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턱 쏴라!
나눔방
, 2005-08-30 , 조회수 (2141) , 추천 (0) , 스크랩 (0)


얼마전 아이 학교에서 C.C(class council - 반장?)선거가 있었습니다.


- 월요일 : 엄마, 저 C.C에 추천 되었어요. - 그래?
- 화요일 : 5명 중에 3명은 떨어지고 여자애랑 저만 남았는데 표 수가 똑 같아 내일 다시 선거하기로 했어요. 그런데 우리반 한국애들이 "C.C되면 한 턱 쏴라"고 하데요. 키위 아이들은 그런 말 절대 안하는데 참 웃기지요?" - 뭣이라고? 한 턱 쏴?
- 수요일 : 엄마, 저 한 표 차로 떨어졌어요. 한국애들이 "아깝다. 한 턱 얻어 먹을 수 있었는데..."  -  ^^


아이들이 보고 배우는 것 참 무섭습니다. 이 곳 아이들은 선거를 하면서 '한 턱'이란 말은 아마 상상도 안하고 못할 것 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기란 정말 어려우니까요. 우리 나라 아이들 입에서 그런 말 들으니 정말이지 '아고 무시라' 입니다.


'선거 - 부정 - 돈 - 수사' 정말 지겹고 부끄러운 모습입니다. 우리는 깨끗하고 정직한 정부를 희망하지만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정 부패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보고 배웁니다. 이 곳 뉴질랜드에서도 크고 작은 사기 사건에 한국인이 적지 않게 거론됩니다. 그럴 때면 같은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정말 낯 뜨거워집니다.


지난주 TV에 이 나라 수상이 출연한 프로그램(face to face)이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큰 키에 미모도 치장도 전혀 없는 여성 수상 입니다. 무례하리 만큼 중도에 말을 막고 무섭게 힐란하듯 이어지는 진행자의 질문에 한 치의 동요 없이 담담하고 굳건하게 정책 신념을 피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흠~ 역시..'였습니다.


올해로 10년 넘게 수상을 할 수 있는 저력이 바로 저런 모습이구나 싶었습니다. '주고, 먹이고, 한 턱 내고......' 이런 것들 정말 안 통하는 선거를 합니다. 어떤 자리도 정직하지 않으면 절대 오래 갈 수 없는 풍토. 능력대로 뽑았으니 인정 받을 만큼 능력 발휘하면 그만. 깨끗하고 정직하게..  그래서 한 번 쯤 살아 볼 만한 곳 -  뉴질랜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