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팔자 상팔자?!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396) , 추천 (0) ,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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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서 영어를 못해도 일을 안해도 대우(귀염까지) 받으며 잘 사는 축이 있습니다.


바로 애완동물들!


특히 그 중에서도 개들의 팔자가 얼마나 좋은지???


우리말에 '개팔자 상팔자'라는 문구가 있지만, 춥고 더운 개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찌꺼기 먹으며 그것도 살 오르고 덩치되면 보신탕집 주방으로 가야하는 우리나라 개들한테 상팔자라고 하면 뉴질랜드 개들이 진짜 기겁하겠지요.^^


어린 시절 집에서 키우던 개가 더위를 먹고 죽었는데 그 시체에서 까맣게 원을 그리며 기어 나오는 벼룩들을 본 이후론 저는 유독 개을 싫어 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개들이 이 곳에선 집 안에서 어슬렁 어슬렁..
쇼파에서 함께 TV 보고..
주인이 여행하면 뒷칸에 자리잡고 함께 기분내고..
수시로 건강체크에 예방접종..
사람에게 안기고 쓰다듬키고..
청결하고 구미에 맞는 씨리어식^^으로 끼니 때우고..
앉아! 서! 오른손! 왼손! 물고 와! - 몇 가지 동작 익히면 주의 사람들 사랑 온 몸에 받고..
아침 저녁으로 비만방지 내지 체력단련 시키느라 주인은 시간 지켜 동네 두르고(정말 비만한 개들이 많이 보입니다.)..
개는 개인지라 길가 가다 큰 거 하면 주인은 비닐봉지 들고 다니며 줍고 치우고..
그러다 늙고 병들면 개 힘든다고 주사약으로로 안락사 시켜 주고..
무덤 만들어 주고..


게다가 어떤 주인들은 개 생일까지 챙긴다는데.. 어쿠~ 세상에나~...


한번은 생선가게에 갔다가 살을 발겨낸 싱싱한 연어 뼈다귀를 보고 저는 "저거 사다가 매운탕 해먹으면 맛있겠다.",  제 옆에 섰던 아들녀석은 "엄마, 락시 생일에 저 뼈다귀 한 마리 선물해요. 예에~". "뭐라고? 개한테 생일선물을 해?" 귀 막혀하는 저에게 아들은 끝까지 졸라 댔습니다. "이 녀석아, 개는 개야." 그랬지만 결국엔 "그래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해 보자"라고 했습니다.^^


'락시'를 항상 자기 딸이라고 소개하는 자매님이 생각납니다. 지금은 일 관계로 한국에 있는데 '락시'가 제일 보고 싶다나요(남편, 아들 제쳐 놓고). 커다란 덩치에 뭉뚱한 꼬리, 침을 질질 흘리며 어르렁거리는 모습을 볼라치면 "어이구 무섭고 싫어라"인데 그 자매님은 눈꼽 낀 개 눈을 바라보며 자아가 없는 눈매가 너무 예쁘지 않느냐고 자주 동의를 구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은 우리집에서 아이들을 위해서 빌려 놓은 동화책(개 이야기)을 읽고는 한참을 훌쩍이기까지 하던 그 자매님이 오늘따라 더 생각이 납니다.


참, 도서관에 가면 아이들 동화책들 중 개 고양이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진짜 많습니다). 약 일 년 까까이 우리 아이들은 그런 책들만 뒤적거린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애완동물을 기르지는 못하고 책보고 날마다 좋아하고 귀여워하고 했지요.


간혹 쇼핑몰 앞에 다치거나 아픈 개를 앞에 놓고 치료비를 기부 받는 단체나 개인들이 있습니다. 지나가던 사람들은 기꺼이 동전을 던지고 아픈 개를 애초롭게 쓰다듬기도 하고...


이런 동네 살다 보니 개라면 도망가고 싫다는 소리만 나오던 저도 개를 보는 눈길이 째끔 바뀌었습니다. 특히 주인을 도와 양떼를 몰아가는 개들을 보면 사람에게 사랑 받을만도 하구나 싶고, 주인의 눈치까지 살피며 재롱 떠는 모습은 귀엽게 보이기도 합니다.


순하디 순한 눈매로 자주 보지도 않건만 그저 반기고 비비고 뒹굴고 하는 '세리'도 제가 조금 괜찮아하는 개 입니다. 지난번에 그 큰 덩치로 껑충 뛰어 침 발린 혀로 갑자기 제 얼굴을 핧는 바람에 얼마나 놀랬는지.. 옆에 있던 오직은혜님은 "nice kiss!"라고 손뼉까지 치고.. 그래도 세파트라고 세리의 원주인이신 오직은혜님 아버님이 "세리야, 저게 누구야?!" 소리 한 번 치시니 갑자기 두 눈에 파아란 불을 켜고 짖어 대는데 "아~ 그래서..."였습니다.^^


사진에 있는 저 개가 바로 그 '세리'이고요. 그리고 제 딸 은영이와 아들 조규탁 입니다. 오직은혜님 옆 뜰에서 찰칵 한 것을 올려 보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