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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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하 , 2010-01-23 , 조회수 (5463) , 추천 (0) , 스크랩 (0)
    ♧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

      정원에 나가 노란 레몬 하나를 땄습니다. 향긋한 레몬 냄새를 맡으며 여름 가뭄에 목마른 가지와 잎새들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안쓰러운 마음에 “이제 비가 좀 내려 주어야 할 텐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그러나 요즘같이 땅이 마르고 온종일 사정없이 따가운 햇살이 내리쬘 때 비록 잎은 생기를 잃은 듯 누린 빛을 띠기까지 하지만 땅 속 물기를 찾는 뿌리의 발길질은 더욱더 강해집니다. 그리하여 겨울날 세찬 찬바람을 만나서도 의연하게 봄을 기다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당히 가뭄을 이기고 햇살도 잘 받아낸 식물은 뿌리가 깊고 꽃과 열매도 곱고 풍성합니다. 이런 이치를 알기 전에는 여름만 되면 시들세라 오망물매 염려되어 꽃나무, 과일나무, 텃밭 야채들에 매일같이 수돗물 호수를 들여대기에 바빴습니다. 그러나 손톱 끝에 흙때 묻히기를 몇년하고 난 요즘은 제법 느긋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자연의 이치에 따르기를 배운다고나 할까요. 이렇게 심고 가꾸고 수확을 하면서 자녀교육, 교회생활, 때론 말씀의 깊이까지도 일깨워질 때가 있으니 흙을 만지는 일은 누구나 해 볼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올해 제 텃밭 농사는 어떠하냐고요? 닭똥을 과하게 뿌린 방울토마토는 닭똥의 독한 가스에 질식하여 제대로 열매를 맺지도 못하고 타들어가고 있고요, 너무 일찍 씨를 뿌린 쑥갓은 여름이 채 가기도 전인데 꽃이 피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상치와 깻잎은 연하고 풍성하여 매번 누군가와 나누어 먹어야하고 고추와 파, 근대도 우리 식구가 다 먹기엔 너무 많을 만큼 농사가 잘 되었답니다.^^ 그런데 요즘 가족 중에 진짜 농사를 잘 짓고 있는 이는 제 남편입니다. 오래전 이 곳에 제 남편이 구원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늘 제 애걸복걸에 어쩔 수 없이 아멘을 했다고 넋두리를 잘 하며 아직도 신언을 제대로 못해 토요일만 되면 깊은 고민(신언준비로)에 빠지는 형제입니다. 이런 우리 부부가 몇 년 전부터 시부모님의 구원을 간구하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래서 교회 집회에 모셔보기도 하고요. 그러나 공자 왈 맹자 왈 등 유학에 열심을 내시는 시아버님은 늘 고개는 끄덕이시지만 아직도 마음 문을 활짝 여는데는 힘들어 하십니다. 그런데 얼마 전 뜻 밖에 시어머님께서 주님을 받아 들였습니다. 아들이 조근조근 일러주는 성경 말씀에 아멘을 하시고 아들을 따라 주님의 이름도 불렀습니다. 어제도 전화로 찬송가 가사를 잃어 드리니 한 구절 한 구절 따라하시며 아멘을 하셨다고 남편은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기쁜 마음에 이러쿵저러쿵 조언을 보태면 너무 서둘지 말라고 도리어 저를 나무라는 남편에게 “아, 예~ 형제님, 아멘!” 제가 애쓴 복음의 열매이기도 한 남편이 복음의 씨를 뿌리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이 맛..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 어쨌거나 올 한해 제 남편의 농사도 그렇고 노력하고 애쓰시는 모든 형제 자매님들의 농사들이 다 잘 갈무리되어 풍성한 한 해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 [글쓴이 : Christine] * 뉴질랜드에서 쓰신 글이라서 계절이 반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