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있을 비디오 훈련 참석을 위하여 녹음 메세지 문장을 일일이 읽고 단어 찾기를 마치니 등지고 앉았던 햇살은 사라지고 굵은 빗줄기가 뿌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비가 좀 내리려나..." 두어 달 넘게 어찌나 가물었는지 매일 같이 물을 주어도 화단은 금방 땅이 가라지고 꽃나무들은 시들거립니다. 그래서 대개는 '지겹게'라고 표현되는 오클랜드 비가 요즘은 간절하게 기다려집니다.
항상 없어 봐야, 굶어 봐야, 아파 봐야 뭔가를 조금씩 제대로 보게 되는 것인지..
오늘 아침에는 따뜻한 햇살에도 후두둑 내리는 빗줄기에도..
말문을 막는 영어에도..
눈이 아리도록 읽어 가도 남들은 웃는데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고개 숙여야 하는 제가 처한 환경에도..
"주님, 감사합니다."는 고백과 눈물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영어가 첨부된 아침부흥 책자를 받을 때면 이러한 문장을 실제로 영어로 읽고 말할 수 있는 환경에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자주 생각 했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고 이제 정말 '영어로..'라는 곳에 머물게 된 지금은.. 영어로 인하여 기죽고 답답하고 암울하기까지한 일들로 '내가 왜 이러고 여기 있지?'라고 자신에게 자주 물을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가만히 돌아보면 주님은 제가 원하고 갈망하는 것 하나씩 손에 쥐어 주며 이끄심을 봅니다. 영어도 그 중에 하나?^^ 때론 아프게 밀어 부치고 깜깜한 어둠에 혼자 두기도 하시지만 눈을 뜨고 돌아 보면 귀을 기울여 들어 보면 주님은 항상 말씀하시고 보여 주고 계심을..
아침에 읽은 'little by little the Lord saturates our mind.'란 문구가 많이 와 닿았습니다. '팍팍'도 아니고 '퍽퍽'도 아니고 '조금씩 조금씩' 입니다. 주님의 방식은 늘 조금씩 입니다.
주님으로 적셔지는 생명의 길도 조금씩 조금씩..
영어를 익혀가는 배움의 길도 조금씩 조금씩..
이쪽 저쪽 잘라낸 흰장미, 붉은 장미 몇 가지를 물기 있는 자갈 틈새에 꽂아 두었습니다. 메마른 땅이 푹 적셔지도록 비가 내리면 가지심기를 해보려고요. 돌아 오는 봄에는 뿌리를 내리고 잎이 돋고 예쁜 장미꽃을 볼 수 있기를 바라면서요. 그래서 이제 비가 좀 왔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이 적셔지고 생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