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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1-25 ,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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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만 조금 추워져 영하로 내려갔다하면...
저희 식구는 수재민이 됩니다.
화장실도 물이 안나오고...
세면장도 찬물만 안나오다가.. 더 추우면 더운물도 안나오죠..
벽 한쪽이 유리로 되어있어서(상가 건물이라) 위풍은 얼마나 심한지..
새벽부흥엔 모두가 이불 하나씩 뒤짚어 쓰고... 아님 시린 발을 이불속에 집어넣고 서로 '춥지? 춥죠?' 묻고.. '괜챤아 괜챤아요..'해가며 뜨거운 영으로 말씀을 먹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옆집 목욕탕으로 세수를 위한 목욕을 하러 다녀야하고..
저의 형제님은 치솔들고 학교로 가고..
저도 치솔들고 김자매님네 허자매님네 동냥 세수를 하러다녀야합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런 저희집에 점심식사 때만 되면...
저녁 제 수업이 끝나기도 전에... 바글바글해진답니다.
반찬도 없는데.. 말입니다. 좁고 추운방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방이 추어 옥장판을 틀고 침대 대신 사용하는데... 일주일에 한두번은 이 작은 장판위에 우리 이쁜 고등학생 자매들이랑 저랑 서로 밀치고 넷이 누워... 찬송을 돌림노래로 또 화음을 넣고 불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복잡복잡 서로 엉덩이 밀며 아옹다옹 싸우며 누리는 우리들을 그중 이방인인 우리 큰 아들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는 제녀석도 슬그머니 우리들 사이에 끼어듭니다.
저는 천국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릅니다. 그러나 아마도 천국은 이렇게 조금은 춥고 조금은 좁고 그렇지 않을까 늘 생각합니다.
지체들이 늘 복잡거리는- 기온이 내려가면 물부터 안나오는 불편하기 짝이없는 우리 집을 지체들은 천국이 따로 없다고 합니다.
그제는 오랜만에 저의 형제님과 장을 보러 농협마트에 가서 이것저것 주어 담으니... 계산대 직원이 10 만원이 넘는 영수증을 저의 형제님께 내민니다.
물건을 비닐팩에 주어 담으며 기도를 합니다.
'주님 이 음식들.. 우리 사랑하는 지체들이 모두 함께 사랑 안에서 나누어 먹게 하시고 하나도 버리지 않게 해주셔요...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