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이야기
나눔방
, 2005-09-18 , 조회수 (2411) , 추천 (0) , 스크랩 (0)

추석인 오늘 한국 날씨는 어떠한지요?

뉴질랜드는 아주 강한 바람과 함께 굵은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송편과 맛있는 음식들 많이 드셨는지요?

저도 쌀가루 한 봉지 사다가 딸아이와 송편 한 접시를 빚어 지체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노오쇼어 교회 전체 섞임 집회와 애찬이 있어서 어느 명절 못지않게 지체들과 화기애애하고 풍성한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추석이라 하니 함께 할 수 없는 가족들이 그립고 지난 추억들이 떠오릅니다.



명절이 되면 저는 어린 시절 국자에 설탕을 녹여 소다를 넣어 먹었던

야바구(설탕과자?)가 항상 생각납니다.

평소에는 허락되지 않았는데 명절만은 커다란 설탕 봉지를 통째 제 마음대로

만지게 하는 어머니의 인심에 거의 온종일 연탄불 부뚜막에 앉아 녹인 설탕물을

무쇠 솥 뚜껑에 참기름을 바르고 부어 먹을 수 있어서 참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평소에는 동네 아줌마가 길가에 앉아 파는 10원하는 야바구가 사 먹고 싶어

두 손과 무릎에 고무신을 받치고 마루 밑을 자주 기어들어 갔습니다.

간혹 마루 틈 사이로 떨어진 5원짜리나 10원짜리 동전을 기대하면서요.



이것은 요즘 아이들은 이해 못하는 30년에 가까운 옛날이야기 입니다.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하면 항상 재미있고 정감이 나는 그 무엇이 있습니다.

그것은 금발머리 파란 눈동자를 가진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한번은 이 곳 뉴질랜드에서 농장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어느 형제님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발이 시려 금방 싼 소똥을 골라 그 똥에 발을 넣고 놀았다고 합니다.

김이 나는 소똥이 따뜻해서 참 좋았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추워서 오븐을 열어 손과 발을 녹인 이야기 등등..

전기난로나 가스난로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자매님과 10시간을 함께 운전을 하면서 나눈 이야기 중

30년 전 교회 생활 이야기도 또한 정감이 납니다.

와이카토 대학에서 약사 공부를 하면서 회복이 되어 교회생활을 시작할 당시

해밀턴에는 지체가 서너 명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매번 주 중에 오클랜드에 와서 기도집회 등 소그룹 집회를 하였다고 합니다.

왔다 갔다 4시간이 걸리는 밤거리를 운전하며 다녀도 힘든 줄 모르고 참 즐거웠다 합니다.

1미터 80이 넘는 큰 키 이지만  마음의 문은 낮추고 낮추어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어 주고 자잘한 일들에도 도움을 아끼지 아니하면서

그 당시 시작한 중고등부 봉사를 쉰 살이 된 지금까지 신실하게 하시는 자매님..

그 자매님의 옛날이야기를 이것저것 듣고 또 저도 하고 나니

요즘은 그 자매님을 대할 때마다 확실히 더 깊은 정감이 있습니다.



추석날 밤 오클랜드에서 빗소리 들으며 옛날이야기 한 구절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