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성교육
나눔방
, 2005-08-30 , 조회수 (2207) , 추천 (0) , 스크랩 (0)

학교로부터 신체 변화에 대한 수업이 있으니 학부모와 함께 참석하는 통지문을 받았습니다. 굵은 고딕체로 must를 강조하였기에 저녁을 먹고 아이 손을 잡고 학교에 갔습니다.


이 곳에서는 학교 모임을 저녁시간에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 졸업식이나 다양한 학교 행사가 그렇고 교사 면담시간도 저녁시간이 주어지기도 합니다. 대개가 함께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을 고려해서 입니다. 그리고 확실히 학생과 학부모의 입장을 우선하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학교에 들어서니 야광 안전복을 입은 교사가 학교내 작은 건널목과 주차장 입구에서 일일이 안내를 합니다.  이런 작은 모습에서도 안전과 사고예방에 얼마나 철저를 기하는지를 엿 볼 수 있습니다.


year 7(초등6년) 전체 학생이 교육 대상이므로 학교 강당이 촘촘하게 메워졌습니다. 여학생이 아빠와 함께, 남학생이 엄마와 함께, 그리고 그 반대, 더러는 아빠 엄마 다함께 였습니다. 약간은 상기된 모습으로..


교육자 소개가 있고 소개 받은 강사가 나오고 몇 마디 인사말을 하고 재미있는 만화 비디오가 상영 되었습니다. 키가 쑥쑥 자라고 신체 각 부분이 돌출되기 시작합니다. 각 돌출되는 부분을 얼마나 재미있게 강조하는지 모두 배를 쥐고 웃었습니다.


제 일번 화면의 돌출부는 수영장 다이밍대에 선 남학생 수영복 부위, 그 다음 수염이 핑핑 돌출, 목부위, 가슴, 여드름, 힙 등이 재미있는 음악과 함께 불뚝 불뚝 솟아 오르는 장면의 연속이었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연속으로 까르르... 키득 키득... ^^


내용은 시시하고 장면은 재미있는 비디오가 끝나고 강사의 요약정리가 시작되었습니다. 비디오 내용대로 강사의 첫 마디도 '피니스'^^  이 쪽 저 쪽에서 깔깔거려도 전혀 동요치 않는 강사의 표정과 목소리는 더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고, 다시 복습 하는 차원에서 아이들에게 질문이 던져지기 시작했습니다.


'신체 중의 돌출 부위?'하니 손을 번쩍 든 남자 아이의 첫 번째 대답 역시 '피니스' - 또 까르르...
'신체 변화가 생기면 누구에게 이야기 하지요? - 의사, 친구, 부모님, 언니, 오빠...
대답이 다 나왔다 싶었는데 옆에 앉은 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어 마이크가 주어지니 "dog!"하는 바람에 강당이 다시 한 번 웃음바다가 되고 '개는 듣기만 하지 절대 내 미밀을 남에게 전하지 않으니 아주 좋은 상대지. 내가 키우는 고양이나 물고기도 마찬가지고..'


그렇게 약간은 썰렁(내용상)하고 내내 웃기만 했던 짧은 성교육을 서두로 5일 동안 수업시간 매일 한 번씩 성교육이 더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시험을 치루어 점수를 받기도 하였고요.


'뭐 굳이 학부모를 불러...'라고 했던 저의 불만은 강당을 나오면서 풀어졌습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부모와 터 놓고 성에 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모티브를 제공하고 우리의 몸의 어떤 부분도 숨기거나 부끄러운 부분이 아님을 일깨워 주는 교육이었습니다. 저도 그래서 '피니스'란 단어를 스스럼없이 몇 번씩이나 적을 수 있고, 아직은 한참 어린 아이에게 틈나면 '규탁아, 수염나나? 돌출되고 있나?' 장난도 치고 그럽니다 . 그 교육의 효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