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화창하고 조용한 날씨였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화단에 약도 치고, 비료도 뿌리며,
야채씨 뿌릴 자리에 흙도 고르고, 잡초도 뽑고 그랬습니다.
그 동안 몇 차례의 굵은 우박과 세찬 바람이 있었습니다.
그 증거로 연한 선인장 곳곳에 상처를 남겼고요.
작은 빨강 장미 봉우리는 피어 나기를 거부 하듯 잎OO리 똘똘 뭉쳐 몇 주째 그 모습 그대로 입니다.
최저 4도, 최고14도, 비, 바람, 그리고 한 때 맑음 – 이것이 겨울인 요즘 오크랜드 날씨입니다.
한국에 비하면 겨울이라고 할 수도 없는 기온이지만 온돌이 없는 이 곳의 실내는 한국의 겨울보다 훨씬 춥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어제는 난로로 잔뜩 실내를 덥히고 자매집 자매들과 따끈한 저녁을 먹었습니다.
매주 목요일 함께 하는 저녁 식사를 대개는 키위자매님 집에서 하는데 어제는 특별히 월남쌈의 주문에 따라 저희 집에 모였습니다.
크지 않은 식탁에 의자를 촘촘히 놓고 젓가락 숟가락을 내프킨에 가지런히 준비하면서.. 과연?^^
젓가락으로 보글보글 끓는 물에 고기와 매끄러운 쌀종이(?)를 건지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고 생각은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국, 중국, 필리핀 세 자매는 물 만난 생선 마냥 ‘맛있다!’를 연발하며 열심인데 네 명의 키위자매는 젓가락을 잡지 못해 한 쌈도 먹지를 못했습니다.^^
백조를 초대하여 접시로.. 였나?^^
난 나이프와 포크질 제대로 못해 매번 힘들었는데..ㅋㅋㅋ^^
‘내가 서어빙을...’- 아예 일어서서 차례 차례 돌아가며 쌀종이 놓아 주고, 고기 얹어 주고,
숙주와 버섯도 데쳐 주고 그래야 했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 먹으면서 차려진 음식 놓고 자잘한 이야기 참 많이 합니다.
‘고기는 어떤 종류냐? 어디서 사느냐?’부터 시작하여 국물은? 소스는? 등등….
바쁘게 젓가락질하랴, 한국과 뉴질랜드 음식 문화 설명 비교 등등 떠듬거리는 영어로 대꾸하랴 엄청 바빴습니다.
제 젓가락 솜씨는 함께 짜장면 먹으면 건너편 앉은 사람 얼굴 조심해야 하고,
맛있는 해삼을 집지 못해 숟가락을 들어야 합니다.
그런 제 솜씨로 젓가락에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식사가 끝나고 나니 엄지손가락과 손목이 뻐근했습니다.
그래도 맛있게 식사 하는 모습들이 보기 좋고 감사해서 고맙다는 인사마다 “my pleasure!”였습니다.
아무리 젓가락으로 식사해도 빠지지 않는 디저트-아이스크림은 꼭 먹고..
그리고 무엇보다 달콤하고 맛있는 찬양과 말씀 그리고 편안한 자세(배가 불러서 뒤로 기대고 옆으로 기대고)로 편안하게 교통이 오고 가고..
그렇게 겨울 저녁 따뜻함을 나누며 남반구 끝 동네 Bushland 31번지에서도 이 어둠의 세상에 빛으로 오신 주님을 찬양하며
‘그 분은 할 수 있다. 나는 아니다.’를 누렸습니다.
* 며칠째 이라크와 관련하여 슬프고 비참한 우리의 뉴스를 접하고 무거움이 있지만 저는 먼 곳에서 좀 먼 이야기를 적어 보았습니다. 이 어둠의 세상에 그 분이 속히 오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