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새로 갑작스런 부고 몇 건을 들었다
심장마비, 사고사, 노환,...... .
흔히 그렇게들 말한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순서가 없다고.
갑작스럽게 가신 분을 문상하고 온 날
많은 것을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 건가?
준비되어야 한다! 너무 느슨하게 살고 있다.
이럴 때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떠오르는 건
하나의 경고일 수도 있다.
발령장을 받고 임지로 떠날 때 아버지는
기도해주시면서 세 가지를 부탁했다.
"네게 맡겨진 아이들과 부모에게 때를 얻어
그리스도를 전해야 한다."
"1분단 아이를 야단치러 갈 때 4분단쪽으로
멀리 돌아 가거라. 노여움과 감정을 거두고
책망해야 한다."
"누가 언제 네 방을 방문해도 당황하지
않도록 정리정돈을 하고 있거라."
그래.
아마도 아버지가 지금 내 옆에 계신다면
한가지를 더 말씀하실 것이다.
"이제 언제 가도 당황하지 않도록
정리정돈을 해 놓거라."
좀 우스운 행동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날 밤 이곳저곳을 정리했다.
그게 언제일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살아서 주님을 만나기를 원하지만,
내 물건이 유품이 될 수도 있었다.
그 때를 위해 느슨하게 마구 쳐박아 두었던
물건들을 정리하고 쓰레기 같은 것은 버렸다.
그러면서
내 안의 쓰레기도 버려지기를 기도했다.
정말 사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지.
원망하고, 미워하고, 용서하지 못하고,
...... 그럴 시간은 이제 없어야 한다.
주님께 감사한다. 이 세상을 떠날 때 아름답게
가신 본들이 있는 것을.
그분들이 내 부모님인 것을.
지금은 두 분 모두 낙원에 살고 계신다.
세상적으로 대단했던 분들은 아니지만
주 안에서 내 부모님은 아름다운 분이셨다.
두 분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각각 62세 되던 해에 주님의 품에 가셨다.
생일이 8월이었던 아버지는 6월에,
7월이었던 어머니는 5월에...
날짜를 계산해보니 두 분이
이 땅에서 사셨던 날들이 똑같았다.
<그리스도와 교회가 우리 목표>라고
따라서 외치라고 하셨던 아버지.
아버지의 명령(?)에
우리는 어머니와 함께 그리스도와 교회가
우리 목표라고 외치며 아버지를 주님께 보내드렸다.
지금,
찬송소리가 들려온다며 웃는 얼굴로
떠나신 아버지가 너무 부럽다. 그리고 그립다.
사랑하던 남편을 당당하게 만나고
싶었던 어머니는 4년 뒤에 우리들의 승리의
찬송소리를 들으며 떠나셨다.
고통 중에도 승리의 찬송만 불러 달라셨던
어머니는 자식들과 영정도 같이 고르고
어머니에게 잘못한 거 아버지에게
일르지 말라는 우리의 협박도 받으면서
너희같은 자녀들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한다고
축복도 하시면서 떠나셨다.
그런데 나는 지금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부끄럽다.
웃으면서
주님을 만날 생각으로 행복해 하면서, 정말
보고싶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약속을 잘 지켰다고
<그리스도와 교회만를 사랑하다>가 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다시 오직 그리스도와 교회만을
사랑하며 살리라고 서원해본다.
<주 예수님,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당신의 은혜와 긍휼을 기다립니다. 아멘.>
-------------------------------- [글쓴이 : 진 주]
*** 이 글은 '진 주'자매님이 2005년에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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