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
나눔방
, 2005-08-19 , 조회수 (1624) , 추천 (0) , 스크랩 (0)

우리는 대개가 겨울 근방에 결혼식을 많이 하는 편인데
이 곳 뉴질랜드는 여름 근방이 결혼 시즌입니다.


아마도 맑은 날 푸른 잔디가 펼쳐진 공원이나 가든에서의 웨딩을 선호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진한 연두색 잔디에 신부의 하얀 드레스는 참 잘 어울립니다.
게다가 축하객들의 다양한 예복차림 또한 보기 좋습니다.


그런데 예복하면 생각나는 일이 있습니다.
넓은 가든이 있는 집에서 치러지는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혼식이니 만큼 정장을 차려 입고 나름대로 단장을 한다고 했었는데,
그 장소에 도착하고 보니 백로 모인 곳에 까마귀가 된 기분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른은 물론이고 여고생들까지 다들 형형색색 드레스 내지는 원피스 차림인데
저 혼자 칙칙한 회색 바지를 입었으니 그 당황스러움이란!..^^.


그래서 준비된 자리에 앉지도 못하고 뒤쪽 후미진 곳에서 결혼식 내내 서 있어야 했습니다.
하도 부끄러워서요.^^
그 후로 저도 서양식 예복을 마련해 보겠다고 한동안 옷 가게를 많이 기웃거렸습니다.
그러나 앞뒤가 푹푹 파진 그런 옷을 입을 낼 자신이 없어 결국은 포기하고 말았는데
오는 10월에 또 누가 결혼식을 한다니 하~아 또 어째야 하나 싶습니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예복을 입는 문제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습니다.


주님도 천국을 혼인잔치에 비유하여 설명하시면서
손님 중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은 수족을 결박하여 바깥 어두움에 내어 던지라
거기서 슬피 울며 이를 갊이 있으리라 하였습니다.(마22:13)

청함을 받았지만 예복 없이는 혼인잔치에 참여할 수 없고
게다가 천년 동안이나 이를 갈려 슬피 울어야 하다니 이 얼마나 엄중한 말씀입니까!

천국의 혼인잔치에 들어가기 위한 우리의 예복은
요한계시록 19장 8절의 깨끗한 세마포 즉 옳은 행실(the righteousness),
즉 그리스도가 의가 되도록 일상생활에서 그리스도를 살아내는 일이지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주님께서 청함을 받은 자는 많되 택함을 입은 자는 적으리라(마22:14) 하셨습니다.
그러나 믿는 자라면 기어코 가야하고 준비해야 할 일 입니다.
천년 동안 슬피 울며 이를 갈고 난 후에 예복을 입을 것인지
아니면 천년 왕국이 도래하는 순간부터 그 즐거움에 참예하는 자가 될 것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길은 이 두 가지 뿐 이니까요.


그래서 세월을 아끼며 우주 안의 최고의 결혼식이 될
어린양의 결혼식에 입을 예복을
오늘도 한 땀 한 땀 준비하는 자 되기 원합니다.
주님, 당신의 이러한 말씀으로 항상 깨어 있게 하시고,
죽든지 살든지 당신의 표현만 사모하게 하소서..
주님, 당신을 사랑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