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노오란 개나리 꽃이 사알짝 고개 내미는가 싶더니 어라? 낮이 되니까, 여기저기 온통 노랗게 물들여 놓았네요 오랜만에 자매와 큰 아이와 함께 뒷산에 올라갔다 왔습니다. 작은 아이는 감기기운이 있다고 할아버지와 함께 병원에 갔구요 큰 아이는 어딜 갔다 놔도 누구 아들인지 금방 알아볼 정도로 똑같이 생겼습니다. 외모만 그럴 뿐 아니라, 숫기 없는 것까지 똑같습니다. 작은 아이도 숫기 없는 것은 매한가지이긴 한데 그래도 제 형보다는 나아서 할 말은 하는 편입니다. 작은 아이는 제 엄마를 닮아서 눈이 동그란데, 딸이 없어서 그런지 딸 노릇까지 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아이를 함께 어디 데리고 다니면 큰 아이보다는 작은 아이가 더 주목을 받곤 합니다. 재주도 그렇고, 말귀 알아듣는 것도 그렇고... 그래서 작은 아이보다는 큰 아이에게 주눅 들게 하지 않으려고 격려하는 말을 비교적 많이 하곤 합니다. 큰 아이는 워낙 외모 뿐 아니라, 성격까지도 날 닮아 놔서 이 아이가 어떤 실패를 겪으며 살아갈지 느껴져 때론 걱정입니다. 큰 아이와 함께 산에 올라가면서 이런저런 말을 나누었습니다. ‘남조야, 너 노래 못하는 사람을 뭐라고 그러는지 아냐?’ ‘... ...’ ‘에이, 음치라고 그러잖아’ ‘아~’ ‘아빠는 음치 중의 음치거든, 남조도 노래는 잘 못하지?’ ‘그래도 아빠는 노래하는 걸 좋아한단다’ ‘자, 아빠 따라해 봐’ ‘봄,봄,봄 봄이 왔어요, 우리의 마음속에도..’ 따라하는 목소리가 별로 힘이 없습니다. ‘에이, 할아버지 소리내지 말고 통통 튀겨서 해 봐’ ‘봉,봉,봉, 봉이 왔어요’ ‘너, 내일 검도시합 나간다면서...’ ‘네, 관장님이 도시락값 오천원 가지고 오라고 그랬어요’ ‘그래, 아빠가 줄테니까, 시합나가서 잘해야 돼’ ‘네’ 주의가 산만한 성격이라서 어려서부터 검도를 시켰는데, 그래도 수년 째 그 재미는 놓치지 않고 있어 다행입니다. 산 중턱에는 멋들어지게 섹스폰 부는 아저씨도 나와 있고... 산을 내려오면서 이런 말을 해 주었습니다. ‘남조야, 실패하는 것 그 자체는 잘못하는 게 아니야, (주님이 십자가에서 흘리신 보혈이 있기 때문이야) 실패가 두려워서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더 잘못이지 실패했으면, 다음에 다시 실패하지 않으면 돼‘ ‘자, 아빠 따라 해 봐’ ‘실패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한번 한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말자’ 내가 한 말을 따라서 반복하는 아이의 말은 사실, 그 아이와 똑같이 생긴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였습니다................ ------------------------------------------- 글쓴이 : 민하