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1745) , 추천 (0) , 스크랩 (0)

얼마전 신호등을 돌다가 차가 서 버렸습니다. 황당! 끔찍! 겨우 시동을 걸어서 다시 2~3미터를 가다가 또 다시 차가 서고..  그래서 결국은 보험회사(AA-이동 서어비스)의 도움을 받아 차를 정비소로 옮겼습니다.(핸드폰도 없고 공중전화도 보이지 않아 보험회사에 연락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다음날, 고쳐졌다는 연락을 받고 어둑해진 퇴근길에 정비소에 들렀습니다. 차소리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에 안심하며 고속도로로 들어 섰습니다. 그런데 진입로 입구에서 또 차가 서 버렸으니 어찌나 당황스럽고 위험했는지 온 전신이 후들거렸습니다.(그 여파로 다음날 이른 새벽 급채 증세로 거의 죽을 뻔^^ 했고요.)


어떻게 알고 경찰이 왔습니다. 핸드폰이 있느냐고 묻는데 "no~"(핸드폰을 무척 싫어 하는데 이럴 땐 정말 필요하더군요.^^), 무전으로 전화를 요청하고 차정비소 사람이 오고, 2년 넘게 정 들었던 13살난 그 차는 그 자리에서 저와 영영 이별을 했습니다.^^


새 차를 살 것인가 중고차를 살 것인가 고민하다 결국은 차정비 일을 하시는 형제님의 의견을 받아 들여 또 10년 된 차를 구입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편안한 차 사서 2~3년 타다가 다시 바꾸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며 뉴질랜드식(?)이라고 하시길래..


2500cc인 새 차(중고차인가?)는 승차감도 좋고 여러가지 안전장치가 많아 편리하긴 한데 비탈길에선 속력이 너무 떨어집니다. 하루에 한 두 방울씩 오일도 떨어지고 고속에서 저속으로 변할 때면 약간 떨기도 하고..  걱정스러워 상태을 설명하며 재채크를 요청해 보았지만 10년된 차가 그 정도면 극히 양호하다는 언질에 두 말도 못하고 돌아 왔습니다.


개인 소유차 수는 세계 2~3위 수준인데 뉴질랜드는 차 만드는 공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새 차는  물론이고 일본을 중심으로 세계 여러나라에서 수입한 중고차를 정비하여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말이 가까워지면 중고차 판매광고가 우편함에 가득하고 곳곳에 중고차 판매처와 차정비하는 곳이 많습니다. 길가에 사용하던 차 세워놓고 "4 sale 또는 for sale" 안내문 붙이고 개인 거래를 하기도 하고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운 이 곳에서 차는 내 다리와 같은 역할입니다. 차가 없으면 거의 꼼짝을 못하는 형편이지요. 그래서 만 15세만 넘으면 차를 운전하게 하고 다리를 후들거리는 70, 80된 노인도 운전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차는 제일 중요한 생활용품으로 중고에 중고를 넘기며 고치고 또 고쳐서 경제성을 따져가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끔 60키로 이상을 잘 달리지 못하는 몇 십년된 작고 재미있는 여러가지 모양의 차들도 보입니다.  집안의 대를 물려 가며 잘 보존된 그런 차들은 과거의 자부심(부)을 상징하기도 한다더군요.


저도 뉴질랜드식으로 구입은 했지만 요즘은 조금만 이상해도 매번 불안합니다. 또 서면 어쩌나 싶어.. 몇 년 전만 해도 고장난 차 길가에 세워 두고 서 있으면 기사도 정신 발휘하는 남자분들 많아서 여성 운전자들 참 좋았다고 하던데.. 요즘 인심은 많이 변하고 있으니..


내년에는 새 차 한대 사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운전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