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에 살다 보니 비취나 바다로 나가는 일이 잦습니다.
배 낚시를 해보고 싶다고 2년 넘게 조르는 아들 녀석의 소원 풀이를 위하여 몇 달 전 온 식구가 배를 타고 바다를 나간 적이 있습니다. 바람이 살랑 살랑 부는 바다를 슁슁 달리며 지나가는 배들에게 손을 흔들 때는 아주 기분이 좋았습니다. 연락선 타고 한산도, 사량도 친척집에 다니던 어릴 적 추억에 젖기도 하면서요.
그런데 낚시할 곳에 배가 멈춰서니 바람따라 물결따라 배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제 머리도 흔들흔들~ 속도 울렁울렁~
고기가 안 잡힌다고 배 정박 장소를 옮기기를 몇 번..
그렇게 배가 멈춰서는 순간마다 '아이고 죽겠다'더니..
결국은 배에 탄 여러 사람들을 대표하여 제가 배멀미를 하고 말았습니다.
바다에 던져 놓은 낚싯대를 감아 올릴 겨를도 없어 한 손에 낚싯대를 잡고는 바다를 향해 힘겹게 구토를 하고 나니 제가 잡고 있던 낚싯대가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와중에 있는 힘을 다해 낚싯줄을 당겼더니 생선 한 마리가 퍼덕거리며 뱃전으로 올라 왔습니다.
그 이후로 낚싯대를 남편에게 맡기고 힘없이 뒤로 물러 앉았는데 날씨 때문인지 그 배에 탄 모든 사람들이 별로 고기를 잡지 못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배 낚시 나가면 대개는 푸짐하게 생선을 잡아 오기에 어떤 이는 선장을 원망하기도 하면서 투덜대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다 간간이 낚싯대를 올리며 즐거운 환호가 터지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잡히는 고기는 손 바닥 크기 내외..(와 진짜 낚시 안되네..^^)
그러면 여지 없이 잡은 물고기를 다시 바다로 던져 주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아이고 아까워라. 저만한 크기는 횟감으로 딱 좋은데 매운탕도 괜찮고.."
그러면서 뱃전에 부착된 안내판에 눈길을 돌리니..
광어 00센치, 참치 00센치, 전복 00센치, 게 00센치......
갖가지 생선과 해산물에 잡을 수 있는 크기가 명기 되어 있고, 크기를 맞춰 볼 수 있는 눈금자까지 그으져 있음을 보고 뜨끔했습니다.
아무래도 냉장통에 넣어 버린 내가 잡은 고기가 허용 크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이건 불법인데.."
하지만 차마 다시 바다로 던지지 못한 것은..
차로 4시간을 달려서 이틀치 호텔비, 배 렌트비, 낚싯대 렌트비 등 적지 않은 비용이 지불된 낚시였건만 우리 식구 모두가 낚은 고기는 제 구토물에 유인되어 잡힌 그 생선 한 마리가 전부였으니 만일 선착장의 감시원을 만나도 우리 사정 들으면 통과시켜 줄 것 같아서...^^
(그 생선 저희 집 식탁까지 무사히 올려져 맛있게 냠냠 했습니다.^^)
태평양 바다가 한량없이 넓게 펼쳐진 섬나라이건만 함부로 낚시나 수산물을 채취할 수 없게 정해진 규정이 세밀하고 엄격합니다.
조개를 줍더라도 수량이 정해져 있고 도구(호미 같은 것)를 사용하였서는 안되고..
바다 고기나 민물고기를 낚을 때도 낚싯대 외에 일반인이 그물이나 전기 등을 이용하면 불법이 되고..
각 종류마다 허용 수량과 크기가 각각 다르고..
수시로 감시원의 감독과 민간인의 신고가 이어지고..
그러함이 있기에 '뉴질랜드'하면 느껴지는 자연 그대로의 정취를 아직도 잘 보존하고 있나 봅니다.
그런데-------
바다 2 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