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해질 시간 해변에 갔습니다. 부슬 부슬 내리던 비가 막 그친 쯤이라 여느때 보다 사람이 뜸한 해변을 유유자적 걷다가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여자분과 눈이 마주 쳤습니다.
아무리 백인이긴 하지만 희다 못해 백지장처럼 창백한 얼굴로 손목을 주무리고 있는 모습이 안스러워 가까이 다가가 한 마디 건넸습니다. "Are you all right?" 그랬더니 자주 삔 적이 있는 손목이 이렇게 통증이 자주 있다며 저의 친절에 감사하다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하였습니다.
그 한마디에 뭐가 그리 고맙다고.. 틀림없이 하루종일 혼자 있다 아픈 몸으로 바람 쐬려 왔을 것 같은.. 바라보는 눈길이 어찌나 외롭고 쓸쓸해 보이는지 잘 가라고 인사하고 돌아 서면서 제가 그만 울컥 울고 말았습니다.^^
뉴질랜드는 나이가 들어 노동이 힘들면 아파트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는 정부에서 제공하는 작은 주택(연립주택식으로)에서 노인들이 모여 살기도 하고요. 하루는 그런 노인들이 주로 사는 아파트 앞을 지나가다 위로 바라 보았더니, 한 베란다에 한 노인씩 턱을 괴고 칸칸이 앉았는데 늙어 혼자 사는 외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역력히 볼 수 있는 장면 이었습니다.
가까이 자식집이 있는데도 심장 수술 하고 삼개월을 병원에 있다가 허약하고 위태한 모습으로 퇴원한 이웃집 할아버지도 혼자 사는 집으로 오더군요.
부모 자식간에도 철저히 네 것 내 것이 분명하기에 늙고 병들어도 자식 의지하는 것 철저히 삼가하며 혼자 살아야 되나 봅니다. 그러나 '혼자' 정말 외로운 단어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