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민간 외교관들인데_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1907) , 추천 (0) , 스크랩 (0)

IELTS 준비반에서 공부 할 때 일입니다. 가르치는 강사는 자주 뉴질랜드와 다른 나라 간의 문화차이 또는 각 나라의 생활상을 물었습니다.

그럴 때면 잘 안되는 영어로 우리의 부정적인 면들을 애를 쓰며 말해 내는 분이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20년 정도 교단에서 도덕을 가르쳤다고 하였는데 어찌 그리 스스럼없이 같은 한국 사람이 들어도 민방한 이야기들을 하는지..

그럴 때면 노랑머리 여자 강사는 재미있어 하기도 때론 눈을 똥그랗게 뜨고 "really?"라고 확인하기도 하였습니다.

한 번은 우리 한국 여자들는 너무 편하게 산다면서 집에서 하는 일 없이 맛있는 것 해 먹으며 주로 화투놀이 등이나 즐긴다며 또 서툴른 영어로 벅벅거리시기에  결코 다 그렇지 않다고 세게 논박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에 한국분들 모인 책상으로 가서 "저기요(다들 남자분들이라 좀 어려워하며), 우리가 굳이 저 외국 사람들 앞에서 우리네 흉을 애써 내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speaking 시험관 앞에서도 되도록이면 긍적적인 내용을 말하는 것이 득점에 유리하다고 하던데요...."

젊은 학생들이 많이 다니는 languege school에 다닐 때도 역시 종종 이 비슷한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한 번은 중국 여학생이 저에게 묻기를 왜 한국남자들은 여자들을 잘 때리는지 물었습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했더니 한국학생이 한국남자들은 여자를 심하게 때린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 어안이 벙벙.. 난 아직 한 번도 맞은 적 없는데.. 사실이 아니라고 열심히 설명해 주어야 했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 남자고 소수는 폭력을 행사하지만 우리 나라도 그 범위를 넘지는 않는다고..

그리고 또 한 번은 conversation시간에 우리 나라는 외국인이 여행하기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안전하다고 했더니 일본애가 응답하기를 자기도 한국사람에게 들었는데 많은 한국의 부자는 강도에게 죽임을 당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진땀을 빼야 했습니다. 어느 나라를 가도 인간의 범죄 없는 곳은 없는데 왜 유독 그렇게 이야기 해야 하는지?

불가리아 터어키 등에서 온 사람들도 우리 나라는 주로 데모하는 나라로 알고 있기에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제한된 언론의 포크스가 우리의 전부가 아니다고 긴긴 설명이 있었지만..

물론 우리의 나쁜 점 고칠 점 등은 반성하고 고쳐야 하지만 그것은 우리끼리 드러내야 할 일이지 남의 나라에 와서 외국인 붙들고 서투른 영어로 어설프게 우리의 치부를 말해 내지 않았으면....

의외로 외국땅에 와 있는 분들이 우리나라에 대하여 몹시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그래서 보따리 싸서 바다를 건넜는진 모르지만.

한국사람하면 - 아~구~
한국문화하면 - 아~구~ 

참 보기 딱한 모습입니다. 우리 것 부정하는 일제시대 식민지사관의 뿌리가 깊고도 오래가는구나 싶습니다.

제 아무리 영주권 가지고 시민권 바꾸어도 본인들도 한국인인데.. 

네프킨 앞에 끼우고 손으로 빵을 뜯어 먹는 서양식은 고상하고 우아한 것이고 바닥에 앉아 먹는 우리네 밥상 문화는 후진 것이고..

하얀 모시접삼 단정하게 입으시고 툇마루에 앉아서 글 읽으시는 어른에게 아랫대가 들어 올리는 정성스런 밥상을 후지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은은한 색상의 우리 그릇들 칼이 없어도 되고 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우리 문화를 왜 원시적이라 여기는지?

눈 여겨 보면 우리 것 진짜 소박하지만 아름답고 우아한 것 많습니다.  어제는 아이가 컴퓨터에 설치해 놓은 영어백과사전을 열면서 한국을 클릭했더니 오랫만에 들어 보는 가야금 소리가 정말 귀막히게 고왔습니다. 음~ 역시 우리나라라고 장단을 올렸더니 열살난 아이도 따라서 역시 우리나라라고 두 장단을 마추더군요.^^

우리 것이 부끄럽다고 여기면서 남의 나라에 잘 살 수 있는지?
그러지 않아도 말 제대로 못해서, 반뜻반뜻하게 생기지 못한 외모에서도 눌릴 때가 많은데..

그리고 외국땅에 사는 우리는 개인 하나 하나가 민간 외교관이고 홍보관인데..

우리 다음 세대들 어깨 펴고 살 수 있도록 민간 외교 잘 해 놓고, 아이들 가슴속에 자부심 잃지 않도록 본을 보이고, 그러면서 마음은 항상 열어 어떤 문화도 선입관 없이 받아 들이는 유연함까지 보이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