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에게 "이단"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장로교
timothy , 2005-08-24 , 조회수 (3359) , 추천 (0) , 스크랩 (0)

(이 글은 '기독교 개혁신보(http://www.rpress.or.kr/)' 게시판에 올려진 글을 발췌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이 너무 진솔하고 균형있는 시각에서 쓰여진 것 같아 이곳에 소개합니다. 이 메일 등 본인에게 사전 허락을 구할 방법이 없어서 일단 임의로 소개하되 어떤 경로로든 본인의 이의제기가 있으면 즉시 삭제할 것을 약속드립니다.(이 분은 일반직장인 이란 아이디로 주로 교회 개혁에 관한 글을 평신도의 시각에서 진솔하게 기술해 주시며 대한예수교장로회 합신 측에 소속된 분으로 보입니다.) - 운영자)


이름 : 일반직장인   번호 : 633

게시일 : 2002/01/05 (토) PM 08:51:26 (수정 2002/01/05 (토) PM 09:10:46)   조회 : 56


대학 합격을 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섬기던 교회의 담임목사님께서는 행여나 우리들이 C.C.C나 기타 학생선교운동단체에 가입할까봐 절대로 그런 곳에는 가지 말라고 오리엔테이션을 하며 단속을 하시는 데 고심하셨었다.


그래서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 잘 하는 것이 좋은 믿음의 표본으로 알던 무척 순진했던(?) 우리들은 한동안 C.C.C나 기타 무슨 기독학생선교단체들을 막연하게 이단 비슷하게 경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에 와서 생각하면 교회의 젊은이들이 교회에서 일꾼이 되지 않고 다른 곳으로 많이 빠져나감으로 인한 경계였음에 실소를 금할 수 없는 어리석음이지만, 어쩌겠는가?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이었던 것을...?


가끔 이 공간에도, 또 주변에서 특정 교회나 목사를 향해 "이단"운운하며 정죄 하고, 총회 차원에서 일정 기간 문제가 된 특정 연구케 해서 그 이단됨의 이유를 소상하게 밝히는 것을 본다. 이런 수고와 노력들은 말세의 혼탁한 영적 상황에서 평신도 입장에서는 건전한 교회를 찾아가는 데 좋은 시금석이 되어주는 긍정적인 면에 참 감사하게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급격히 성장하는 교회나 목사들에 대해 시기나 공연한 경계심으로 '마녀사냥'식으로 이단됨을 증명하기 위해 일부러 짜 맞춘 듯한, 좀 억지 같아 보이고, 침소봉대(針小棒大), 거두절미라는 말처럼 같은 말도 일부러 나쁜 쪽으로 보는 감정적인 대응도 적지 않다는 느낌을 갖게 될 때가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언젠가 통합측 총회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를 향해 이단이라고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발표를 한 적도 있고, 여러 가지 구설수가 그 유명세만큼이나 따라 다니고 있다. (요즘 조용기 목사를 향해 이단이라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이단... '꼬리가 다르다'는 말 그대로 다른 복음을 전하는 자들을 주의해야 하는데, 옛날 날이면 날마다 당쟁만을 일삼던 부패한 이조시대의 한 모습처럼, 사소한 '다름'에도 발끈 발끈 너무 "이단"가르기 놀음이 잦다는 느낌이다.


요즘 장로교회 목사도 순복음 교회 목사처럼 설교하고, 순복음 교회 목사도 장로교회 목사처럼 설교하며, 지금 이것 저것 교리도 없고, 신학도 불분명한 채 "꿩잡는 게 매"라는 식으로 교인들의 귀에 달콤한 "성공철학"과 "적극적인 사고방식"에 "마인드 콘트롤"까지 적당히 비벼서 사람만 많이 모이게 하려드는 설교자들도 무척 많은 것 같은데...


어쩌면 진짜 '이단'은, 소위 정통교단의 그늘아래 제 멋대로 귀에 걸면 귀고리,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성경을 해석하고, 교인들을 우매하게 만들어 사욕을 채우려는 개교회주의자들에게서 더 많은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단 운운에 너무 열을 많이 내는 분들을 보면, 영혼을 사랑하는 따뜻함이나 복음의 열정보다는 왠지 분노만 가득한 투사적인 모습만 느껴질 때가 많다.


혹자는 무책임한 양비론(兩非論)이라 하겠지만, 지금은 이단을 가리는 수고만큼, 복음 전파에 더욱 열심을 내어야 할 때라는 촉박한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주님도 알곡과 쭉쩡이를 일정 기간 그냥 두라고 말씀하셨던 것 처럼.


이단에 논할 때는 사소한 다름의 문제보다는 복음 진리를 위협하는 부분들에 대해 성경의 어느 면에 어떻게 잘못되어서 문제인지를 좀 더 구체적으로 밝혀주는 것이 객관적이고도 온당하고, 또 그들로 하여금 충분한 해명이나 반론 기회도 주어야 타당할 것이다.... (이렇게 쓰면 이단 옹호자처럼, 또는 이단자처럼 비치지나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