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중한 보물들(1)
나눔방
, 2003-09-21 , 조회수 (1372) , 추천 (0) , 스크랩 (0)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자꾸만 제 나이를 잊어버립니다.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오늘은 중고등학생 소그룹 아이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축제(레스토랑)'을 갔습니다.

시내에서 아이들에게 전화를 해서 집 앞으로 나오라고 부탁을 했더니...

엉뚱한 우리 허자매님네 큰 아들 신구가 우리 작은 아이에게 엉뚱한 말을 한 모양입니다.

'야~~ 축제가면 돈까스 주냐??'
'어휴~~ 그런 축제가 아니고 식당 축제말이야!! 축제도 몰라?? 축제도 안가봤어??'

레스토랑이라고는 한번도 가본적이 없다는 이 아이는 부여에서 제일 유명한--값싸고 맛있어서-- 레스토랑 '축제'를 학교에서 무슨 모임에서 하는 축제라고 생각했나봅니다.


더 재미있는 건...

식당에 가서도 담배 냄새가 난다느니...
뭐 이런데가 다 있냐느니... 자리를 옮기쟈느니.. 투정이 많습니다.

촌스럽게 주위도 상관없이 궁시렁대는 형아에게 우리 작은 아이가 자꾸 조용히 하라고 지청구를 합니다.

식사를 주문하고...
이내 스프가 얇팍한 접시에 성에 안차게 나오니까...

'이게 다 예요??' 하더니 저의 작은 아이가 뿌려주는 후추를 포크로 설설 저어댑니다.

또 작은 아이가 잔소리를 해답니다.
'아휴~~ 그럴 왜 포크로 저어?? 어떻게 떠 먹으려고??'

제가 한마디 거들었습니다.
'너 그거 들고 마시려고 그러지??'했더니
아무렇지도 않게...'예!!'합니다.

식사를 같이 하려던 아이들이 다 식탁을 두드려가며 배를 잡고 다 뒤로 뒤집어집니다.. ㅋㅋㅋ ㅎㅎㅎ ㅋㅋㅋ~~~

'제발 참어!! 응! 수저로 이렇게 떠먹어~~ 알았지??'
제딴에 두어번 양식집에 먼저 와 보았다고 큰 소리가 대단합니다.

'뭐 어때?? 난 집에서 그냥 들고 마셔?? 이만한 냄비에 한 솥 끓여서 국자로 퍼 마시면 맛있쟈나...'
'어휴~~ 무슨 스프를 그렇게 많이 끓여??' 우리 아이는 난감한 표정입니다.

나머지 아이들은 두 아이가 실랑이를 하는 동안 재미있어하며 다들 빈 그릇을 만들었습니다.


막상 돈까스가 나오고.. 스프 그릇보다 더 얇은 접시에 담은 밥을 보더니... 기가 막힌가 봅니다.

포크로 이리저리 밥을 모으더니 한 포크로 들어서 한 입에 다 들어갑니다.
돈까스는 네 등분을 하더니...
남은 시작도 안했는데... 한입 두입.. 아이 앞에 있는 그릇이 다 빈 그릇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양식집에 처음와서 먹성 좋게 먹어치우는 신구덕에 웃느라고 어떻게 밥을 먹었느지 모르겠습니다.


'왜 다 먹었는데.. 안가요?? 답답해요?? 빨랑가요..'촌놈이 또 재촉입니다..

부여의 신사가 한마디 합니다.
'디져어트도 몰라?? 이~~그~~'
'그게 뭐여??'
'영어 단어 디져어트도 모르냐고??'

암튼 아이들은 디져어트로 나온 아이스크림에... 설탕에 프림까지 섞어서 이상한 후식을 만들어 먹고는 흐믓한 얼굴로....
식사시간 내내 다투웠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을 못하고...
서로 어깨동무를 하면서...

이 세상에서 제일 멋진 차라고 제가 우기는 저의 티코로 몰려갑니다.


얼마나 순박하고..
얼마나 천진한 아이들인지...
아~~
얼마나 신선하고..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들인지...



아이들과 있으면 제가 투명해지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