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 감옥에서...
나눔방
엄경순 , 2008-12-13 , 조회수 (3935) , 추천 (0) , 스크랩 (0)
 

사도 바울의 서신들을 대할 때마다 제가 자주 느낀 것은

‘그 분은 참으로 표현력이 뛰어나고 글을 잘 썼다.’였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바울 형제님이 갇혀 있었던 로마 감옥에

잠시 들린 경험은 저의 그런 생각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무리 감옥이라도 적어도 작은 창문 하나쯤은 있는 걸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바울 형제님이 갇혀 있었던 곳은 지하로 내려가 다시 좁은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 가야하는 지하 이층의 깜깜한 좁은 공간이었습니다.

방문자들을 위하여 켜놓은 촛불 아래서도 그 곳은 어둡디 어두운 곳이었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참혹한 곳에서 각 지방의 교회들을 관심하며

빛 비춤이 가득한 서신들까지 적었을까?

지하 감옥 벽을 이룬 둔탁하고 차가운 돌들을 만져보며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감회에 젖었습니다. 

  


오늘 아침 골로새서 3장을 읽으면서 며칠 전 느꼈던 그 감회와 함께

바울의 서신들은 단순히 그 분의 뛰어난 문장력이기 이전에

그 분의 깊은 체험과 주님으로부터 받은 빛 비춤 가운데

이루어진 그 분의 사역의 발자취임이 분명하게 느껴졌습니다.

‘위엣 것을 생각하고 땅엣 것을 생각하지 말라.’(골 3:2)고

우리에게 말씀하신 그 분 자신 역시 분명히 그러한 삶을 살았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는 지하 감옥 바로 옆의 거대한 신전들과 포럼에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메아리쳤을 무시무시한 권력자들과

무지하고 험악한 이단자들의 목소리들 가운데

그리스도의 생명을 표현해 낼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고 권면하고...‘라고 하신 그 분 역시 그러 했기에

곧 자신의 목이 베어질 상황에서도 의연하고 지혜롭게

이 땅에 오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님은 우리의 그리스도임을 말해 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로마의 옛 자취를 둘러보니 서적이나 여타 매체를 통해 감지했던 것보다

훨씬 더 로마는 거대했고 천년 동안 유럽을 지배했던 힘은

막강했던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그 찬란했던 시절의 흔적은 낡아지고 부서져가는 건물과 조각과 그림들이만,

그러한 가운데 숱한 박해를 받으며 전해진 복음은 오늘 이 시각에도

땅 끝까지 전진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피로 사신 교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이 교회생활!

이것은 참으로 많은 댓가를 지불한 것임을 새삼 되새깁니다.

예수님의 제자들과 사도들 그리고 수많은 이름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목이 잘리고, 십자가에 매달리고, 사지가 찌어지고, 화염 속에 던져지고,

사자들의 밥이 되기까지 하면서 세워지고 지켜진 교회임을..



바울 형제님이 그 지하 감옥에서

“너희는 유혹의 욕심을 따라 썩어져 가는 구습을 좇는 옛사람을

벗어 버리고 오직 심령으로 새롭게 되어 하나님을 따라

의와 진리의 거룩함으로 지으심을 받은 새사람을 입으라.“(엡 4:22~24)

라고 에베소서 교회에 쓰신 서신의 문구가 오늘은 그 분의

살아있는 목소리로 제 마음을 새롭게 합니다.

이러한 새사람의 실재 안에서 교회들을 세우고

하나님께서 정하신 길에 따라 교회생활을 실행해야 한다는

이번 주 메시지 또한 얼마나 엄중하게 느껴지는지!

오~ 주 예수님, 당신의 교회를 더 보게 하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