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운 계란으로 아침을 먹고..
나눔방
, 2004-09-16 , 조회수 (1911) , 추천 (0) , 스크랩 (0)
      * 지난 여름 제가 키운 장미 옆에서 잡은 포옴입니다. 지금은 아직 이 꽃들이 없으니 화단이 썰렁합니다.
        빨리 꽃이 피는 계절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고 나오다가 붉은 벼슬에 긴 흰색 깃털을 가진 닭 앞에서 갓 낳은 계란 하나를 주웠습니다.


지난번에는 후진을 하려는데 큰 장닭이 차 뒤에 버티고 서서는
꿈쩍도 안 하길래 결국은 빵빵거려 닭을 쫓으며
‘이 나라 새들이 간 큰 줄은 알지만 닭까지 그런 줄은 몰랐다’며 궁실거렸습니다.


그랬는데 이틀 전에는
‘너들 진짜 간 크다. 여기가 어딘데 알을 놓고 다니노?’
그러면서 따끈한 계란을 쥐고 신기해 하였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동네 가까이에 알바니베리지라는 작은 파크가 있습니다.
그 곳에는 여러 종류의 잘 생긴 닭들이 우리 없이 키워지고 있습니다.
그 닭들이 이 베리지의 심볼쯤 되는 가 봅니다.
얼마전 지역 신문에서 그 닭들을 더 잘 보호하여야 한다고 떠들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저들 마음대로 파크를 쫓아 다니며 사는 닭들이니 차도 사람도 겁내는 것이 없나 봅니다.
공원 옆 도서관 앞에 까지 와서 어슬렁거리며 똥도 누고 급하면 알도 낳고.. ^^


시골길을 가다 보면 얼른 길을 비킬 줄 모르는 새들 피하려다 운전이 위험할 때가 있습니다.
새총도 사람 팔매질도 당해 본 적이 없는 간 큰 새들이 달리는 자동차에도 겁을 낼 줄 모릅니다.


이 곳에서는 야생동물이나 국가에서 지정하는 보호 나무 한 그루 잘못 만졌다간
거액의 벌금을 내는 경우가 생기니 한 마디로 “Don’t touch!” 입니다.
그러다 보니 새나 동물이나 마냥 느긋..
이 곳 사람들 기질도 마냥 느긋..


어제는 주운 계란 후라이하고 텃밭에서 쑥갓, 케일 뜯어다가 쌈을 하여
아침을 먹으면서 새삼 뉴질랜드 사는 재미를 맛 보았습니다.


그리고..
풀을 뽑고 가지를 다듬고 채소를 가꾸면서 가끔씩 듣는 주님의 음성
더 작아지고 더 낮아지라는 그 분의 말씀에
키를 낮추고 쪼그리고 앉으면..
어느새 따뜻한 햇살이 등 뒤에 비취고
그렇게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에도 감사가 넘치고
소리 내어 읽어 보는 말씀 한 구절에도 달콤함이 넘치니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