성숙해지런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째든 지금 쿨룩거리며 소망하는 것은 ..
심신이 아픈 사람들 돌아볼 줄 알고 좀 더 이해하고
건네는 말 한마디라도 위로가 되는 그런 자가 되고 싶습니다.
하도 자신이 없어서 썼다가 몇 번 지운 구절 ‘성숙한 여인’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