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나눔방
, 2005-08-05 , 조회수 (1650) , 추천 (0) , 스크랩 (0)


영어권에 살면 영어가 조금이라도 더 느는 이유 중에 하나는
실수를 할 기회가 많아 영어 공부할 동기를 더 부여 받는 것 입니다.


지나간 이야기 입니다.
매주 토요일 저녁에 있는 하이스쿨 미팅에서 학생들과 간식을 나누고
키위 형제님과 설거지를 하였습니다.
형제님은 퐁퐁 풀은 뜨거운 물에 컵과 접시를 수세미로 문질러 건져 내고
저는 마른 행주로 물거품을 닦아내는 설거지였습니다.
찬장을 다 정리하고 싱크대를 깨끗하게 닦고 행주를 빨아서 걸대에 걸치고 나서
그 형제님이 저를 돌아보며 “Christine, that is it!" 라고 했습니다.


순간, 이 상황에서 ‘that is it’은 무슨 뜻일까? 이상타?
이럴 때 대답을 하지 않을 수는 없고 어쩔 수 없이 또 ‘통밥 영어’를 해야겠군.
어쩌면 ‘수고했다’는 우리말과 비슷한 표현일 수도 있겠지.
그래서 몇 초를 머뭇거리다가 얼른 “ your welcome!"이라고 응수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형제님의 표정이 진짜 이상타가 되었습니다.


순간, 앗~ 또 실수했구나! 아이고~ 민망스럽다..
그래서 집에 돌아오자마자 얼른 사전을 펼치니
'that's it to indicate that nothing more needs to be done or the end has been reached.'
즉 ‘이제 다 끝났다.’라는 정도의 의미였는데 제 대답은ㅋㅋㅋ.......^^
이 비슷한 일들은 뉴질랜드에서의 거의 저의 일상이 되었습니다.
오늘도 학생들과 모임을 가지면서 한 대화 중
'go back'이라고 할 자리에 ‘come back’을
‘by chance'라는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한참을 머뭇거리고..
말을 하고 나면 이렇게 말했어야 했었는데가 얼마나 많은지!
그제는 비취에서 만난 어느 여자분과 카페에서 다시 만나는 기회를 가졌는데
아예 전자사전을 꺼내 놓고 2시간 넘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는 단어도 정확하게 발음하는 입에서 나오는 말은 듣기가 더 힘이 드니 원~.


그래서 이런 일들이 있을 때면
아~ 정말 제대로 공부 해야겠다는 각오로 다시 영어책을 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영어책 펼치면 고개를 끄덕이며 넘어갈 수 있는 구절을
실전에서 과연 제대로 말해 내고 이해할 수 있는가?
저 경우는 잘 안됩니다.
부끄럽지만 오히려 실수를 한 부분은 오랫동안 기억되고 실전에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실수를 거듭하는 가운데 수정을 하고, 더 정확하게 공부할 부분을 찾아내면서
신통치 못한 암기력을 동원하여 익히려고 노력합니다.


이러면서 조금씩 익힌 영어로 학교 선생님과 면담도 하고,
관공서에 가서 일도 보고 지체들과 섞이기도 하고,
영어 메시지나 영어 찬양을 누리기도 합니다.
여전히 서툴고 실수투성이지만 그래도 해가 더해가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라 여기면서요.


그리고..
우리의 교회생활도 이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많은 지체를 대할수록 나의 부족함은 더 드러나기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주님에게 더 매달리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교회생활에서 어렵다고 느껴지는 환경을 통하여
빛 비춤이 있을 때면 말씀의 진리들이 더 밝아지고 기쁨과 감사가 넘쳐 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주님을 더 보게 되고 계시와 이상도 더해지겠지요.
그래서 결코 접어 둘 수 없는 교회생활입니다.


주님, 부족한 저를 오늘도 당신의 몸 안에 있게 하심에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