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 맛 몰라도..
나눔방
, 2005-08-30 , 조회수 (2435) , 추천 (0) , 스크랩 (0)

매주 금요일에 있는 영피플 복음집회를 이번주에 저희집에서 가졌습니다. 그래서 일찍감치 저의 단골 메뉴 김밥을 준비하고 찬장 높은 곳에 오랫동안 얹어 놓았던 당면을 꺼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와 아껴 두었던 것 입니다.


김밥은 그 동안 훈련이 좀 된지라 그런대로 모양을 갖추어 만들어졌는데, 잡채거리가 문제 였습니다. 고기 대신 햄과 오뎅을 채썰고 시금치 대신에 피망과 부루코를 볶는데까지는 잘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콩기름에 당면을 실컷 볶다가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참기름 조금 또 조금.. 간장 한 술 또 한 술.. 그러다 마늘 간 것 한 술 푹 넣고(옴마야~ 너무 많이 넣었다) 이러다 아무도 안 먹으면 어쩌나 싶어 당황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왜냐면요 여기 사람들 특히 백인들이 외간장과 참기름 마늘 냄새를 무지 싫어하는 이가 많습니다. 저도 한 날 중국 자매님 집에서 음식을 먹는데 무슨 향료인지 몰라도 그 냄새 때문에 음식 먹기가 무척 괴로운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생각하면서 우리가 좋아하는 기본 양념을 싫어하는 사람들을 제 나름대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우리네 음식이 이 세가지 양념 빼면 참 그렇지요. 하여간 주걱을 들고 발을 동동 굴리기는 야단을 피워가며 시간에 맞추어 한 냄비 만들어 맛을 보았습니다. 잡채맛도 아니고 기름 칠갑한 볶은 야채국수맛도 아니고 한마디로 니맛도 네맛도 아닌 짬뽕식 잡채였습니다. - 발 굴리는 저에게 "엄마, 음식보다 미팅이 좋으면 되지요." 위로하는 규탁이 녀석 "그래, 니 말이 맞다 뽀뽀(기특해서) 한 번 하자 쪽~" ^^


그런데 식사가 시작되면서 그 잡채가 맛있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의심쩍어 저는 자꾸 "really?"라 대꾸하고..  제가 전에 말씀드렸지요 이 곳 사람들 음식 만들어 주면 일단 "lovely!, beautiful!, delicious!..." 등등으로 나간다고요. 맛보다는 정성 쪽에 비중을 두는 모양?^^  하여간 그래도 항상 칭찬은 듣기 괜찮습니다.^^


부실한 제 요리솜씨에도 불구하고 그릇마다 바닥을 내면서 식사를 마치고 찬양이 시작되었습니다. 피아노, 바이올린, 키타, 요콜라리 연주에 맞춘 서른여명의 찬양소리가 울려 퍼지고 누림을 전람하는 젊은이들의 신선한 공급에 감사가 넘쳤습니다.


고소한 참기름 맛은 제대로 알지 못해도 먹어도 먹어도 물리지 않는 주님의 그 오묘한 맛은 확실히 아는 젊은이들.. 


이런 젊은이들 위하여 참기름, 간장, 마늘맛 조금씩 줄이더라도 저희 집 현관문 자주 열어 놓고 싶습니다.


사랑스런 지체 통한 주님 모습 볼 수 있다면..
또 주님 나아가시는 길이 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