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각시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271) , 추천 (0) , 스크랩 (0)
카페에서 지체의 글을 읽다가 저도 제 딸아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어린 아이들에게 항상 시키는 말이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아이에겐 "은영아, 너는 커서 뭐가 될거지?" - "외교관 각시요"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에겐 "규탁아, 너 커서 뭐가 되지?"  - 큰 소리로  "외교관!"
이렇게 답하고는 곧 잘 묻기를 "근데 엄마 외교관이 뭐지죠?"
몇 번을 설명해도 자꾸 잊어버리는 아이를 책망하며 애써 또 설명하고 세뇌시키는 일을 반복했더랬습니다. 그리고 꼭 끝에 붙이는 말 "외교관도 영어 잘해야 하지만 각시도 잘해야 한다."


예쁜 치마 입기를 어지간히 좋아하고 춤추기 좋아하고 그저 예쁜 것에 관심 많고 공부하기를 싫어하는 딸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하다 아이 취향에다 제 욕심도 좀 보태서 외교관 각시로 낙찰을 보았던 것 입니다. 딸 덕에 비행기 자주 타고 먼 나라로 다녀 보고 싶었던 제 욕심이 앞섰는지도 모르겠고요 그렇게해서라도 아이에게 영어라도 잘 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싶어었기에 ㅎㅎㅎ......^^


현재는 남편 덕(?)에 제법 자주 비행기를 타며 살게 되었지만 이제 비행기 타는 일은 되도록 줄이고 싶습니다.(다들 아시죠? 그 고통..) 그리고 진작 영어를 원 없이 할 수 있는 이 땅에 와서는 철없는 엄마의 쓸데없는 바램은 깨끗하게 거두어 버렸습니다.


다양하게 취향에 맞추어 당당하게 즐기며 사는 모습들을 보면서 제 기준이 자리 옮김을 시작했고 무엇보다 주님과 교회생활을 알아 갈수록 아이들의 장래는 나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합니다. 다만 주님 안에 보호 받으며 주님 안에 만족하며 살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이제 제법 자라 가끔씩 심각하게 "엄마 제가 커서 뭘하면 될까요?"로 아이들이 물어 오면 저도 어김없이 하는 말 "너들 하고 싶은 것 해라." 그랬더니 딸아이는 작년 내내 뮤지컬 댄스를 배운다고 열을 올리더니 올해 반학기는 선택과목에 현대무용을 정해 놓고 재미있어 했습니다. 그러더니 어느새 시시해하며 스스로 댄스를 포기하고 다음 학기는 쿳킹을 꼭 배우고 싶다고 제 싸인을 부탁했습니다.  "그래 교회생활 잘 하려면 요리도 중요하지" 그래서 기꺼이 쓱~


그렇게 싫어하던 피아노도 이제는 자진해서 배우고 거기다 바이올린까지 들고 다니는 야단을 보입니다. 그리고 칼리지(중2~고3) 올라와서 오늘 처음 가져온 학교성적표엔 체육을 제외하고 모두 "A"라고 적혀 있어 제 눈을 의심케 했습니다. 사실 공부 안하는 딸아이로 인하여 제가 마음 고생 제법 하는 편이거든요. 성적표를 받아 들고 격려를 하면서도 제 속에선 "이게 다 네 실력 맞냐? 반은 이 엄마 스트레스가 아닐까?"하는 반문이 있습니다.


과학이며 사회며 어려운 단어 챙겨 함께 외우고 문답시키고 압을 넣다가 칭찬하다가 "아~고, 차라리 내가 학교 다녔으면 좋겠다. 제발 은영아 이거는 니 공부다~!!!" - 이런 시간들이 많았거든요.


이런 엄마를 무서워 하면서도 고맙고 사랑한다고 애교도 아끼지 않는 딸아이.. 제가 힘들 땐 기꺼이 설겆이며 잔잔한 일도 도우고.. 그리고 항상 조잘조잘 헤헤헤.. 그러다가 동생이랑 또 픽 돌아가고..  귀엽다가 밉다가 숨 막히다 고맙다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반복의 반복을..


아이들 키우는 것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주님 앞에 맡기니 많은 부분이 홀가분함을 고백 합니다.  어느날부터 조금 일찍 깨워 말씀 먹고 기도하자 윽박지르다가 아침부흥은 고사하고 되려 딸아이와 원수 될 것 같아서 그 부분도 주님께 맡기고, 우선 시간 맞추어 잘 자리하는 작은 아이와 시작하고 있으면 딸아이가 뒤늦게라도 슬며시 옆에 와서 앉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한 구절이라도 선포하고 짧은 기도라도 하면 "주님, 감사합니다. 주님 당신의 자녀이오니 당신이 이끄소서. 아멘!"


저는 이런 딸아이를 두고 이렇게 함께 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긍휼을 구하며..



*이런 글만 올리다가 NZ방이 진짜 이상한 방(제 개인 넉두리 내지는...) 되어 옆 방의 비자 자매님처럼 방 도배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NZ에 사시는 분들 편안하게 글 좀 올려 보시라고 또 청해 봅니다. 이 방의 특징이 높은 진리나 신령한 구절 아니어도 괜찮고 사람사는 이야기 형식없이 제가 처음 글을 올렸던 구절을 인용하자면 '카페에 앉아 달콤한 지체와 담소를 나누듯' 쓴맛 단맛 아무거나 괜찮습니다. 관리자님 맞지요? 어휴 또 혼자 외치는 메아리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