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온 배를 딱 내밀고
나눔방
timothy , 2005-08-29 , 조회수 (2286) , 추천 (0) , 스크랩 (0)


 

얼마전 TV 기상예보를 즐겨 본 적이 있습니다.

생활에서 날씨가 늘 중요하기도 하지만 그때는 날씨보다 아나운스에 관심이 많아서 였습니다.

넉넉하게 나온 배와 마음씨 좋아 보이는 할아버지 아나운스는 푸근해서 좋았는데, 어느날 나타난 만삭이 된 여자 아나운스는 얼마나 놀랍고도 신선하던지....

나온 배를 딱 내밀고 당당하게 일기예보를 하는 임산부를 바라보며 "진짜 좋다~" 였습니다. 같은 여자이지만 임신한 모습이 그리 괜찮아 보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일하는 여성이 임신을 한 것은 거의 죄인에 가까운 눈초리를 받아야 했던 제 직장생활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미안해 하며 내민 산후휴가서를 결재내어 줄 때의 그 상사의 표정은 심각, 불만, 불퉁....

그리고 아직도 한국 TV 방송국에서 임신한 아나운스의 출연은 상상하기도 힘든 형편일텐데.

지방 방송국에서 아나운스로 일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결혼을 했고 그것도 상대가 같은 방송국 PD였다는 이유(사내 결혼 금지 규칙이 있었던터라)로 뺏긴 자리를 다시 찿기까지 일년 반의 힘겨운 법정투쟁을 벌였고, 이제는 젊고 싱싱한 후배에게 밀려 보도부 그것도 매일 새벽시간 경찰서를 들락거려야 하는 업무에 귀양(본인 표현)가 있는 친구를 생각하면 만삭의 아나운스는 신선 그 자체였습니다.

그 무렵 다른 프로그램(토크쇼)에서도 여자 진행자가 자주 관람석에 펑펑하게 앉아 있길래 전에는 안 그랬는데 참 자유분방하게 진행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임신 그것도 쌍둥이를 밴 듯한 몸매로 너무나 자연스럽게 카메라 앞에 움직였습니다. 가끔씩 나온 배에 손도 얹어 가며.

비행기 타고 이 곳 뉴질랜드 공항에 내리면 날씬하고 예쁘게 화장한 항공사 여직원에 익숙한 우리 눈은 아마도 "으~억" 할 겁니다. 일하는 여성에 있어 건강하고 능력 있음이 우선임을 단번에 알 수 있지요.

이런 모습들을 즐기며 이 나라가 이래서 더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에서 제일 먼저 여성 투표권을 부여한 나라답게 여성에 대한 처우가 항상 앞서가고 있음은 분명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