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ilip 할아버지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140) , 추천 (0) , 스크랩 (0)

새순 돋는 장미나무 가지에 진듸물이 진을 치기에 shop에서 약을 한 통 사왔습니다. 사전 갖다 놓고 열심히 설명서를 읽었건만 'per water'가 얼마만큼의 물을 의미하는지 몰라 건너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하얀 머리 Philip 할아버지는 반가이 맞아 주시고, gardening 경험이 없다는 지난번 저의 부탁을 상기하셨는지 상세히 설명하다 못해 직접 약을 뿌리는 시범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약을 치기 좋은 날씨, 시간대, 배합율, 약 선택, 거기다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서야 한다는 것 까지.. 그러자니 30분 가량을 창고와 화단을 왔다 갔다 따라 다니며 듣고, 보고, 확인해야 했습니다.^^ 


그리고선 집 안으로 들어가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었고요. 보청기를 사용하는 Ngaire 할머니 또한 친절하시고 자상합니다. 전화번호를 알고 싶다는 저에게 본인들이 직접 만들었다는 컴퓨터 명함을 내밉니다. 여러가지 글씨체로 두 분의 이름이 적힌 예쁜 분홍색 명함 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은 제가 남긴 전화번호로 동네 비상연락망을 새로 만들어 주시며 비상시나 도움이 필요할 때 사용하라며 각 가정을 일일이 설명해 주십니다. 같은 통로에 살고 있는 여섯 가정은 다들 고만한 중년 내외들이 살고 있건만 Philip할아버지는 자진하여 이런 일을 하십니다.


이사하고 며칠이 지나자 우리집을 방문하여 인사를 건네고, 함께 사용하는 통로를 관리하는 점 등을 일러 주시며 시간이 되면 이웃이 다 함께 차 마시는 시간을 가지자고 한 분도 Philip 할아버지 이십니다.


또 한 번은 자동차 밧데리가 down 되어 뒷 집 교장선생님댁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되어 결국 AA의 직원을 부른 일이 있었습니다. 직원이 다녀 가자 영어가 서툰 제가 염려가 되셨는지 그 할아버지 또 우리 문을 두드리고는 이것 저것 다시 반복하며 설명을 하십니다. 차를 세워 두고 시동을 켜 놓는 것 보다 도로에서 속력을 내어 20분 이상 달리고 와야 충전에 더 좋으니 당장 motor way를 다녀 오라 하시며..^^


참 다행하게도 이웃집 사람들이 마주치며 한결같이 반갑게 인사하고 친절합니다. 그런 이웃에게 저도 최대한 잘 반응하려 애쓰고요.


말하기 좋아하는 언론에선 아직도 이민자에 대한 이슈가 끊이지 않고 요즘은 바뀐 법에 반응을 담느라 야단을 피우지만, 이렇게 허울없이 대해 주는 좋은 이웃이 있으니 그나마 위로가 됩니다.


비롯 얼굴색 다른 사람들이 사는 곳이지만 어디나  사람 사는 방향은 크게 다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함께 사는 사람이 안전하게 잘 지내기를 바라고, 서로에게 피해가 없다면 굳이 담을 쌓을 필요가 없고, 정당한 법으로 정당하게 대우 받으며 살기 원하고 그래서 법은 지켜지기 원하고....


우리의 사는 모습과 행동 하나 하나는 이 나라사람들이 우리에게  여는 문의 넓이의 척도가 되니, 이민 온 우리는 법을 더 잘 지켜야 하고, 우리도 당신들과 무리 없이 함께 살 수 있는 이웃임을 보여 주어야 되지 않나 생각을 요즘들어 더 하게 됩니다. 앞으로의 세대들을 위해서도, 지금 살고 있는 우리를 위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