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곳니 두개가 빠진 잇몸을 드러내면 "엄마, 오늘 엄마 침대에서 자면 안되요?" 베개를 안고 하도 귀엽게 애교를 떨길래(남자 녀석이..) 허락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빠진 이빨을 베개 밑에 고이 두며 "오늘은 이빨 요정이 오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만연의 미소를 띄었습니다.^^
순간 "아참, 깜박 잊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아이의 이빨이 빠지면 하루밤 요정이 되어야 하는데..
며칠밤이 지나도 요정이 다녀 간 흔적이 없자 저에게 은근히 되새김을 해주는 아이로 인하여 저도 잠시 킥킥 거렸습니다. 그러는 아이의 모습이 재미있어..^^
사실 그 이빨은 방학동안 한국에 다니러 갔을 때 그 곳에서 빠진 이빨을 잊어버리고 다시 찿는 소동을 몇 번이나 벌이며 비행기 타고 뉴질랜드까지 가지고 온 것 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들 이빨 빠지면 지붕에 휙 던져 새가 물고 가게 한다는 것을 알기에(우리 아이가 이재에 좀 밝은 편인가 봅니다.^^)..
이 곳에서는 아이들 이빨이 빠지면 아이의 베개 밑에 둔 이빨을 요정이 나타나 돈을 주고 그 이빨을 사 간다고 여깁니다. 1달러 혹은 2달러 정도에.. 그래서 아이들은 이빨이 빠지면 아주 좋아하지요(용돈 생기는 날!!). 지난번은 치과에서 이빨을 뽑아야 했었는데 빠진 이빨을 작은 비닐봉지에 넣어 주며 치과의사 하는 말 "이빨 요정에게 돈 많이 받아라". ^^
참, 별난 요정도 다 있지요.
벽돌을 실에 달아 눈을 질끔 감고는 이빨을 뽑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자리에 드는 예쁜 꼬마 숙녀, 다음날 아침 베개를 들시며 단 돈 10센트에 실망하는 아이의 모습! TV 무슨 광고의 한 장면을 저는 한 동안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서 어금니 제일 끝에 나는 '사랑니'를 영어권에서는 '지혜니'라 하는 것은 많이 알고 있는 편이지요.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 - 정서 따라 관념 따라 참 가지 가지 입니다.
*치아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가지 안내 말씀 : 뉴질랜드에서는 18세까지 치아 치료에 관련한 치료비(교정 등은 예외)는 정부에서 부담 합니다. 각 학교마다 정기적으로 치아 검진 및 치료를 하는 기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혹 응급이나 학교에서 치료하기 어려운 여타 치료를 할 경우 지정된 치과를 찿아 가면 완전 무료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유학생에게도 적용 됩니다.
지난해 제 딸아이가 잇몸의 심한 염증으로 심도있는 치료를 받은 일이 있었는데 800달러에 해당하는 치료비가 전액 무료였습니다. 그리고 차후 검진 때가 되면 두 달마다 어김없이 편지를 보내 옵니다. 참 친절하게도.. "ㅇㅇ일 ㅇㅇ시에 체크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