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느 곳에 느티나무 밑에 굴을 파고 사는 한 두더지가 있었습니다. 땅 속에서 혼자 사려니 하도 심심하여 어느날 바이올린을 연주하여 무료함을 달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모아 둔 돈으로 어렵게 바이올린을 구입한 두더지는 연습을 시작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리 저리 켜 보아도 바이올린은 쉽게 연주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두더지는 많이 실망 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두더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낮에도 밤에도 열심히 바이올린 연습을 하였습니다. 끊임없이 찡찡거리며 나는 연주 소리가 얼마나 듣기 힘들었던지 드디어 느티나무가 시들기 시작 하였습니다. 잎이 떨어지고 가지가 축축 처지며 느티나무 가지에서 노래하던 새들은 어디론가 다 날아가 버렸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두더지의 바이올린 소리가 차츰 아름다운 음색을 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고운 소리에 자가 도취된 두더지는 전보다 더 열심히 바이올린을 연주 하였습니다.
시들어 가던 느티나무가 다시 살아 났습니다. 바이올린 소리가 날 때마다 쑥쑥 자라던 느티나무는 어느새 가지가 쭉쭉 뻗어 시원한 그늘을 한가득 만드는 커다란 나무가 되었습니다. 온갖 새들이 다시 날아오고 그 곳을 지나가던 사람들도 어김없이 그 느티나무 그늘에 앉아 땅 속에서 울려 오는 바이올린 소리를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 느티나무가 서 있는 언덕에 전쟁이 벌어 졌습니다. 칼과 창을 든 군사들이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대항하며 서로 달려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각에도 여전히 두더지의 바이올린 연주는 계속 되었습니다.
느티나무 가까이 달려 온 군사들은 가슴을 울리는 바이올린의 아름다운 선율에 싸우는 것을 멈추기 시작 하였습니다. 한 명 한 명 칼을 던지고 창을 내려놓고 투구를 벗어 버리고 느티나무 밑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에 귀를 기울었습니다. 싸우려던 군사들의 마음이 부드럽고 아름답게 변해 갔습니다.
그리하여 그 전쟁은 아무런 전투 없이 끝이 났습니다. 서로 부둥켜 안고 후회하며 화해 하였습니다. 다시는 서로 싸우지 않기로 다짐도 했습니다.
느티나무 언덕에 다시 평화가 찿아 왔습니다. 두더지의 바이올린 소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 멀리 울려 퍼졌습니다. 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답게 아름답게 변해 갔습니다. 끝.^^
* 2년 전 아이들과 영어공부 삼아 이 곳 도서관에서 제법 열심히 읽었던 동화 중의 한 이야기가 생각나서 적어 보았습니다. 그러나 제목도 작가(다만 백인 여자인 것만..)도 기억나지 않는군요. 영어로 읽느니라 많이 더듬거렸지만 가슴을 찡하게 울리던 동화였고 사입된 그림도 아름다웠던 걸로만 기억 합니다. 그런데 남의 작품 옮겨 놓는 것도 쉽지 않네요. 아마도 원 작가가 이 글 읽으면 "아고머니나~" "쾅당" 하겠지요.^^
그러나 혹 두더지의 바이올린 음률이 절실히 필요한 분 - 힘 없고 기력 없고 굳어지는 마음을 가진 - 있다면 이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