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그래도 가고 싶은 유학길!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137) , 추천 (0) , 스크랩 (0)

부모라면 누구나 시켜보고 싶고 본인이라면 한 번쯤 오르고 싶은 외국 유학길!
그러나 유학원이나 기타 업체에서 뿌려 놓는 팜프렛 사진처럼 마냥 좋고 멋있는 것 만은 아닌 유학길!
그래도 가도 싶은 길???


내 언어와 문화가 아닌 곳에서 생활한다는 것은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결코 그 어려움을 짐작할 수 없는 일들이 무진장이죠. 그리고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하루 하루가 모험이고 인내이고 자기와의 싸움이기도 하고요.


유학을 생각한다면 우선 이를 악물고 영어와 싸우겠다는 단단한 결심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공부의 몇 갑절의 필사적인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공부가 힘들어서 또는 진학이 힘들어서 유학길을 택해 본다면 십중팔구 실패일 것 입니다. 이해되는 한글로도 정확한 방향으로 공부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잖습니까?


학문에 왕도가 없다는 선인의 말씀처럼 영어에도 특별한 왕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영어와 관련하여 조금만 솔깃한 문구만 있으면 놓치지 않으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이 사설 저 사설 줄 그어 놓고 이런 저런 책들 구입해서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 할 수 있는지 방법론에 흥미를 가진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영어는 이렇게 하여야 된다는 논리를 정리하여 간간이 자신 있게 쏟아내기도 했고요. 영어 자체는 먹통이면서..^^


그런데 이 곳에서 생활하고부터는 간혹 영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물어 오면 정말 “I don’t know”입니다. 정확한 발음으로 읽고, 쓰고, 듣고, 말하기 중 어느 것도 소홀함이 없이 필사적인 반복과 열심을 내는 수 밖에는 특별한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무진장한 영어를 직접 대하면서 외국에서 몇 년 공부했다면 다 영어 잘 하는 줄 알았던 생각도 오산이었구나 싶고요. 그냥 몇 년 대충 외국생활 때운다고 영어가 되는 것이 아닌 것을 안 것이지요.^^


아무리 한국에서 영어를 열심히 하다가 온 학생도 이 곳 중.고등생들의 영어과목(우리나라로 치면 국어죠^^)을 제대로 공부해 내기란 쉽지 않습니다. 다 아는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독해하기도 어려운 부분이 있는가 하며, 노다지 논술식인 이 곳 수업방식을 따라 가자며 얼마나 공부를 해야겠습니까? 얼마간의 어학연수나 중.고등 유학 등의 과정을 거치고 대학을 진학한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전공 과목을 이수하지 못하여 이 과 저 과를 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짜 영어 바다가 따로 있구나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유학 온 학생들이 하교 후나 주말이며 거리를 배회하거나 무리를 지어 유흥에 심취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되는지 조차 몰라 포기 반, 또는 많이 주어지는 자유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줄 몰라 그냥 빈둥거리기도 하고요. 어느 학교나 오후 3시면 하교를 하고 토요일 일요일은 쉬고 그리고 한국처럼 열심을 내는 학업 분위기도 아니니, 쉬운 분위기는 쉽게 적응하여 다들 여유롭고 즐기며 사는데 "우리도~" 그러는 유학생이 많습니다.


십대들이 이러한 환경에서 어느 정도 수준의 학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의 도움과 보살핌이 필수적이고, 그리고 학교에서나 친구간에 생기는 문제점들을 진솔하게 털어 놓고 상의할 상대가 너무나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상대가 비슷한 처지의 또래인 경우 문제점을 풀기 보다는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어 내기 쉽지요. 그래서 제가 보기엔 친척 혹은 아는 집이라도 안심할 수 없으며 내 자식이 아닌 이상 진정한 관심으로 돌본다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부모조차도 10대를 대하는 것이 쉽지 않으니까요). 물론 인성이나 자기중심이 분명한 아이인 경우엔 좀 수월하겠지만..


현대 경쟁시대에 있어 영어는 중요한 관문임에 틀림없고 우리가 정복해야 할 부분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렇다고 그 영어 하나 바라보고 세심하고 냉정한  판단 없이 중.고등생을 유학길에 올리다간 잘못하면 깊은 좌절로 방황하게 하기 쉽고, 갓맨 형제님 말씀대로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 입니다.


아이의 능력과 인성을 잘 고려하여 유학을 선택하자는 말을 좀 길게 늘어 놓았습니다.^^
갓맨 형제님께서 조목 조목 정리한 대목에 간단하게 “동의 합니다.”해도 될텐데..
`2부에서…`라는 앞 글에 얽매임이 있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