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딸아이와 데이트한 오클랜드 서쪽 바닷가입니다.
하루 저녁 두 아이가 색연필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려고 으르렁거리는데
아무래도 그냥 넘어가기에는 지나침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재에 나섰건만 딸아이의 기색은 조금도 누그러지지도
잘못했다는 기색도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깨우지도 아침준비도 하지 않은 채
저들과 마찬가지로 일어나지 않고 있었더니
늦은 시간 부랴부랴 일어나 “엄마, 학교 가야지요.” 합니다.
학교 가는 것 보다 너희들 행동이 제대로 되어야지 싶어 아무런 반응 없이 가만 있었습니다.
둘이 다급하게 서둘더니 제 운전 없이 집을 나섰습니다.
‘아~ 요것들 봐라. 그냥 학교를 간다고?’
내심 기가 막히고 섭섭했습니다.
아들 녀석은 잘못했다는 메일을 남기고 가까스로 버스를 타고 학교를 다녀오고(버스 티켓이 없어 빌려서)..
딸아이는 2시간을 걸어서 학교에 도착하니 이미 두 블락이 끝난 시각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리가 아프다고 절뚝거리기까지 하는 딸아이에게
“은영아, 학교를 걸어서 가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나?”
“그럼 어째요? 학교는 가야 하고….”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깨우치고 엄마에게 도움을 구할 수는 없었나?”
아이들 행동에 실망하고 충고를 하면서
주님도 이런 마음이겠지 싶었습니다.
주님 앞에 돌이키기만 하면 될 것을..
얼마나 많은 경우 나의 무지로 혹은 나의 의로 버티며 변론하길 잘 하는지..
아이들을 야단치지만 주님 앞에 제 자신도 이 아이들과 조금도 다를 게 없음을 고백하게 했습니다.
이처럼 며칠간 운전해 주는 것을 별미로 아이들을 제대로 눌러 보려고 했으나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 않습니다.
내 아이도 함부로 매를 들 수 없는 이 곳에서는
부모가 아이에게 가하는 무거운 채벌 중에 하나가 외출금지 입니다.
운전 없이는 어떤 활동도 하기 힘든 곳이므로 아직 성인이 안 된 아이들에겐 꽤 먹혀지는 채벌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좋은 것은 역시 ‘사랑의 힘’ 이더군요.^^
이틀 동안 힘들게 학교 다녔다고 특별 용돈 5달러(3~4천원)씩 주니
두 아이가 좋아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하고,
우리 서로 이러지 말자고 부드럽게 타이르니
싸운 것, 거친 언행 모두 잘못했고 죄송하다고 금방 수그러집니다.
그리고 오늘은 날씨는 좋고 가슴은 답답하다는 딸아이를 배려하여
좀 먼 바다를 향했습니다.
광활하게 밀려 드는 파도를 감상하고..
바람을 막아 주는 언덕에 꼭 붙어 앉아 해바라기하면서 딸아이가 좋아하는 쿠키도 나누어 먹고..
사진도 찍어 주고..
팔짱 끼고 12마리의 고래가 자살한 넓고 긴 해변가를 오랫동안 걸으면서,
가족과 이성친구, 결혼, 인생, 그리고 기도까지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니..
얼마나 달콤하고 사랑스런 모녀지간이 되는지!^^
해변가를 나와서는 “뭐 먹고 싶노? 오늘 특별히 너에게 맛있는 것 사주고 싶다.” 했더니
콜라가 너무 비싸다며 음료수도 없이 겨우 햄버거 하나 주문합니다.
“참 알뜰한 우리 은영이..^^” 또 이뻐해 주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엄마, 우리 자주 이렇게 외출해요” – “그래, 그러자~”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