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oking class에서~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370) , 추천 (0) , 스크랩 (0)
월요일 저녁은  Community Cooking class에서 뉴질랜드 요리를 토요일은 동남아 요리를 배우고 있습니다.(저에게 이런 여유를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합니다.)

"Cooking on a Budget can be Fun!"이란 제목으로 최소한의 예산으로 가족을 위한 yummy(맛있는:야~미?) 음식을 만들어 맛보고 그러니라 월요일 밤이면  늦도록 배가 불러 있어야 합니다.^^


저를 제외한 8명이 모두 키위(뉴질랜드인)인 이 Cooking class를 영어도 어설픈 제가 등록한 이유는 Language class에서와는 다른 natural English를 듣고 싶은 욕심과 이 곳의 먹는 문화를 좀 더 자세히 관찰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름도 맛도 모르는 양념과 재료들이 많아서 더듬거리며 재료명과 설명서를 대조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항상 요리는 우리조가 일등으로 완료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날렵한 제 칼질 솜씨 때문이라고 제 파트너는 말하고 있지요.^^  여기 사람들은 우리처럼 칼질을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양파 당근 등 야채를 잘게 썰어야 하는 요리가 있으면 덤벅덤벅 칼질하는 모습이 어린 아이들 소꼽놀이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요리를 하면서 우리 요리 설명서과 무척 다른 점을 발견합니다. 소금 약간, 고추가루 약간, 적당히 삶아냄, 30분 정도 끓임, 적당량 등등...  "약간", "~정도", "적당히"라는 단어가 절대 없네요. 물 1/4컵, 소금 1/2티스푼, 210도 오븐에 15분, 전자렌지에 4분...


한번은 물 1/2컵을 넣으라는 항목이 있길래 1컵의 물을 눈대중으로 반으로 따르고 냄비에 쏟으려 하니 제 파트너가 놀래며    "No!" 1/2컵짜리 컵을 건네 주며 거기에 맞추어야 한다고 가르쳐 주더군요. 그리고 1/4컵짜리 컵도 보여 주고요.  "아이고 답답해라 뭐 그리 재어 가며 째끔째끔 넣는지 대충 보면 알지 물 반컵도 눈대중을 못한단 말인가?.." 속으로 궁시렁거렸습니다.^^


우리는 손끝 맛! 그래서 사람따라 집안 따라 지방 따라 맛이 다르고..
서양은 정확한 컵 . 스푼 맛! 그래서 쿠키는 쿠키맛 파이는 파이맛..  뭐 그리 되는 건가요.^^


그리고 또 하나, 음식을 먹으면서 왜그리 칭찬을 많이 하는지?  절대 '맛 없다', '별로다'는 표현을 안 하네요. 특히 그 음식을 만든 사람 앞에서는요. 한 번은 매주 수요일에 있는 오클랜드 대학 캠퍼스 미팅에 음식을 마련해서 직접 참석한 일이 있었습니다. 각 지체들이 모이는 학생들을 위하여 성의껏 음식을 준비하여 주지요. 그런데 어느 중국 자매님이 우리 호박 부침 비슷한 것을 만들어 직접 들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나누어 맛을 보는데 소금에 스푼을 갖다 대지 않았는지  너무 짜서 우리 표현으로 '솔테'더군요. 그런데 다들 한결같이 "great, Lovely, good..." - 혀는 괴롭더라도 표현은~^L^


허기사 식당에 들린 손님이 주문한 음식을 그대로 두고 나가면서도 웃으며 잘 먹었다며 인사를 한다니 매너가 너무 좋은 건지, 음식 만든 사람 성의를 너무 우대하는 건지, 본심은 본심이고 예의는 예의로 처리하는 건지 저로선 알쏭달쏭입니다.^^


그리고 뉴질랜드 부엌에서 다른 점 또 하나, 식사 후 설거지는 주로 남자가 하든지 아니면 함께 합니다. 아내가 요리하고 아내가 설거지 하고 이건 이혼감인죠 . 따뜻한 물에 세제를 풀어 거품 물 만들어 그릇을 담그고 문지러 건저내면 옆에서 마른 행주로 깨끗이 닦는 것이 이 곳의 설거지 입니다. 흐르는 물에 행굼, 아니면 받은 물에라도 행굼, 그건 주로 생략합니다.  이 곳 세제는 인체에 무해해서 괜찮다나요. 그래도 꺼림직해서 따라하기가 힘든 부분입니다. 그래도부부가 함께 다정하게 설겆이 하는 부엌 풍경은 아름답게 여겨집니다.


구십을 바라보는 우리 종조모님, 단 두 분 사시는 종조부님 앞에서 밥상 위에 아직도 당신의 밥그릇은 올려 놓지 못하고 방바닥에 놓고 식사하시고 그리고 그 구부러진 허리로 하루도 빠짐없이 밥상을 들고 문턱을 건너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같은 지구상에 많이도 다르게 사는구나 싶습니다. 저 또한 한국에 살 적 만만치 않았습니다. 퇴근하여 우는 아이 등에 업고, 방 닦고, 설거지하고, 같이 퇴근한 남편은 쇼파에 펑퍼짐하게 앉아서 신문 아니면 TV 보기 였지요. 그러다 어쩌다가(진짜로 어쩌다가) 설거지 한 번 할 때면 이런 남편 없다고 마구 떠들던 그 유세를 생각하면 억울함이 다시 울컥합니다.^^



* 다음 토요일엔 저더러 한국 음식을 선 보이는 특별시간을 주겠다고 하는데 정말 고민 되네요. 제대로 된 한국음식을 만들 자신이 없거던요. 제 요리솜씨 속사정은 제한된 범위 내에 간편식 내지는 혼합식이 전부라서 혹 컨닝 페이퍼 건네실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